“위험천만한 여행에 참가할 사람 모집. 임금은 많지 않음. 혹독한 추위, 수개월 계속되는 칠흑 같은 어둠, 끊임없이 다가오는 위험, 그리고 무사 귀환이 의심스러운 여행임. 물론 성공할 경우에는 커다란 명예와 인정을 받을 수 있음.”

 

어니스트 섀클턴이라는 영국의 탐험가가 있습니다. <섀클턴의 위대한 항해>라는 책으로 우리나라에도 잘 알려져 있는 인물입니다. 남극대륙 횡단탐험에 나서려 배를 타고 가다가 얼음조각에 2년 가까이 갖혀 있게 됩니다. 그는 27명의 대원들을 조직하고 격려하여 한 명의 희생도 없이 모두 무사히 데리고 귀환하는 데 성공합니다. 그래서 리더쉽의 귀감으로 자기계발 강사들이 즐겨 인용하는 인물이 됩니다.

 

위의 인용문은 그가 탐혐을 떠날 대원을 모집하며 낸 구인광고입니다. 달콤하고 화려한 것을 보장하는 광고와는 반대로 접근합니다. 지원할 사람들도 쫓을 것만 같습니다. 이 구인광고는 단 세 문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도 이야기와 같은 흐름이 있습니다.제품광고처럼 생각하고 뜯어 보겠습니다. 맨 처음은 이 광고를 하는 목적, 팔려는 것이 무엇인지 얘기합니다.  단순한 여행이 아니라 ‘위험천만한 여행’이라는 것으로 사람들의 관심을 끌어 당깁니다. 그리고 보통의 구인광고와 마찬가지로 ‘임금’을 얘기하는데, 높다면서 사람을 꾀는 게 아니라, 많지 않다고 솔직하다면 솔직하고, 괜시리 그런 얘기를 하는 듯 엉뚱하게 까발립니다. 이 광고를 본 사들이 ‘아니, 이 친구들이 무슨 얘기를 하는 거지?’하면서 더 깊숙이 끌려들어갈 겁니다. 점입가경이라고 사람을 쫓아내는 듯한 내용들이 이어집니다. 춥고, 어둡고, 위험해서 무사히 돌아올 지 조차도 장담할 수 없는 여행이라고 합니다. 그러면서 살짝 방향을 틀어, ‘성공할 경우에는 커다란 명예와 인정을 받을 수 있’다고 합니다. 살짝이지만 앞서 한 무시무시한 얘기들이 있어서 급격한 반전의 느낌을 줍니다. 그러면서 여운이 남죠. 마치 ‘그렇지만 너무 위험하고 열악한 환경이라 당신같은 사람은 못할 거야’ 식으로 은근히 자존심을 건드리는 듯 합니다. 우리가 스토리텔링을 운운할 때 ‘기승전결’의 흐름이 있어야 한다고 하는데, 마지막 문장에서 ‘轉’과 ‘結’이 함축적으로 함께 이루어집니다. 장미빛 환상을 심어준 광고는 기대수준을 높여서 실제 상황에서 곧바로 실망으로 연결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2년간 얼음섬들 사이에 묶여서도 끝내 이겨낼 수 있는 원동력이 바로 이 광고에 담겨져 있지 않은가 생각합니다. 엄청난 고생을 할 거라고 이미 알고 감수할 태세를 갖추고 합류들 했을테니까요. 실제로 그들은 탐험 자체에는 성공하지 못했지만, 무사히 귀환하여 명예와 인정을 받았습니다. 사람들이 알아준 것보다, 자신의 결정과 성취에 스스로들 자부심을 갖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광고로 쓴 것은 아니지만, 결과적으로 아주 효과적인 세일즈 카피가 된 트윗을 하나 보겠습니다. 작년 10월말에 일본 오사카에 갔습니다. 오사카의 간사이공항에 내렸는데, 한국에서 온 비행기 두 대가 한꺼번에 몰리며 입국수속 줄이 매우 길었습니다. 그래서 ‘간사이공항에 한국인 관광객이 무척 많다’며 트윗을 올렸습니다. 바로 제 트친 중의 하나가 제게 아래와 같은 트윗을 보내 왔습니다.

 

그 친구는 몰랐지만 마침 일본인 교수 및 오사카의 선배와 저녁을 함께 할 장소를 물색하고 있던 터였습니다.  위의 트윗만 보고도 바로 추천한 ‘월향’이라는 막걸리집으로 거의 80%  마음을 결정했습니다. 이후 이 트윗을 잘 쓴 세일즈카피로 사람들에게 애기하곤 합니다. 한 번 뜯어서 보겠습니다.

 

처음의 ‘오사카 가셨군요!’라는 당시의 제 상황을 간결하게 확인시켜 줍니다. 소비자와 말문을 터며 관계를 맺는 시작인 ‘起’에 해당합니다. 그리고는 바로 ‘承’으로 넘어가며 팔고자 하는 제품을 소개합니다. 제대로 알지 못하는 새로운 상품이기에 믿음을 줄 수 있는 보증이 필요합니다. ‘홍대 앞에서 성공해서 진출’했다면, 이미 검증된 곳이라고 안심시켜주면서, 함께 호기심을 유발합니다. ‘일본 막걸리 음주 트렌드’는 철저하게 제 자신에게 맞춘 메시지였습니다. 마치 ‘트렌드에 관심 많으시잖아요? 일본에서 막걸리가 인기라는데, 그 트렌드를 직접 보셔야 하지 않겠어요?’라고 말하는 식이었습니다. ‘轉’을 거쳐서 마무리 ‘結’까지로 넘어가는 부분입니다. 그리고 화룡점정, 보너스로 자신이 이야기까지 해두어 특별 대접을 받도록 하겠다고 합니다. 이후 몇 차례 더 트윗이 오갔지만결정된 연후의 행정적인 절차에 불과했습니다.

 

역시 광고로 한 것은 아니지만, 사람들의 행동을 촉구한 카피로 제 눈에 들었던 것을 얘기해보겠습니다. 지난 보스톤마라톤에서의 폭탄테러 후 FBI의 책임자가 기자회견한 것을 전하는 CNN 화면을 캡처했습니다.

 

 

‘누가 이런 짓을 했는지 누군가는 알고 있다(Someone knows who did this)’라는 말을 많은 언론매체들이 헤드라인으로 뽑았습니다. 직설적으로 ‘신고해 주세요’하는 말보다 훨씬 힘있게 와닿습니다. 한번 더 생각하며 곱씹어보게 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신고해 달라는 것은 무작위의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의 일이라고 생각해버릴 수 있는데, 여기서의 ‘누군가’는 나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까지 돌아볼게도 합니다. 모든 것을 한꺼번에 직설적으로 던지지 않고, 한 번 더 생각하게 하는 것이 바로 관계를 맺으며, 기승전결의 흐름을 타는 시초가 됩니다. 바로 좋은 세일즈카피가 될 확률을 높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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