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음료와 향수 

일본의 자동차 메이커인 마쯔다는 2000년에 ‘Zoom Zoom(줌줌)’이라는 의성어와 의태어를 겸하는 단어를 새로운 슬로건으로 발표했다. 자동차 기업들은 슬로건을 자주 바꾸기로 유명한데, 마쯔다는 지금까지 줌줌을 쓰고 있다. 줌줌의 뜻에 대해서 마쯔다는 ‘Emotion Of Motion’, 곧 주행하는 ‘움직임 속에서 느끼는 감정’이란 표현을 썼다. 정확하게 어떤 감정을 얘기하는지 마쯔다 자동차를 타기 전까지는 알 수 없겠다. 줌줌이란 신조어가 과연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마쯔다 자동차를 시승하도록 이끌까? 마쯔다 자동차를 탄다고 해도 그것이 다른 자동차와 다른 ‘줌줌’이란 감정이고, 그 상태는 어떻게 다르다거나 정의할 수 있다고 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 

줌줌이란 단어 자체가 발음이나 모양이 재미있고, 뭔가 역동적인 기운이 있어서 마쯔다 브랜드에 뭔가 모를 활력을 불어넣은 것은 사실이다. 필자도 몇 차례 줌줌 얘기를 하면 질문을 받고 얼버무리기만 했다. 줌줌이 무슨 뜻인지 확실히 포착해 표현하기 힘들었다. 그래도 어쨌든 마쯔다는 모든 커뮤니케이션의 중심을 줌줌에 두었다. 특히 모터쇼에 가면 마쯔다의 부스는 줌줌이란 글자로 도배돼 있기 마련이었다. 2011년 뉴욕 모터쇼에 갔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마쯔다 부스 안에서 눈을 돌릴 때마다 ‘줌줌’ 글자가 눈에 들어 왔다. 그런데 다른 모터쇼에서 보지 못한 것이 하나 줌줌을 머리에 달고 서 있었다. 음료자판기였는데, 그 안에 ‘Zoom Zoom Concentrated’ 브랜드를 단 음료들이 들어차 있었다. 

넓은 모터쇼 무대를 다니느라 힘든 참관객들에게 제공되는 시원한 음료에서 줌줌이 지향하는 의미를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나중에 역시 그 모터쇼에 왔던 사람이 자신의 블로그에 줌줌 음료의 사진을 올려놓고 이렇게 써놓은 것을 보았다. 줌줌이 무엇인지 그는 확실히 파악했고, 그 맛을 확인하러 마쯔다 딜러숍으로 달려갔을 만한 기세였다. 

“마쯔다의 줌줌 음료. 사실 내용물은 레드불(Red Bull)이었어. 그래도 별 상관없어. 마쯔다의 줌줌이 이런 맛이라면 난 정말 사랑할거야! 고마워, 줌줌!” 

‘오감(五感)브랜딩’이란 말을 들어봤을 것이다. 시각, 청각, 후각, 촉각, 미각의 다섯 가지 감각을 브랜딩 활동에 모두 응용해야 한다는 개념이다. 2000년대 중반 이후 마케팅계에서 거의 일상적인 용어로 쓰이고 있다. 자동차에도 적용을 하려 노력들을 한다. 그런데 자동차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게 미각을 이용한 브랜딩이다. 시각은 눈에 보이는 모든 디자인적인 요소로 바로 작동이 된다. 청각을 활용해 자동차 브랜드를 차별화할 방법도 많다. 

문을 여닫을 때의 소리부터, 경음기, 방향 신호등을 켰을 때의 소리 등 실제로 특색 있는 자기 브랜드만의 소리를 내려 모든 자동차 기업들이 노력을 하고 있다고 한다. 후각도 자동차가 공간을 전제하고 있기 때문에 당연히 브랜드 성격을 담은 향기를 넣을 수 있다. 자동키부터 손잡이, 핸들, 가죽시트 등 자동차의 많은 부분과 신체의 일부분이 닿고 밀착되기 마련이니 당연히 자신만의 독특한 촉감을 만들어내는 게 가능하고 중요하지 않을 수 없다. 

미각은 자동차와는 거리가 있지 않느냐고 생각할 수 있다. 마쯔다 줌줌 음료의 예에서 보듯이 꼭 자동차 안에서 그것을 구현할 필요는 없다. 필자는 처음 뉴욕 모터쇼에서 줌줌 음료를 보고, 마쯔다가 브랜드 확장의 일종으로 출시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유감(?)스럽게도 실제 출시되지는 않았으나 충분히 가능한 아이디어다. 

요즘 급속히 많이 쓰이는 용어 중의 하나인 브랜드 협업, 곧 Brand Collaboration의 일종으로 레드불과 함께 한다면 마쯔다 줌줌에 더욱 독특한 향취를 가미할 수 있었을 것이다. 

닛산자동차는 향기에 집중해 ‘The Vert Oriental’이란 향수의 향기로 올해 1월 디트로이트 모터쇼에서 자신들 매장을 채우겠다고 발표했다. 모터쇼에 이어 닛산자동차의 모든 매장을 같은 향기를 느낄 수 있게 하고, 이 향수를 닛산의 제품군 중 하나로 판매까지 할 계획이라고 했다. 

매장을 비롯한 고객들과의 접점을 이루는 공간에 브랜드를 반영한 향기를 불어넣는 경우는 꽤 많다. 싱가포르항공 기내에서 느낄 수 있는 은은하지만 강한 허브향, 라스베이거스의 고급 리조트호텔인 만달레이베이에서는 고무나무 혹은 코코넛향 비슷한 기운을 느낄 수 있다. 닛산의 향수는 녹차향이 난다고 한다. 서구의 향들이란 너무 세서 사람들에게 처음에만 일시적으로 강렬한 효과가 있는 것 같다. 반면에 동양적인 은은한 향이 지속적인 효과 때문에 차라리 더 각광을 받고 있는 것 같다. 

후각이 만드는 강렬한 효과 
공간을 채우려 한 것은 아니지만, 제품 프로모션의 일종으로 출발해 본격적으로 향수 제품을 냈던 식품 업체들이 있다. 패스트푸드 업체들이 한지라 약간 장난스럽기도 했지만, 가격표를 붙이고 정식으로 판매되기도 했다. 피자헛에서 낸 ‘피자헛’ 이름을 그대로 붙이고 나온 향수는 ‘손으로 돌려 만든 밀가루 반죽(Hand-Tossed Dough)’ 냄새가 난다고 했다. 

특유의 냄새가 있는 것은 확실하다. 그것이 향기롭게 느껴지며 피자를 먹고 싶은 욕구를 자극해 피자헛으로 달려가든지 전화를 하도록 만들 수도 있을 것 같다. 

버거킹에서는 ‘불꽃(Flame)’이란 브랜드 네임으로 남자들을 위한 향수를 $3.99, 한국 원화로 5000원 정도 가격에 내놓고 정식으로 판매를 시작했다. 버거킹의 광고에 의하면 버거킹의 대표 품목인 와퍼버거의 냄새를 담았다고 한다. 몸에서 와퍼버거 냄새가 나는 남자를 여성들이 어떻게 생각할지는 모르겠다. 

어쨌든 냄새로 와퍼를 연상시키면서 와퍼를 광고하는 역할은 충분히 하지 않았을까 싶다. 근 10년 전에 당시 다니던 회사의 제작 부문의 친구들 모두와 전북 채석강, 격포로 워크숍을 갔었다. 오후 내내 심각한 발표와 토론이 이어지고, 밤에는 한바탕 음주 광란의 시간을 보냈다. 모두 숙취에서 덜 깬 채 내소사를 갔다. 

내소사로 들어가는 길목에 늘어선 음식점들 모두가 화덕을 길 쪽으로 꺼내놓고 전어를 구어대고 있었다. 초가을 기운이 채 사라지지 않은 딱 전어철이기는 했다. 절 앞에서 그리 생선 구워대는 냄새를 풍기는 것이 옳은 것인지 몰라도, 대부분의 워크숍 참가자들이 숙취로 몸도 가누지 못하는 상태였지만 절에 올라갔다가 내려오는 길에 참새 방앗간 들르듯이 전어구이를 막걸리와 함께 먹었다. 바로 집나간 며느리도 돌아오게 한다는 전어구이 냄새 때문이었다. 후각을 활용한 마케팅의 힘을 보여준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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