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 마케팅, 세심한 것부터 확실하게 챙겨라

1999년부터 2003년 초까지의 미국 주재 중에도 그랬지만 1990년대에 직장 생활을 하면서 미국 출장을 많이 다닌 편이었다. 한동안은 공항에 내리면 바로 공항의 셔틀버스를 타고 렌트카 회사로 가서 차를 빌렸다. 1990년대 후반까지는 주로 부동의 1위 렌트카 기업이었던 허츠(Hertz)를 이용해 프리미엄 고객으로 등록이 되기까지 했다.

1998년 말부터 장기출장으로 뉴저지에 있을 때는 주로 엔터프라이즈(Enterprise)를 이용했다. 뉴저지에 있는 법인에서 이용하던 회사였기 때문에 가격이 쌌다. 회사 간 특별계약을 떠나서도 엔터프라이즈는 전국적인 규모를 갖춘 렌트카 회사 중에는 가격이 가장 쌌다.
 
엔터프라이즈 렌트카만의 특별한 서비스
 
저렴한 가격 외에 그들이 내세우는 특별한 서비스가 하나 있었다. 차를 원하는 장소까지 가져다주고 지점으로 반납한 후에는 역시 원하는 장소로 태워다주는 것이었다. 이것을 'Pick-up & Drop-off' 서비스라고 부른다. 도도해 보이는 허츠나 애비스(Avis)같은 전통의 대형 회사들보다는 확실히 강점을 지닌 서비스였다. 게다가 나를 데려다 준 직원 하나는 그 시간을 개인적인 얘기를 섞어서 엔터프라이즈를 홍보하는 데 십분 활용했다. 1년 후에 그 친구는 그가 근무하던 지점의 책임자가 되어 있었다. 그 친구가 일에 열정적인 면도 있었지만 어쨌든 고객과 대화를 나눌 시간을 가질 수 있다는 것도 큰 강점이었다.
 
당시 내게는 그런 서비스가 엔터프라이즈라는 작은 렌트카 회사가 자기 몫이라도 지키려 하는 안간힘 정도로만 보였다. 그래서 2000년대 중반에 엔터프라이즈가 미국에서 1위 렌트카 회사가 되었다고 해서 깜짝 놀랐다. 특히 고객서비스 부분에서 경쟁사들은 물론이고, 업종을 떠나서도 모든 기업 중의 최고 등급으로 인정을 받고 있다는 사실도 알았다.
 
렌트카에서 후발업체인 엔터프라이즈는 렌트카 고객이 가장 많은 공항에 거점을 마련하기가 힘들었다. 허츠나 애비스와 같은 기존 강자들이 아성을 구축하고 있었고, 초기의 투자비용을 감당할 여건이 되지 못했다. 그러한 자신의 약점을 엔터프라이즈는 동네 시장을 개척해 타개하려 했다.
 
자금 여력이 없어서 할 수 없이 동네 고객을 대상으로 업소를 차린 렌트카 회사를 선뜻 이용할 고객은 별로 없을 것이다. 고객이 이용할 수 있는 이유를 마련해 주어야 한다. 땅이 넓은 미국에서 큰 도회지를 벗어나면 대중교통을 이용하기 힘들다. 렌트카를 하려 해도 렌트카 사무실까지 가고 오고 할 교통편이 애매하다. 그런 불편을 앞장서 해결해주며 엔터프라이즈는 공항이 아닌 그야말로 동네 안에 뿌리를 내린 풀뿌리 렌트카 기업으로서 자신만의 영역을 구축하기 시작했다.
 
엔터프라이즈를 두 번 이용하고 나서 회사우대계약의 비용 측면에서의 이점을 떠나 나 같은 경우는 다른 면에서 엔터프라이즈의 효능을 발견했다. 한국에서 날아와 미국 동부의 공항에서 렌트카를 하는 경우, 14시간 정도의 비행으로 녹초가 된 이후에 가방을 끌고 셔틀버스를 타거나 모노레일을 정류장에 가서 타고는 보통 한참을 기다린 후에 답답하기 그지없는 서류 작성 과정을 거친 후에야 차를 받게 된다. 최소한으로 잡아도 30분 이상이 소요된다. 공항터미널에서 나와 바로 택시를 탔으면 웬만하면 호텔이나 일이 있는 사무실까지 도착할 시간이다.
 
렌트카를 포함한 교통비를 회사의 비용으로 처리하는 입장에서 굳이 골치 아픈 과정 거치지 않고, 택시를 타고 호텔에 와서 쉬거나 사무실에 가서 일을 보고는 원하는 시간에 엔터프라이즈를 부르는 게 훨씬 편했다.
 
처음 엔터프라이즈는 가격경쟁력만이 있었지만 나중에는 가격보다는 픽업 서비스가 먼저 연상이 되었다. 그리고 픽업 서비스라는 특정한 서비스를 떠나서 엔터프라이즈는 소비자의 여건을 적극적으로 고려해 배려하는 기업으로서 자리매김을 했다.
 
세심한 소비자 관찰로 새로운 마케팅 기획을
 
어찌 보면 작은 서비스가 특정한 분야를 넘어 확대 지향적으로 해석되고 효과를 발휘하는 경우가 꽤 있다. 내셔날렌트카는 소비자조사를 통해 가격에 민감한 고객들이 주차장에서 차를 찾을 때 스트레스가 심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왜냐하면 회사 출장비용으로 렌트카를 사용하는 다수의 프리미움 고객들은 1990년대 중반의 나처럼 자주 렌트카를 이용해서 주차장 지리나 차를 찾고 빠져나가는 과정 등에 익숙했다. 이에 비해 가격에 민감한 고객들은 렌트카를 자주 이용하지 않았기 때문에 차를 찾아서 점검하고 주차장을 나가기까지가 만만치 않은 과정이 되었다.
 
내셔날렌트카는 자주 렌트카를 이용하지 않는 고객들의 스트레스를 줄여준다는 목적으로 주차장의 아무 차나 골라서 타고 갈 수 있는 'Pick Any Car' 옵션을 도입했다. 맘대로 선택할 수 있는 자유와 권한을 주었다며 대대적인 프로모션을 했다.피동적으로 배차를 받는 것이 아닌, 차를 스스로 고른다는 효과는 아주 컸다. 무엇보다 내셔날렌트카의 마케팅 테마, 소위 '세일즈 토크(Sales Talk)'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했다. '고객 우선'의 렌트카로서 내셔날렌트카의 돌풍을 몰고 오는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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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럭스멘>에 기고했던 내용 입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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