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9/17) 아침 여러 신문에 지난 2주내내 계속 된 일이지만 역시 싸이의 기사가 크게 나왔습니다. 싸이 자신이 트위터에 올린 트윗 중에서 그대로 가지고 온 ‘비현실적’이란 말이 오늘의 키워드입니다. 이는 ‘비현실적 매일’이라고 했는데, 정말 ‘강남스타일’ 전의 싸이와 한국 대중음악을 생각하면 정말 비현실적입니다. 실제 소설을 이렇게 썼으면 너무 비현실적이란 말을 들었을 겁니다.

 

싸이의 ‘위세’? 단어가 좀 어울리지 않는 것 같지만, 그냥 ‘인기’라고 하기에는 너무 밋밋할 정도로 싸이 열풍이 어디까지, 언제까지 갈지 모르겠습니다. 모두 아시다시피 싸이는 2주 넘어 미국에 가 있죠? 동부와 서부를 가리지 않고 누비고 다니고 있습니다. 서부에서 다저스 스타디움에 스타디움의 전광판에서 싸이의 말춤을 비춰주고, MTV 뮤직어워드에 깜짝 출연까지 했죠. 근래 뜨고 있는 토크쇼인 엘렌 드제너러스쇼에 나와 브리트니 스피어스에게 말춤 추는 법을 가르쳐 주었습니다.

 

급기야는 저도 미국에 있을 때면 자주 보던 아침 뉴스쇼의 최고봉이라고 할 수 있는 NBC 투데이쇼 중에서도 백미라고 할 수 있는, 스튜디오 바로 앞에 위치한 록펠러센터 중간 무대에서 생방송 공연까지 펼쳤습니다. 싸이가 공연을 한 NBC방송국, GE본사, 아이스링크 등이 있는 록펠러센터는 뉴욕의 대표적인 관광 명소 중의 하나로 뉴욕에 들르셨던 분이라면 많은 분들이 가보셨을 겁니다. 거기에 있는 NBC본사도 필수적인 관광코스 중의 하나입니다. 제가 예전에 미국에서 관광 가이드 아르바이트를 했는데, 단골로 가는 곳 중의 하나였습니다.

 

그 NBC본사에서 나오면서 꼭 들르게 되는 곳이 NBC샵입니다. 박물관에서 나오다 보면 동선을 묘하게 만들어서 박물관 샵, 곧 기념품점을 꼭 들르게 만들죠? 바로 그런 식입니다. 가면 NBC 로고가 새겨져 있는 머그컵, 티셔츠 뿐만 아니라, 각 쇼나 드라마 등 유명 프로그램들을 소재로 한 제품들도 넘쳐납니다. 가이드를 하면서 방송국 관계자들도 꽤 모신 편이었는데 그들에게 우리나라 방송국들은 왜 이런 우리 현대차로 치면 브랜드컬렉션 같은 것을 제대로 하지 못하냐고 꼭 얘기를 하곤 했습니다.

 

사실 NBC 방송국 관광의 하이라이트는 ‘Saturday Night Live(SNL)' 현장 방문입니다. 우리나라에서도 그 포맷을 그대로 들여와 장진 감독이 케이블TV에서 진행하고 있죠? 상당히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SNL현장 방문은 물론 실제 생방송이 진행되는 토요일에는 하지 못하고, 다른 요일에만 방문할 수 있습니다. 거기서 사람들은 본인이 직접 사회자 자리에 앉아서 카메라 테스트를 해보기도 하고, 방청객의 일원이 되어 박수치며 감격스러워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미국 SNL에 출연하며 전국적인 스타로 발돋움한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리고 SNL의 초대를 받아 얼굴 한번은 비추어야만 비로소 슈퍼스타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 무대에 바로 지난 토요일, 한국시간으로는 일요일 오전에 싸이가 출연을 했습니다. 그 장면한번 보시죠.

 

왜 그렇게 싸이의 강남스타일에 열광하는 것일까요? 싸이의 활약이 엄청나다보니 여러 가지 이유들이 전문가 분석이라고 나오고 있습니다. 이런 얘기를 하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싸이가 이렇게 뜨면서 아마도 가장 물먹은 건 박진영일 거야.” 왜 굳이 박진영일까요? 나름 K-Pop의 선구자로 한국 대중음악을 해외에 알리는 선도자 역할을 자임하고 있었습니다. 어릴 때부터 미국에 살아서 영어도 제법 되고, 힙합문화에 익숙하다는 것, 그리고 이국적인, 누구는 이종적이라고 하는 외모도 한몫했죠. 박진영의 PJY를 비롯하여 그 전의 SM, 그리고 YG 등의 K-Pop을 보면 너무 진부한 표현이지만 쫙 빠진 선남선녀 같은 애들이, 정확한 안무에 따라 잘 짜여진 동작을 하고, 닦여진 춤과 노래를 선보였습니다.

 

그런 노래와 춤이 세상에 처음 선을 보입니다. 방송이나 유튜브의 뮤비로 나오는 경우가 만죠. 그때를 전후하여 소위 예능에도 출연하고, 다른 가수들의 무대에 특별출연하여 살짝 티저형이나 트레일러 식으로 선보이기도 합니다. 일단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면, 그걸 보고 사람들이 평을 하고, 친구나 아는 사람들에게 알립니다. 트위터 용어로 하면 멘션을 합니다. 특히 노래나 춤 중의 하이라이트 부분, 훅킹하는 커버댄스나 커버송 부분을 따서 따라하고, 패로디를 만들어냅니다.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패로디를 만들며 놀이에 참여하고, 토네이도, 회오리처럼 세상을 휩씁니다.

 

그런데 보고 들으면 아시겠지만 박진영의 음악과 싸이의 강남스타일은 결정적인 차이가 있습니다. 박진영의 PJY뿐만 아니라 앞선 SM, YG 등의 아이돌 중심의 음악과 댄스와는 크게 다릅니다. 아이돌들의 음악과 댄스는 나름 완벽합니다. 댄스의 어느 한 동작이나 배경의 소품 하나, 노래의 음표 하나도 모두 역할과 목적이 있고, 꽉 짜여져 있습니다. 싸이의 뮤비 메이킹 필름을 보니, 그도 한 장면 한 장면에 쏟는 노력이 보통이 아니었습니다. 화려한 카메오 군단을 보면 알 수 있죠. 그렇게 노력하면서도 일부러 어설픈 느낌을, 헐거워서 사람들이 쑥쑥 들어갈 틈을 보여줍니다. 완벽함의 미학도 있지만 어설픔의 미학도 있습니다. 얼설프게 허점을 보여서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것은 모든 것을 완벽하게 보이게 만드는 것보다 한 수 위입니다.

 

지난 2008년 칸느광고제의 그랑프리 중의 그랑프리라고 할 수 있는 필름 부문 그랑프리를 차지한 작품이 있습니다. 영국의 초콜릿과 유제품을 중심으로 한 제과 회사인 캐드베리의 온라인광고입니다. 고릴라 하나가 나와서 필 콜린스의 노래에 맞추어 드럼을 칩니다. 천천히 시작했다가 미친 듯이 두들겨대죠. 제품에 대해서는 한 마디도 하지 않습니다. 마지막 부분에 밀크초콜릿 제품이 나타나고 그 밑에 ‘A glass and a half full of joy'라는 카피가 나오며 겨우 밀크초콜릿 광고였구나 하고 알게 됩니다. 어설프죠? 왜 이런 작품에 칸느는 그랑프리를 안겨 준 것일까요?

 

왜 이 작품이 나오게 되었는지 배경과 목적을 알아야 합니다. 한국에서는 초콜릿이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즉 인구통계학적인 속성에 따라 좋아하고 싫어하는 차이가 그리 크지 않습니다. 영국에서는 젊은이들이 초콜릿은 어린애들이 먹는 과자고, 아니면 단맛에 인이 박힌 노인들이나 먹는 거란 인식이 강해졌다고 합니다. 초콜릿 먹는 자체가 전혀 쿨(cool)하지 않은 행동이 된 거죠. 당연히 초콜릿에 대한 젊은이들의 관심이 떨어지는 것을 넘어서 거의 혐오식품의 반열에 초콜릿이 오르게 되었습니다. 그런 젊은이들에게 초콜릿의 특성이나 장점을 얘기하는 것은 의미가 없습니다. 보지도 않을뿐더러 본다고 하더라도 조롱의 대상이 되거나 반감만 불러일으키죠. 아마도 초콜릿이 좋다는 이유 100가지를 말해도 어느 한 가지 나쁜 얘기만 나오면 바로 그것을 가지고 초콜릿을 멀리 하는 자산의 태도를 합리화하는 데 사용할 겁니다.

 

캐드베리는 단지 궁금증을 자아내서 젊은이들이 서로 얘기할 수 있는 단초를 제공하는 것을 목적으로 삼았습니다. 그들이 고릴라를 가지고 이러쿵저러쿵 하다가 보면 캐드베리 웹사이트에도 들어올 수 있고, 초콜릿 그림도 보고 자연스럽게 초콜릿에 대한 감정도 완화되리라 생각했습니다. 자신들의 웹사이트로 젊은이들을 끌어들이는 것이 바로 목적이었습니다. 정확한 숫자를 가지고 있지 못하지만 목표치도 그리 높지는 않았던 것으로 압니다. 어쨌든 이 광고는 소위 대박을 쳤습니다. 온라인에 오른 지 3주만에 캐드베리 초콜릿에 대해 정확하게 어떤 인지도인지는 모르겠지만 60% 이상 올라갔다고 합니다. 어떤 인지도 지표라도 대단한 수치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4주만에 매출이 9% 상승했다고 합니다.

 

생애에 뭔가 굴곡이 있는 듯한 표정의 고릴라가 어설프지만 정열적으로 드럼을 두들기는 호기심을 자극하는 장치들이 이 광고에는 숨어 있습니다. 어찌 보면 그것은 빈 곳처럼 보입니다. 그런 빈 곳들이 바로 소비자들에게 참여하여 놀 수 있는 공간으로 인식됩니다. 우리는 사람들에게 한 치의 빈틈도 없이 너무 완벽한 모습의 결과물을 보여주려고 애쓰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바보가 되자’ 또는 ‘어리석어지자’고 부르짖는 청바지로 유명한 디젤의
 

캐드베리의 고릴라 얘기가 나오니 또 하나 캐드베리가 대단하게 느껴지는 점이 또 있습니다. 이 광고물을 만든 광고회사가 대단한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대체 이것을 어떻게 팔았을까요? 이 광고를 하면 매출이 5% 이상 오른다는 걸 입증하라고 했을까요? 혹시 그랬다면 광고회사는 어떻게 입증했을까요?

 

광고는 제품을 팔아야 합니다. 20세기 세계 광고계 최고의 인물이라고 할 수 있는 데이비드 오길비 선생도 광고는 제품의 특성을 얘기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오길비가 그렇게 얘기할 때와 매체 환경, 소비자가 정보를 얻는 통로가 너무나도 달라졌습니다. 기업이 직접 정보를 주지 않아도 지금의 소비자들은 여러 통로를 통하여 원하는 정보를 얻을 수 있습니다. 발신자로서 기업 측면에서만 생각하지 말고, 여러 정보통로를 가진 소비자 입장에서 생각해야 합니다. 캐드베리 고릴라는 제품 판매와의 연계성 측면에서 두 가지 시사점을 줍니다. 첫째, 눈에 보이게 직접적으로 매출 관련된 얘기를 하지 않더라도 매출을 올릴 수 있다. 둘째, 크리에이티브 결과물 하나로 판단하지 말고 전체 모든 그림을 보고 판단을 해야 된다는 겁니다.

 

싸이에서 시작해서 얘기가 길어졌습니다. 이제까지의 요지는 네 가지입니다.

1.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따라하거나 패로디를 만들며 놀도록 하는 게 대중예술에 중요하다

2. 일부러라도 어설프게 허점을 보여야 사람들이 놀 수 있다

3. 직접적으로 매출과 관련된 요소들을 보이도록 강요하지 말라

4. 내가 주는 일부분만을 보고 판단하지 말라. 소비자의 정보 수급세계 전체 그림을 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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