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스토리텔링’이란 단어가 마케팅을 포함해 여러 부문에서 회자되고 있다. 대부분 ‘스토리’보다는 이야기하는 ‘텔링’에 강세를 주고 있다. 요즘 같은 SNS시대에는 일방적으로 이야기하기 보다는 공동으로 창작하는 것을 염두에 두고 목표로 삼아야 한다. 

그런 측면에서 5가지 코드를 짚어봤다. 결론은 이야기의 극히 일부 원재료만을 제공하고 나머지는 사람들이 마음대로 창작해 갖고 놀게 하라는 것이다. 

1. 갈등과 대립으로부터 

스토리의 근간은 ‘기승전결(起承轉結)’이란 것을 초등학교 때부터 배웠다. ‘일어날 기(起)’ 무엇이 일어날까? 바로 갈등이다. 관계된 사람들 간에 일어나는 문제가 전혀 관계없는 이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킨다. 직접적인 관계가 없어도 좋다. 어쨌든 사람 사이에선 항상 갈등은 있는 법. 누구나 느끼지만 대놓고 얘기하지 못하는 갈등에 대해서 굳이 업종으로만 치면 관계가 없다고 하더라도 말할 수 있는 것은 아닌가? 그런 생각을 실천한 대표적인 기업이 바로 베네통이었다. 

올해 칸느광고제에서 베네통이 인쇄광고 부문에서 그랑프리, 곧 대상 수상자로 발표되는 시상식 현장에 있었다. 객석의 반응은 뚜렷하게 갈렸다. 엄청난 박수갈채가 터졌지만 동시에 여러 곳에서 야유가 터져 나왔다. 시상식 극장의 다른 쪽 구석에 있던 선배가 “베네통의 광고는 예전에 했던 것의 반복이야. 대상은 이해할 수 없어”라고 문자메시지를 보내 왔다. 역시 같은 시상식장에 있던 후배에게서는 “베네통은 역시 멋져요”라는 문자가 왔다. 

필자는 모 잡지에 기고한 칸느광고제를 결산하는 글에서 ‘올드 보이’ 베네통이 귀환을 환영하는 헌정물로서 대상을 준 것일지도 모르겠다고 표현을 했다. 다른 측면에서 보면 인간 세상에 있기 마련인 ‘갈등’과 ‘대립’을 풀자는 베네통의 일관된 노력에 대한 보상으로 볼 수도 있다. 널리 알려져 있듯이 베네통은 1980년대 말부터 거센 논란을 불러일으키는 일련의 광고를 집행했다. 수녀와 신부가 키스를 나누는 모습, 실제 총을 맞고 죽은 병사의 피 묻은 군복, 탯줄이 달린 상태의 신생아, 죽기 직전의 에이즈 환자를 그린 광고물 사진이 대표적이다. 옐로우 저널리즘과 같은 선정성 효과만을 노렸다는 비난이 일었다. 필자 역시 광고계에 몸담고 있는 입장에 앞서 보통 사람으로서 베네통이 지나치다고 생각했다. 

이번에 서로 대립 상태에 있는 정치 지도자들 간에 키스를 나누는 합성사진도 아이디어는 재미있으나 너무 장난스럽고 의도가 직설적으로 드러나는 것 같아 높이 평가하지 않았다. 그런데 정치지도자들 시리즈 이외에 동성애자, 소수 민족, 핍박받는 여성들을 다룬 이 시리즈 안의 다른 작품들을 보면서 베네통의 진정성이 와 닿았다. 갈등 상황을 극적으로 보여주면서 그것을 풀고자 하는 베네통의 의도를 가슴으로 느끼게 된 것이다. 

어느 업종이나 대부분 기업들 간의 치열한 경쟁이 있기 마련이다. 경쟁 속에 갈등 상황이 일어난다. 그런 갈등을 제품의 속성에 한정해 특정한 제품 속성과 기능만을 가지고 대부분의 싸움이 벌어진다. 싸움터가 좁다 보니 이전투구(泥田鬪狗)가 되기 쉽다. 그야말로 서로를 갉아먹는 레드오션의 싸움이 벌어진다. 사회적인 갈등과 연계해 자신의 위치를 규정지을 필요가 있다. 조지 오웰의 소설 <1984>를 가져다가 IBM을 획일적 사회를 강제하는 ‘빅 브라더(Big brother)’로, 자신은 그에 맞서는 혁명가로 묘사한 애플의 ‘1984’ 광고가 단 한 번 방영이 됐지만 두고두고 회자되는 그 원천은 바로 대립과 갈등의 구조를 극적으로 표현한 데 있다. (계속)------------------------------------------<럭스멘>에 기고한 글의 일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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