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처(妻)가 자기 블로그에 칸느에 살며 고급 민박을 하는 아주머니가 나타났다고 한다. 자기 블로그 친구의 친구라고 한다. ‘우리 남편이 매년 거기에 가는데요’ 정도 얘기하고 말았다고 하는데, 그 아주머니에게 흥미로운 부분이 많았다. 한국에 계실 때 가수로 활동을 했다는데, 그렇게 유명했던 것 같지는 않았다. 남편이 프랑스 외교관 출신으로 은퇴했는데, 큰 농장을 꾸미면서 농장 한켠의 집에 민박할 사람을 들이고 있다 한다.



마침 서울에서 출발하는 다른 일행보다 하루 일찍 도착하는 일정이었는데, 호텔 사정상 하루를 다른 곳에서 묶고 원래 예정했던 곳에 들어가야만 했다. 하루를 왕년의 가수 분이자 처의 블로그 친구 집에서 묶으면 어떨까 싶어서 처에게 연락을 하라고 했다. 처가 블로그를 통해 쪽지를 전하자 바로 전화번호와 홈페이지 주소 등이 왔다고 한다. 전화를 했는데, 왕년의 가수 아주머니는 한 다리 건너 친구라 그런지 처를 잘 알지 못했다. 하루 숙박은 받지 않는다고 하셔서, 숙박은 그렇고 혹시 구경삼아서라도 한번 들르겠다고만 얘기하고 전화를 끊었다.



칸느에 도착하여 현지 주재원들과 식사를 하며 구체적인 일정을 협의하는데, 모두 신선한 이벤트 거리가 없다며 걱정 겸 투덜거렸다. 그들에게 민박집 얘기를 하며 그곳에서 바비큐 파티가 가능할지도 모르겠다고 얘기했다. 한 친구의 눈이 반짝거리며 바로 전화번호를 받아서 협의를 하기 시작했다. 놀라운 실행력이었다. 이틀간에 걸쳐서 아주머니와 논의를 하더니 그 친구는 결국 어느 날 저녁의 바베큐 파티라는 행사를 만들어냈다.



생각보다 꼬불꼬불한 시골길을 거쳐 저녁 무렵 민박집에 도착하여 다른 일행보다 앞서 아주머니께 인사를 드렸다. 전화한 사람이었다는 것만 기억하시고, 처 이름을 대며 말씀드리니 여전히 잘 모르시겠다고 하셨다. 어쨌든 다리를 놓아주어 고맙다며 살갑게 대해주셨다. 너무 늙었다고 사진을 찍지 않으시겠다는 것도, 실제 소개를 해준 처에게 보고를 해야 한다며 부탁드리자 기꺼이 응해 주셨다. 파티는 멋진 경치와 바비큐에 딱 어울리는 선선한 바람 속에서 할머니의 입담과 요리, 할아버지의 한국과의 인연 얘기 등이 어우러져 아주 즐겁게 돌아갔다. 할머니는 원래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유명했던 가수셨고, 할아버지께서는 외교관이 아닌 은행에서 줄곧 일을 하신 후 은퇴하셨다.

아주머니와 찍은 사진을 카카오톡으로 처에게 보냈다. 바비큐 파티 시작하자마자 보냈는데, 그 시간이 한국은 3시 경인지라 파티가 끝날 즈음에 회신이 왔다. 자신의 블로그 닉네임인 ‘브OO' 남편이라고 얘기해 보라는 것이었다. 파티를 끝내고 나가면서 아주머니께 ’제 처가 브OO이에요‘라고 얘기하자마자, 할머니 표정이 달라지셨다. “아니 이럴 수가! 브OO님이야 잘 알지! 진작 그렇게 얘길 하시지.” 그러면서 어떻게 당신이 ’브OO님‘과 인연을 맺게 되었고, 서로 댓글 주고받은 얘기를 한참 하셨다. 



아주머니께서 ‘브OO'남편이라고 하자마자 그렇게 반색을 하시고 좋아하셨다고 보고를 하자, 처가 바로 답신을 보냈다. “나, 그런 사람이야!” 온라인상의 ‘또 다른 나’라는 표현이 실감되는 순간이었다. 예전에 이 지면에 <접속의 시대-이름을 잃은 또 다른 나>라는 졸문이 기억났다. 글 중에 ‘인터넷ID로만 존재하는 인간’에 대한 부분이 특히 기억이 났다. 사람이 살아가는 데, 온오프의 균형이 맞추어지면 좋겠지만 그렇게 되지 않을 경우 어느 한쪽에서만이라도 인정받고 즐겁게 사는 게 낫지 않을까? 온라인을 오프라인에서의 상처를 치유하고 위안 받을 수 있는 공간으로 받아들이면 어떨까? 그래서 오프라인에서 다시 힘을 내어 달릴 수 있게 하는 충전소와 같은 공간으로.



민박집으로 운영하는 게 큰돈이 될 성 싶지는 않지만, 아주머니와 남편 분께는 생활에 큰 활력이 되고 있었다. 칸느에서 가깝다고 하더라도, 큰길에서 상당히 들어간 위치상 인터넷이 없었다면 민박운영은 불가능했다. 인터넷을 통해 민박의 존재를 알리고, 찾아오는 사람들과의 오프라인 만남이 이루어지고 있다. 그 만남이 두 분의 생활을 지탱하는 힘이었다. 집으로 돌아왔더니 이미 아주머니와 인터넷에서 우리 바비큐 파티를 비롯한 여러 소식들을 주고받은 후였다. 아주머니께서 어쩌고저쩌고 말씀을 하셨다는데, 경상도 사투리 어투로 전한다. ‘아주머니는 개성 분이시던데’했더니 인터넷에서는 경상도 어투를 쓰신단다. 온라인에서는 경상도 아주머니로 하고 싶으셨나?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는 ‘또 다른 나’야 어떤 이라도 안 될 것이 무어가 있겠는가?


* 아래는 위에서 언급했던 <접속의 시대-이름을 잃은 또 다른 나>  링크


http://w.hankyung.com/board/view.php?id=_column_153_1&no=2&ch=comm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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