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온라인 상에 게재된 마몽드 광고물과 관련해 많은 분께 심려를 끼친 점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해당 광고는 제품의 콘셉트를 경쾌하고 재미있게 보여주고자 하는 의도로 제작되었으나, 일부 적절하지 않은 내용을 담고 있었습니다. 고객 여러분의 애정 어린 말씀에 감사드리며, 앞으로 더욱 신중하고 사려 깊게 고객님께 다가가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연애’와 ‘쇼핑’이 여성 관심의 전부가 아니다












        올해 4월말 아모레퍼시픽의 마케팅부문장이 회사의 공식 홈페이지에 올린 사과문이다. 문제가 된 광고에서 현재 인기절정을 달리는 걸그룹의 일원인 모델이 명품백을 장만하려 고민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기본적으로 돈을 많이 모아야 한다. 그래서 “잠을 줄여 투잡을 하고 돈을 모은다”, “친구와 절교하고 돈을 모은다”, “통장을 계속 보면서 돈을 모은다” 식의 얘기를 한다. 그런데 아주 손쉬운 방법이 있다. 남자친구를 사귀는 것이란다. ‘토탈솔루션’이란 광고하는 제품의 브랜드명처럼 단번에 문제를 해결한다는 것과 복잡한 피부고민을 한 번에 해결할 수 있고, 그러면 남자친구가 생긴다는 여러 가지 의미를 담았다. 여자라면 의당 명품백을 가지고 싶어 하고, 얼굴이 예쁘면 남자친구를 사귈 수 있고, 남자들은 여자가 원하는 것을 무조건 사주고 여자는 그것을 받는 수동적인 존재로 묘사했다.






        꼭 그럴 의도는 아니고, 사과문의 문구처럼 요즘 시대상에 맞춰 ‘경쾌하고 재미있게’ 보여주려 했던 것일 수 있다. 그렇게 믿고 싶다. 이 시리즈에 함께 나온 다른 광고물을 보면 동일한 여자 모델이 같은 회사의 남성적 매력이 넘치는 ‘짐승남 김대리’를 잡는 법을 얘기한다. 바로 토탈솔루션을 사용하여 예뻐지면 된다고 한다. 여자는 좋은 남자를 잡으려고 혈안이 되어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시리즈 전체가 여자는 애인과 명품백, 곧 연애와 쇼핑, 그리고 그들을 위한 외모 가꾸기에 올인해야 한다는 구시대적 고정관념을 기반으로 기획제작된 것 같다. 






        처음 이 광고를 보고, 이후 예상대로 논란이 일고, 회사 측에서 공식사과를 하는 것으로 사태가 진전되고 무마되는 전개를 보면서 여러 가지로 안타까웠다. 특히 해당 브랜드가 ‘마몽드’라는 사실에 더욱 마음이 쓰였다. 필자가 광고회사에 입사했던 1993년에 마몽드 광고는 이전의 화장품광고에 나타난 여성과 다른 모델상(像)을 제시하면서 선풍적인 화제를 불러 일으켰다. ‘산소 같은 여자’라는 핵심 카피와 함께, 전문직의 능력 있는 여성상을 전면에 내세운 것이다. 그저 여성 모델의 외모만을 부각시키는 그전의 화장품 광고와 선을 긋고, 여성들의 달라진 위상을 앞장서서 반영했다. 모델이 바로 이후 ‘CF퀸’으로 등극하고 현재까지도 최고 모델의 지위를 지키고 있는 이영애 씨였다. 그렇게 한국 화장품 광고와 브랜드 역사에 굵은 획을 그은 마몽드였다. 아무래도 세월이 지나면 그렇듯이 마몽드도 원래의 전문성과 활력이 옅어지고 노후해지고 진부해진 느낌이 있다. 그래서 마몽드를 젊은 고객들에게 계속 어필할 수 있는 브랜드로 만들려고 나름 노력한 것이 핀트를 잘못 잡은 것이 아닌가 싶다.












여성 독립만세에 동참하라












        여성에 대한 시각, 변화하는 여성의 욕구와 성향을 이용하는 측면에서 마몽드는 약간 시대착오적인 모습을 보여주었다. 마몽드와는 반대로 독립된 존재로 여성의 자존을 옹호하면서 현실적으로 자신을 위해 아낌없이 쓸 수 있는 고소득 여성들까지 겨냥하여 성공적인 성과를 이뤄낸 캠페인 하나가 생각났다. 특정 제품에 대한 여성들의 소비행태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킨 캠페인이었다. 태풍 카트리나가 덮치기 바로 전 해인 2004년 미국의 뉴올리언스에서 열린 광고회사에서 전략을 짜는 사람들의 연례 컨퍼런스에서 이 캠페인에 대해서 처음 알게 되었다. 거의 만장일치로 최고의 전략에 주는 상을 거머쥐었다고 했다. 수상소감과 함께 캠페인 전반에 걸쳐 소개를 할 때는 거의 락 콘서트와 같이 열광적인 반응이 객석의 전략을 짠다는 무리들에게서 나왔다. 그 정도로 감동적이고 획기적인 캠페인이었다.






        ‘다이아몬드는 영원히(A diamond is forever)’란 마케팅 역사에 길이 남을 슬로건으로 유명한 다이아몬드 업계의 절대 강자인 드비어스(De Beers)에 1990년대부터 그늘이 드리워지기 시작했다. 다이아몬드의 매출이 정체 혹은 어떤 해는 하강하는 모습이 반복되고 있었다. 어찌 보면 당연했다. 결혼식이나 청혼 시 예물로 쓰는 반지에 다이아몬드가 가장 많이 쓰인다고 한다. 그런데 결혼식 자체가 줄어들고, 반지 없이 간소하게 치러지는 경향이 심했다. 기념일 같은 경우에도 다이아몬드 반지나 팔찌, 목걸이 등의 선물을 주고받기 보다는 여행, 명품 의류나 장식품 등 대체용품들의 소비가 계속 늘어났다.






          드비어스는 다이아몬드의 주소비층인 여성들의 소비성향과 의식 전반을 세 가지 측면에서 주의 깊게 보았다. 첫째는 다이아몬드 소비라는 직접적인 영역이었고, 둘째로 전반적인 소비 행태, 마지막으로 정서적인 변화였다. 이를 통하여 역시 세 가지를 발견했다. 우선 다이아몬드가 닿지 못한 미답의 영역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바로 여자의 오른손이었다. 보통 반지는 왼손 넷째 손가락에 낀다. 반지 없는 오른손에 반지를 끼워보자는 논의가 시작되었다. 여분의 반지를 살만한 고소득 여성들이 늘고 있었다. 사람들은 여분의 돈이 있다고 당장 필요한 물품이 아닌 이상 바로 사지는 않는다. 물리적인 필요성이 없는 제품의 경우, 정서적인 가치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고가의 럭셔리 제품인 경우 더욱 그러하다. 구입하여 착용하거나 사용한다는 자체로 자신의 경제력을 과시하는 효과도 있지만, 그 이상의 의미와 명분을 지니고 있어야 한다. 드비어스는 그것을 바로 증대한 여성들의 사회적 파워에서 찾았다. 왼손에 낀 반지가 사랑하는 상대에 대한 헌신과 애정을 담보하고 증거하는 전통적인 가치를 담고 있다면, 오른손에 끼는 반지로는 홀로 설 수 있는 존재의 상징물로 만들자는 전략이었다.






        제품이 진출하지 못한 미답(未踏)의 공간, 여분의 구매를 할 수 있는 경제력, 향상된 사회적 지위를 입증하고 보이고자 하는 욕구가 어우러져 여성들을 대상으로 한 ‘오른손에 끼는 반지 캠페인(Right hand ring campaign)'은 엄청난 성과를 거두었다. 결혼 예물용 반지 이외의 반지 매출이 15%가 늘었다고 한다. 전체 다이아몬드의 매출 자체도 상승세로 돌아섰음은 물론이다. 그리고 여성들이 스스로 자신에게 선물하는 ’오른손에 끼는 반지‘가 다이아몬드 제품의 한 품목으로 완전히 자리를 잡았다.






        처음 오른손 반지 캠페인에 대한 발표에서 흑인 여자배우로는 처음으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탔던 할 베리(Halle Berry)가 토크쇼에 나와서, 반지를 낀 자신의 오른손을 보여주며 성적 평등이라는 사회적 메시지를 큰 행동과 소리로 전달하는 것을 보았다. 유명 방송인인 케이티 커릭(Katie Couric)도 역시 방송에 출연해 자신 오른손의 반지를 보여주며, “많은 여자들이 충분히 돈이 있으면서, 왜 남자들이 다이아몬드 반지를 사줄 때까지 기다리고 있는 거야?”라고 말하는 것을 보았다. 두 명 모두 자발적으로 한 언행이었다. 목표고객의 소득이나 나이 등에서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명품백을 조달하기 위하여 남자친구를 만들라는 메시지와의 차이가 극명하게 나타나지 않는가?

--------------------------------------<럭스멘>에 실은 원고 일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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