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텔레비전의 R회장을 동시통역사로서 수행하며 일본 최대 광고 대리점 D사를 방문한 적이 있다. 러시아라는 새 시장에 진출하려던 D사가 자사 홍보를 목적으로 제작한 비디오를 한참 보여주었는데 R회장이 터져 나오는 하품을 억지로 참으면서 투덜거렸다.
“타사 홍보를 책임지고 있는 회사일수록 자사 홍보는 서툰 법이지.”
(요네하라 마리의 <속담인류학> 23쪽)
여기에서 D사는 일본 최대의 광고 회사인 덴츠(電通)이다.

‘93년 제일기획 입사를 시작으로 지금 이노션에서까지 모신 사장님들이 다섯 분이다. 그런데 모든 분들이 위의 러시아 기업의 회장과 거의 똑같은 말씀을 하시는 걸 들었다. 보통 "남의 광고는 잘 해주는 사람들이 자기 광고는 너무 못해" 식으로 말씀들 하셨다. 여기서 ’자기‘는 개임으로서 자신을 말하는 것이 아니고, 회사를 지칭하는 것이었다. 회사에서 자랑할만한 일들을 했는데, 그것을 제대로 홍보를 못한다고 가볍게 혼낼 때 그런 표현을 똑같은 표현을 쓰며 하셨다.












"커뮤니케이션 회사라는데, 커뮤니케이션이 너무 안 돼"












이 말도 거의 모든 분들이 하셨다. 사내 소통이 엉망이라는 질책과 함께 나오는 말이었다. 보통 인사 부문이 타겟이 되는 경우가 많았다. 한편으로 사장님이 지시를 했는데, 연관된 부문에서 모르고 있을 때 쓰인 경우도 많았다. 그러고 보니, 광고회사 사람들이 너무들 말을 안 듣는다며 다른 업종에서 오신 사장님들이 또 비슷하게 쓰신 표현이 있다.












“(전의 회사는)암시만 해도 알아서들 움직였는데, 지시를 해도 안 움직여.”












자기 광고에 신경 쓰게 되면 다른 이의 광고를 맡아서 잘 할 수 없다. 광고하는 사람은 익명의 존재로, 음지에 있어야 한다. 어느 친구 하나는 “광고 회사 AE의 목표는 자기와 일하는 광고주 담당자의 승진”이라고 했다. 거기에 광고회사에 일하는 자신의 몫이란 없다. 그래서 광고회사는 자기 홍보는 좀 못해도 된다고 생각한다. 자기 것을 잘 만들어놓아서 행여 광고주가 기준을 거기에 맞추면 어쩔 것인가? ‘이 놈들은 고객이 아니라 자기 네 것에만 신경 쓰는군’하고 생각할 지도 모른다. 자신의 홍보에는 적당히만 신경 쓰자. 고객의 홍보가 우선이다.












큰 광고회사일수록, 특히 상대적으로 협소하고 경쟁이 치열한 국내 시장에서는 동일 업종 안에서 경쟁 관계에 있는 회사들을 광고주로 갖게 되는 경우가 있다. 이럴 경우 별개의 본부에 배정하고, 양 측에 관련 정보 보안을 철저히 시킨다. 대부분의 기업에 광고 관련 정보는 최고 기밀사항에 속하는 경우가 많다. 신제품의 출시 시기, 성분과 특색, 모델 정보 같은 것들이 모두 광고와 연관되어 있다. 경영대학원 다닐 때 ‘윤리경영’이란 과목에서 슈퍼마켓에서 계산대 줄에서 한 사람이 자기 회사 어느 제품이 광고를 곧 시작할 것이란 얘기를 했고, 그것을 들은 사람이 그 회사의 주식을 샀다고 한다. 그 둘 중의 하나인가, 둘 다인가 ‘내부자거래’로 처벌을 받았다고 한다. 그러니 부서 간의 커뮤니케이션이 그리 활발하지 못한 것도 좀 인정을 해주셔야 하는 것 아닐까?












예전 회사의 사장님 한 분은 ‘일사불란(一絲不亂)’이란 말을 아주 싫어하셨다. 시킨다고 그대로 바로 따라 해서는 창의성을 발휘하는 조직이 되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선배, 상사에게라도 대들고, 다른 소리를 내라고 강조를 하셨다. 사실 광고하는 사람들이 좀 삐딱할 필요는 있다. 요즘 그런 면에서 지나치게 회사원이 되어가는 경우를 많이 본다. 한편으로는 삐딱함이, 튀려는 의지가 지나친 친구들도 꽤 눈 에 띈다. 그를 위한 중용(中庸)의 인간상은 무엇일까? 중용의 길은 어디에 있을까? 고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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