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과의 첫 만남, 이후의 변화












        요즘 모신문에 연재되고 있는 IMF 시절ㅡ 곧 김대중 정부 초기에 금융계와 대그룹을 중심으로 구조조정을 진두지휘했던 분의 당시 회고기를 흥미롭게 읽고 있다. 그런 종류의 회고록이 그렇듯이 몰랐던 내용을 알게 되는 것도 있고, 알고 있던 것이라도 관련된 인물들 내부의 갈등과 뒷얘기를 듣는 재미가 쏠쏠하다. 무엇보다 동시대 인물의 회고록은 자신은 그 때 무엇을 하고 있었나 되짚어 볼 수 있어서 더욱 좋다. 필자는 1998년의 초중반은 주로 두 가지 일을 하느라 바빴다. 하나는 그 전해, 보다 정확하게 얘기하면 1995년부터 시작했던 삼성의 해외 브랜드 전략을 그룹 전체에 실행할 수 있게 정리하는 것이었다. 둘째는 컨설팅 프로젝트를 만들려 기웃거리고 혹시 된다 싶으면 제안서를 써서 팔러 다니느라 정신이 없었다. 워낙 시절이 바로 돈을 벌어야만 해서, 원래 지원조직이었던 ‘연구소’까지도 실적부서로 바뀌었었다.












        원래부터 해오던 삼성 브랜드 관련한 일과 안 되는 돈벌이하러 바빴던 필자에게 갑자기 새로운 일거리가 안겨졌다. 그 해 초부터 전자업계를 중심으로 어떤 단어 하나가 서서히 트렌드의 핵심어로 떠오르고 있는 것은 감지하고 있었다. 전자업종의 ‘변곡점’이 된다는 얘기가 들려와서, 한참은 변곡점을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가를 가지고 한참 토의하기도 했다. 그 단어가 바로 ‘디지털(Digital)'이었다. 처음 광야의 불씨 하나처럼 시작된 디지털이란 화두는 서서히 그 불길이 타오르기 시작했고, 1998년 후반에 접어들면서 디지털로의 전화(轉化)를 가장 효과적으로 커뮤니케이션할 방법을 만들라는 지시를 받았다. 그 전해에 만들었던 브랜드전략을 디지털이란 기술이 가져올 시대적 변화와 맞물려 적용할 방법을 구체화하는 것이었다. 그를 통하여 사내에는 전체 비즈니스전략의 변화를 임직원들에게 알리고, 동참하도록 만들고, 사외에는 다른 경쟁자들과 차별화하여 앞서 나가는 기업으로서 이미지를 구축한다는 목표였다. 가장 눈에 띄고, 의지를 보이는 데 자주 활용하는 새로운 슬로건을 만들기로 했다. 디지털과 직접 연계한 슬로건 제정이라는 과제가 정해졌다. 나름 본격적으로 디지털에 대한 공부를 하기 시작했다.





        





        디지털은 세 가지 측면에서 정의하고 활용할 수 있다.





        첫째, 신호를 보내거나 표현하는 방식으로 연속된 물리량을 표현하는 아날로그와 대비되어 0과 1이라는 숫자로 불연속인 상태의 디지털이 있다. 디지털의 근원적인 출발점을 얘기한다. 이로부터 둘째와 셋째가 파생된다.












        둘째로 기존의 매체와 구분된 매체로서 디지털을 생각할 수 있다. 신문, 잡지, 전통TV와 같이 일정한 양을 주어진 그대로 보는 것이 아니라 수용자가 선택할 수 있고, 가공할 수 있는 여지가 있는 것을 우리는 디지털 매체라고 했다. 인터넷이 대중화되면서 디지털 매체의 대표로서 인식되었다.












        셋째, 도구(Device)로서 디지털제품들이 나왔다. 주로 기존 전자 제품과 대비되어 디지털 원리와 기술을 활용한 제품들이 나왔다. 기존의 제품들에도 ‘디지털’이란 이름을 붙여서 시장에 다시 내놓기도 했다. 같은 품목에서 아날로그와 디지털 제품의 차이를 극명하게 보여준 것이 바로 핸드폰이었다. 기존의 아날로그 방식 핸드폰에 치중했던 전통의 절대 강자인 모토롤라가 발 빠르게 디지털 핸드폰으로 주력 제품을 전환한 노키아에 1위 자리를 뺏긴 것은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세력 교체를 상징적으로 보여준 사례였다. 근래 노키아가 허덕이는 모습은 종래의 디지털과 다른 스마트폰으로 대표되는 더욱 ‘기동성이 뛰어나고 똑똑한(Mobile+Smart)' 차원이 다른 디지털의 세계가 열렸음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1990년대 중반까지의 디지털을 제 1세대라고 한다. 이때는 불연속적으로 0과 1로 나눈 신호 처리 혹은 작동기술로서 제품 내에 존재했다. 일반 대중에겐 컴퓨터와 같은 전문가들만이 다루는 별세계의 기술로 볼 수도 당연히 알고 있지도 못했다. 도구로서 PC와 핸드폰이, 매체로서 인터넷이 대중화하면서 디지털이란 용어 자체가 친숙하게 퍼진 시기가 ‘90년대 후반에서 2000년대 후반까지가 바로 디지털 2세대이다. 위에서 언급한대로 스마트폰의 급속한 보급과 함께 열린 디지털 3세대의 새로운 매체는 누구나 잘 아는 바로 SNS이다. 스마트폰과 SNS만큼 빠르게 전 세계적으로 1억 명 이상의 사용자를 확보한 미디어 관련 기기와 매체는 없었다.  












        작년에 직접 감수를 맡았던 <서드 스크린>(척 마틴 지음, 장세현 옮김, 박재항 감수, 비즈니스북스 펴냄)이란 책에서는 제목 그대로 스마트폰으로 대표되는 현재를 ‘서드 스크린의 시대’로 규정했다. 제 1 스크린은 몇 십 년 전부터 우리가 보기 시작했고, 지금도 우리가 즐겨 보는 TV를 말한다. 제 2는 컴퓨터 모니터의 스크린이다. 제 3은 아이폰이나 아이패드와 같은 스마트폰과 모바일인터넷 기기를 말한다.












        제 1, 2의 스크린인 TV, 컴퓨터는 어느 한 곳에 고정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공동의 목표, 즉 업무나 즐거움을 위하여 함께 시청하곤 한다. 이에 비하여 제 3의 스크린인 모바일은 완전히 개인에 붙은 기기이다. 24시간 함께 하고, 몸에 붙어 다닌다. 그래서 모바일은 개인적이며, 1:1대화와 마케팅이 가능하고, 항상 움직이는 이동을 함께 하며 그래서 즉각적인 반응을 불러 올 수 있다. 그리고 작년 세계 정치권의 가장 큰 뉴스라고 할 수 있는 아랍권의 재스민 혁명에서 보듯이 모바일이라는 단어와 어울리게 국가 간의 경계를 뛰어넘으며 가장 글로벌화한 기기이기도 하다.












        이러한 기동성은 마케팅에서의 ‘시간, 공간, 1:1’의 한계를 깼다. 24시간 함께 하고, 어디를 가나 같이 가고, 개인이 자기에 맞춰서 소통 통로를 만든다. 좋게 말해 한계가 깨어진 것이지만, 사실상 마케팅이 새로운 영역으로 확대되었고, 그래서 기업들에게는 큰 도전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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