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발적이고 엽기적인 애증(愛憎)의 표현과 거침없는 욕망의 추구 

두려움으로 지탱이 되던 사회에서 개개인이 즐거움을 추구하는 메가트렌드로의 변화를 서울대학교 소비자학과의 김난도 교수는 프로이드의 이론에서 힌트를 얻어 타나토스(Thanatos)에서 에로스(Eros)로의 변화라고 정리했다. 아주 쉽게 필자는 죽음에 대한 두려움으로 움츠려 들었던 시대에서 성적(性的)인 요소로 대표되는 쾌락을 마음껏 표출하고 발산하는 그런 시대로 접어들었다고 해석한다.

예전의 광고에서 사랑은 ‘사랑해요, LG'에서처럼 한마음으로 외치지만 개념적인 것이었거나 남녀 간의 사랑이라도 플라토닉적이고 청순한 표현에 머물도록 자기검열의 수위를 미리 조정해 놓고 있었다. 그런 숭고한 사랑에 감화를 받기도 하고, 스타 남녀들의 로맨틱하거나 스펙타클한 사랑 모습에 동경은 하지만 그것이 나 자신의 상황과 느낌으로 일체화, 감정이입의 상태로까지 진화하기는 힘들었다.

자동차로는 파격적으로 '섹시(Sexy)'를 전면에 내세운 현대차의 투싼은 자동차를 타는 사람들의 감성 가장 깊은 곳으로 바로 치고 들어간다. ‘집에 아무도 없어서 혼자 있기 무섭다’는 여자 친구에게 쿨하게 ‘문단속 잘하라’, ‘혼자 여행 가도 되냐’고 묻는 데 물 한 모금 꿀꺽하면서 아무렇지도 않게 ‘그럼’이라고 대답하는 남성. 거기에 자막이 뜬다. ‘지나치게 Cool하신 당신에게 투싼이 묻는다.’, ‘언제까지 Cool한 척 할 것인가?’

이 광고를 만든 팀에서 사내게시판에 광고물을 처음 올리면서 “혹시 광고물을 보고 찔리는 분 계시지 않나요?”란 멘트를 달았다. 정말 찔리는 사람이 있을 것 같다. “TV를 통해 광고를 접하는 남성이라면 당장 투싼ix에 여자친구를 태우고 떠나고 싶은 생각이 들도록 하고 싶었다. 쿨한 척하는 가면을 벗고 솔직한 모습으로 투싼ix와 함께하는 도발적 일탈을 꿈꾸게 하고 싶었다”(동아일보 2010년 6월 5일자 [아하! 그 광고]중에서)는 시청자의 감성을 자극하려는 담당자의 의도가 와 닿는다.

세계 최대의 다이아몬드 회사인 드비어스는 아예 소비자들이 주인공이 되어서 감성 표현을 할 수 있는 일생일대의 이벤트 자리를 마련해 주었다. 다이아몬드는 반지로 가장 많이 소비되고, 반지는 청혼할 때 가장 많이 사용된다. 이 두 가지를 연결하여 드비어스는 ‘08년 크리스마스를 전후하여 센트럴파크에 다이아몬드반지 형태에 자신들의 다이아몬드로 꾸며진 청혼무대를 설치하고 실제 그 곳에서 청혼을 할 기회를 주었다. 그리고 청혼이 이루어지는 순간을 청혼무대를 둘러싼 카메라들로 촬영하여, 두 당사자가 영원히 간직할 수 있도록 선물로 주었다. 그 유명한 ’Diamond forever(다이아몬드여 영원하라)‘는 드비어스의 슬로건과도 바로 연계까지 시킨 것이었다.



엽기적인 광고 캠페인으로 유명한 의류회사인 디젤은 사랑의 표현을 비롯한 모든 분야에서 스마트한 가면을 떨쳐버리고 바보가 되어보자는 ‘Be Stupid’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다. 올해 초부터 시작된 이 캠페인은 기존과는 다른 방향으로 생각하고 행동하고 시도해 보자는 넓은 영역의 얘기를 하고 있다. 광고에 보이는 것처럼, ‘비판만하는 똑똑이보다는,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바보가 되자(Smart critiques. Stupid Creates.)’라든지, ’바보는 실패의 교훈이라도 얻지만, 똑똑이는 아예 시도조차 하지 않는다(Stupid might fail. Smart doesn't even try.)‘는 경구를 창의적이고 눈에 띄는 비주얼과 함께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기존 디젤의 커뮤니케이션의 기억과 연계되면서 아무래도 가장 사람들의 눈에 띄는 것은 역시 성(性)과 관련한 시각적 표현들이었다.
 

침대 아래 숨을 죽이고 있는 나체의 여성

과 뭔가가 벌어지고 있는 침대 위의 광경은 똑똑이들의 의도된 것(Plan)은 아니지만, 상상력을 발휘된 이야기(Story)를 만들어내게 한다. 어디나 그렇지만 똑똑이들은 머리(Brains)로 온갖 고민을 다하지만, 실제 가슴 따위 ‘봐라’고 제낄 수 있는 배짱(Balls)은 없다.

엽기적인 섹스어필이 디젤 커뮤니케이션의 근간을 이룬 역사는 길다. 이번의 스튜피드 캠페인 이전 2008년 디젤은 기념비적인 광고를 하나 내놓는다. ‘80년대를 풍미했던 포르노 필름들을 장난스런 애니메이션으로 옷을 입혀 사람들의 복고조적인 흐름에 맞추어 감추고 싶은 추억들을 코믹스럽게 재현한 ’SFW XXX'란 작품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가지고 있지만, 감추고 있는 감성을 패로디나 조롱을 통하여 코믹하게 내놓는 디젤에 비하여, 보다 심각하고 직접적인 접근법을 써서 화제가 된 기업도 있다. 바로 종교나 인종분쟁과 같은 이슈들을 정면으로 있는 그대로 재현하는 형식으로 논란을 일으키며 화제가 되었던 베네통의 일련의 광고물들이다.

베네통이야 종국적으로 인종간, 종교간의 분쟁을 뛰어 넘는 사랑을 추구한 것이지만, 광고의 기법으로는 증오의 감정이 우선이다. 혐오와 경멸의 대상으로 정치인들만큼 자주 쓰이는 대상도 없다. 중국의 문화혁명기의 광기(狂氣)어린 인간상을 곤충에 비유한 해충제나 조지 부쉬 대통령을 가져다가 보다 가치 있게 종이를 쓰는 방법을 제안한 광고들은 미움으로부터 시작하여 유머의 코팅을 그래도 입혀 사람들의 감성을 건드리고 있다.

‘욕망’은 광고에서 직접 언급하기에는 아직도 위험한 단어이다. 욕망은 ‘바램’이나 ‘희망’으로 순화되고, ‘미래’를 그래도 보다 가깝게 표현하는 ‘내일’로 표현된다. 그리고 곧잘 미래와 희망을 상징하는 오브제로 ‘아이’가 쓰인다. 현재 방영되고 있는 삼성그룹의 ‘두근두근 Tomorrow'나 ’09년 화제를 불러일으킨 다큐멘터리 기법을 활용하여 제작한 웅진코웨이의 ‘출산’이 대표적이라 할 수 있다.

이제 욕망은 보다 현실에 발을 붙이며, 기존의 표현상의 금기라고 치부되던 장벽을 넘어, 직접적인 표현으로 용감하게 발을 내딛는다. 올해 방영을 시작한 현대캐피탈의 기업광고는 “현대캐피탈이 믿는 열 개의 신(神)이 있다”는 헤드라인으로 현실 밖의 세계에 존재하던 종교의 신(神)과 현실에 너무 강하게 결부되어 있어 차마 언급을 회피했지만 금융의 본질인 수(數)를 절묘하게 연결시켰다.

천상과 지하의 존재들이 그렇게 결합될 수 있었던 요인과 결과물이 바로 우리의 칠정(七情) 중 마지막인 ‘욕(欲)’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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