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입니다.

퇴근 후에 후배 두 사람과 택시를 탔지요. 여기자 모임이 있었거든요.

타고 있는 내내, 내리고 나서 한참 뒤까지 몹시 불쾌했습니다.

택시 운전자 때문이었지요.

반말조의 말 참견에 거친 운전까지....

여자들끼리 탄 게 만만했던 게지요.

 

살다 보면 정말이지 분하고 울화가 치미는 일이 많습니다.

위의 예처럼 사소한 일부터 

숱한 망설임 끝에 믿고 털어놨던 일이 순식간에 퍼져나가 사방에서 나를 찌르는 일,

오래 공들여 내편이라 믿었던 사람(조직)이 결정적인 순간 나를 외면하는 일...등

이럴 때 온몸과 마음을 뒤덮는 배신감은,

끔찍함이라고밖에는,

달리 어떻게 표현할 길이 있겠는지요.

 

"이렇게 저렇게 쏴줬어야 했는데..."

"딴 소리 못하게 한방 쾅 먹였어야 했는데..."하는 것부터

"진짜 총이 있다면"  "어떻게 복수하나"에 이르기까지...

밤잠을 못이루고, 자다가도 벌떡 벌떡 일어나고,

길 가다가도, 일을 하다가도, 밥을 먹다가도

분한 생각이 치밀면 갑자기 숨이 막힐 듯, 가슴이 답답해지지요.

 

저 역시 오랫동안 수많은 분노에 시달렸습니다.

"아버지가 뭘 하시냐"를 묻곤 점차 멀어지던 사람들에 대한 분노,

"전공이 뭐냐"를 묻던 사람들의 얼굴에 번지던 야릇한 표정,

여자라는 이유로 그렇게도 원했던 연수기회를 잃었을 때의 분노,

인사철만 되면 트집을 잡아 내가 화를 내도록 만들었던 사람에 대한 분노,

뭘 원하는지 뻔히 알면서도 애써 모른체 무시하고

"몰랐다"고 딴청부리던 사람들에 대한 분노....

 

아, 얼마나 많은, 얼마나 끔찍한 분노에 몸을 떨었던지요.

그러나 화를 내고, 속상해 하고, 복수심에 불탈수록,

마음은 어두워지고, 표정은 살벌해지고...

뿐인가요.

분노가 부르는 증오 때문에 괜한 사람들에게까지 적대감을 갖게 되고...

결과는?

무서운 외로움과 사태를 그 지경으로 만든 자신에 대한 미움만 남았습니다.

 

용서는 쉽지 않습니다.

자기 자신을 용서하는 것도, 남을 용서하는 것도....

그러나 저는,

어느 순간부터 모든 걸 용서해보려 노력합니다.

불쾌한 택시운전자를 만나는 것같은, 기분나쁜 작은 일부터

누군가 내 마음을 몰라주는 일,

나이먹은 여자라서, 개성이 강해 보여서,

메이저 신문사에서 근무하지 않아서....등등

온갖 이유로 물 먹이는 세상에 대해서 전부 말입니다.

 

모든 용서는 나를 위한 것이니까요.

가뜩이나 나이도 먹는데 분노와 원망으로

어둡고 칙칙하고 뿔통난 표정과 마음을 갖고 있는 건?

끔찍합니다.

무엇보다 저 자신이 미치도록 괴롭구요.

 

나를 용서하고, 나를 둘러싼 원망스런 상황과 사람을 용서하면

세상은 조금은 살기 나아지지 않을른지요.

적어도 저는 그렇게 믿습니다.

내가 남(세상)을 용서하지 못하고 미워하는데

남(세상)인들 나를 용서하고 이뻐하겠느냐구요.

"그러니 용서해야지, 나를 위해서" 

제 경우 이렇게 마음을 고쳐 먹은 뒤로

조금은 편안해 졌습니다.

물론 전부라고는 말할 수 없습니다.

지금도 여전히 기분나쁜 택시운전자때문에 언짢고,

버릇없는 후배의 건방진 눈길에 마음이 상하니까요.

 

그러나

그런 마음을 오래 지속시키진 않으려 애씁니다.

'세상의 모든 용서는 자신을 위한 것'이라는 생각과 함께

"사정이 있었겠지" "내가 잘못 본 것이겠지"

이렇게 마음을 고쳐 먹으려 합니다.

 

 "표정이 팔자를 만든다"고도 생각하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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