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어카운트를 따기 위해서 경합 프리젠테이션을 할 때 항상 예상되는 질문들을 망라하여 그에 대한 대답을 준비한다. 실제로 그런 질의응답이 결정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경합이 아닌 어떤 경우에도 사실 예상질문을 뽑고 그에 대하여 답변을 준비하는 것이 필요하다. 어떻게 답변하는가가 보고자가 되었건 답변자의 평가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게 마련이다. 

그런 질의와 응답 시간이 발표 이후에 정식으로 잡혀 있지만, 막상 시작하면 선뜻 손을 들고 질문을 하는 사람이 드문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런 첫 질문을 하는 사람이 깊은 인상을 심어 준다. 첫 질문의 톤이 어떤가에 따라 먼저 발표한 내용에 대한 평가의 방향이 결정된다. 대략의 분위기가 잡히는 것이다. 예를 들면 “아주, 잘 들었습니다. 참신하고 좋은 아이디어들이 많은데, 추천한 여자 모델은 너무 튀는 것 아닌가요?”하는 식이 되면 아주 잘 된 경우이다. 그런데 대놓고 “전반부에서 얘기하는 전략과 나중에 나오는 광고물이 완전히 따로 노는 것 같습니다. 게다가 모델은 그 중에서도 더욱 어울리지 않는 것 같은데 한번 얘기해 보세요.” 이런 식으로까지 나오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첫 질문에 촉각을 곤두세우게 된다. 마지막 질문은 첫 질문에서 설정된 분위기를 공식적인 것으로 추인하는 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다. 아무래도 가장 높은 사람이 자신의 생각과 함께 질문들을 포함하여 그 날 나온 내용들을 정리하는 식으로 마지막 질문을 하게 되니 그러하다. 

얼추 시간에 따라 나오는 질문의 톤과 내용이 암묵적으로 만들어진 틀을 벗어나지 못한다. 그런데 그런 타이밍을 맞추지 못하는 사람들이 당연히 있다. 대개의 경우 자신의 생각에만 너무 골몰해서 원래의 발표를 제대로 듣지 못했거나 다른 사람들의 질의응답을 무시하고는 이미 했던 질문이나 충분히 전달된 내용을 되풀이하곤 한다. 물론 반대로 이전의 질의응답에서 놓친 내용을 예리하게 다시 궤뚫고 오는 경우도 드물지만 있긴 하다.  

대개의 질문은 미리 준비한 예상 질문의 범위를 벗어나지 못한다. 예상을 넘어서 나온 의외의 질문은 아주 뛰어나거나, 얼토당토 전혀 말이 되지 않는 두 가지로 분류된다. 불쑥 특정 연예인이 모델로 어떠한지, 전혀 상관이 없는 어느 회사 광고가 좋은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냐와 같은 질문들이 생각지도 않게 자주 나온다. 이외에 별로 연관이 없는데, 자신의 지식을 과시하고 싶어 견강부회식으로 갖다 붙여서 특정 이론의 적용 가능성 등을 묻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질문하는 것을 들으면 그 질문자가 어떤 사람인지 대충 파악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자칫 간과하기 쉬운데 질문의 내용, 타이밍과 함께 질문자의 자질을 보여 주는 것이 누구에게 질문을 하는가이다. 광고 경합 프리젠테이션의 경우 제작부문의 친구가 마지막을 맡는 경우가 많은데 그럴 때 소비자조사나 전략 부문과 관련된 질문도 마지막에 무대에 서 있으니 그 친구에게 종종 하게 된다. 그러면 제작 친구가 그 분야는 마케팅 관련한 것이니 마케팅 인력이 대답하도록 하겠다고 하는 것이 보통이다. 그런데 그걸 자신은 제작부문이라고 하지만 무대에 서 있는 사람에게 물었으니 부득불 분야가 달라도 질문을 받은 사람이 답해야 한다고 우기는 코미디와 같은 상황이 펼쳐지기도 한다. 질문은 예리하게 꼭 해야 될 것을 했는데, 그것을 엉뚱한 사람에게 묻는 안타까운 경우이다. 그런데 워낙 이런 일들이 자주 벌어져서 원래 있는 표현인지는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로 이것을 ‘A right question to a wrong person' 이라고 아예 숙어와 같은 표현양식으로 만들어 놓았다. 

‘A right question to a wrong person' 상황이 가장 안타깝게, 동시에 가장 짜증이 나게 펼쳐지는 것은 외국 애들이 ’Wrong person'으로 등장할 때이다. 외국 애를 전지전능의 마케팅 전문가, 수호신으로 생각하는지 내가 데리고 간 연조도 얼마 되지 않는 외국인 그래픽 디자이너에게 어떤 경영전략을 취해야 하는지 진지하게 묻는다. 질문을 받고 당황하여 아주 원론적인 얘기 몇 마디 한 것에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놀랍다는 표정을 지으며 과잉반응을 보인다. 이런 경우 당황스러움이 사라지면서 그 외국 디자이너의 눈에 우선은 질문을 한 사람이 우스워지고, 그런 질문을 어울리지 않게 자신에게 해야 할 정도로 한국에는 사람이 없는 것으로 비추어진다. 그러니 그 디자이너를 데리고 간 나 자신까지 전문성이 없는 사람으로 그에게 평가절하가 되어버리기 십상이다. 그런 경우가 반복되다 보면 바로 기고만장한 외국인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필요한 질문을, 알맞은 시간에, 적확한 사람에게 하는 것을 나는 질문의 3요소라고 얘기한다. ‘Right question at Right time to a Right person'. 그 세 가지를 얼마나 ’right'하게 하는가가 질문자가 어떤 사람인지를 알려 주는 잣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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