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환과 이동국, 최종 엔트리에 누구를 넣어야 하나? 

정말 어려운 문제이다. 축구팬들 사이에서도 서로 갑론을박을 하고 있다. 여기에 이천수나 설기현까지 들어오면 방정식은 더욱 복잡해진다. 허정무 감독이 책임을 지고 결정할 문제이다. 허정무 감독이 어디에 기준을 두는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쉽게 노련미에 무게를 둔다면 안정환이 유리할 것이고, 골 결정력이나 밀리지 않는 체력에 방점을 둔다면 이동국이 더 유리할 것 같다. 어느 누구도 자신의 선택이 맞았다고 100% 상대방을 납득시킬 수 있는 객관적 자료는 없다. 한 선수를 선발하여 그 선수가 월드컵 본선에서 엄청난 활약을 보여주었다고 해도, 다른 선수가 더 큰 활약을 펼쳤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상황이 끝난 이후에도 한 선수를 뽑은 결정이 절대적으로 옳았다 틀렸다 여부를 판단할 수 없다.  

이 두 선수를 둘러싼 토론과 난무하는 예측을 보면서, 우리 광고하는 사람이 부딪히는 문제와 별 다를 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광고를 만들 때 처음에 전략 방향에서부터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된다. 무엇을 얘기해야 하는지를 결정해야 한다. 예를 들어 금융권의 광고에서 ‘수익성’이냐, ‘안정성’이냐를 놓고 고민하는 식이다. 우리가 미는 방향이 왜 맞는가 사회적인 트렌드와 소비자의 심리, 경쟁자의 움직임 등 여러 가지 요소를 들어서 설득력 있게 제시하려 애를 쓴다. 경기침체로 대박을 기대하기 어렵고, 사람들도 노후에 대한 불안 때문에 금리가 낮더라도 안심하고 거래할 수 있는 곳을 선호하니 ‘안정성’을 얘기해야한다는 식이다.  

가끔 ‘100% 확신합니까?’하고 묻는 광고주가 있다. 그러면서 자신이 납득되도록 과학적, 객관적으로 증명까지 해달라는 경우가 있다. 보통 여러 가지 수치를 갖다가 대지만 ‘A방향이 B방향보다 낫다’는 것을 수학의 증명문제를 풀 듯이 산뜻하게 떨어트릴 수는 없다. 성공할 확률이 더욱 높다는 식으로 애기할 수 있을 정도이다. 그런데 그 확률도 얼마가 될지는 모른다. 전략 방향에 이어 결정할 문제들이 계속 이어진다. 광고 크리에이티브 방향은 어떻게 가야 하나? 유머가 먹힐까, 심각하고 진지하게 나가야 할까? 선수 선발과 비슷하게 광고모델은 누구를 해야 할까? 매체는 어디에 해야만 사람들이 비용 대비 더 효과적인 반응을 보일 수 있을까? 등등 

아래의 도표는 안정환, 이동국 선수에 또 하나의 다크호스라고 할 수 있는 이천수 선수까지 그들의 역량을 몇 가지 수치로 나타낸 것이다.  

물론 과학적인 결정을 내리기 위하여 여기에 덧붙일 수 있는 수치들은 부지기수로 많다. 나이, 신체조건으로부터 출장 경기에서의 승패, 활동력과 운동량을 보여주는 각 경기별 달린 거리의 평균, 슈팅 시도 대비 골 성공 횟수 등등 축구에 대하여 크게 관심이 없는 나도 수십 가지를 더 뽑을 수 있겠다. 엉뚱해 보이기도 하지만 요즘 유행하는 뇌과학을 응용하여 남아프리카의 우리 팀이 뛸 경기장 사진을 보여주고 더 긍정적으로 반응하는 선수를 보이겠다는 실험까지 할 수도 있다. 그런데 문제는 아무리 많은 데이터를 가지고 와도 스포츠, 특히 축구와 같은 종목에서 100% 옳은 결정이란 있을 수 없다는 사실이다. 어떤 일이 벌어질 것인지 예측할 수 없다. 단지 여러 정황과 데이터를 반영한 기대치에 근거한 확률만이 존재할 따름이다. 그것으로 도박사들은 밥을 먹고 산다.  

축구와 같은 운동 경기는 그래도 같은 숫자로 구성된 상대와 한정된 공간에서 경쟁을 벌이니, 예측할 수 있는 부분, 확률을 뽑아낼 수 있는 여지가 광고에 비해서는 많은 편이다. 광고의 상대, 곧 소비자는 요즘처럼 목표고객군을 좁힌다고 해도 수십만이다. 어렴풋하게 뭉퉁 그린 모습만을 그릴 수 있을 뿐이다. 그 수십만의 사람들이 일관된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 그들을 제어할 수 있는 축구장에서의 규칙같은 것도 거의 없다고 보아야 한다. 제한된 상황을 만들어 소비자 조사를 하지만, 그것은 축구에서의 시뮬레이션 게임, 팬타지 게임만큼의 정확성도 가지고 있지 않다.  

그렇다면 광고대행사의 전문가들은 소용없다는 얘기 아닌가 반박하는 광고주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경험이 그래서 중요하다. 선수를 발탁하는 눈을 감독들이 가지고 있듯, 노련한 광고인들은 제대로 된 전략과 광고물을 선택하는 눈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사실상 그것으로 밥을 먹고 산다. 문제는 그러한 선택을 앞서 애기했듯이 수치를 동원하여 과학적이라는 명분을 내세우며 옳다는 것을 증명하고 수긍하도록 만들라며 압력을 가하는 것이다.  

과연 허정무 감독은 안정환, 이동국 두 선수 중에 누구를 최종 엔트리에 넣을까? 위에 실은 도표에 실은 수치들을 떠나서 허정무 감독의 경험과 성향에서 답을 알 듯도 하다. 왜 그런지 증명하라는 소리가 나올 것 같아, 일단 답 공개는 보류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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