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브랜딩의 범위와 유형

과거 브랜드는 소유권의 의미였다. 그 후 브랜드는 품질에 대한 약속이었다. 그러나 어떤 것은 그 이상을 의미했다. 올림픽 브랜드는 용맹과 정정당당의 의미이다. 동포애, 우정, 평화 그리고 인류 보편적 이해이기도 하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마케팅 담당자로 올림픽 스폰서쉽의 틀을 만들고 실무자로부터 책임자로까지 오랫동안 활동했고, 그래서 삼성과의 올림픽 스폰서에서도 주협상자로 나섰던 마이클 패인(Michael Payne)이 쓴 <올림픽 인사이드>(차형석 역, 베리타스북스, 2006)에 나오는 구절이다. 브랜드의 탄생으로부터 어떻게 의미가 확장되고 깊어지는 지 올림픽이란 브랜드의 예까지 들면서 간명하게 보여주어 강의 자리에서 자주 인용한다.  

브랜드의 의미와 용도가 그렇게 변해 왔지만 아직도 브랜드를 소잔등에 찍힌 낙인과 같이 단순히 소유권이나 제조원만을 표시하는 것으로 여기는 사람들이 꽤 있다. 그러다 보니 우리가 ‘브랜드를 바꾼다’는 뜻으로 ‘리브랜드(re-brand)'라고 할 때도 제각기 다르게 정의하는 경우가 생긴다. 세분하면 리브랜딩은 범위와 유형에서 크게 세 가지 종류로 나눌 수 있다.

가장 단순한 사례로는 낙인의 형태를 바꾸는 것이다. 즉 브랜드 이름을 바꾼다든지 로고와 같은 시각적, 청각적 상징물을 새롭게 도입하는 경우이다. 두 번 째는 브랜드의 소프트적인 측면에 더욱 주목하여 의미와 소위 컨셉트를 바꿀 수 있다. 마지막으로는 자신들이 주로 활동하고 있는 업종 즉 카테고리를 바꾸면서 자신의 영역을 새롭게 하는 경우가 있다. 그런데 세 가지로 나누기는 하였지만 이런 행태는 동시에 진행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몇 가지 사례를 보자.

2003년 담배 브랜드인 말보로로 유명한 필립모리스(Philip Morris)가 기업명을 알트리아(Altria)로 변경했다. 담배산업에 대한 공격이 심해지고, 당시 식품 분야의 크라프트(Kraft)를 비롯한 산하의 다양한 업종들이 유해산업이라는 담배를 대표하는 필립모리스와 결부되어 이미지에 악영향을 받는다는 점들이 기업명을 바꾼 주요한 이유였다. 알트리아는 라틴어의 ‘높다(Alt)’라는 의미와 영어의 ‘이타주의(Atruism)'를 연상시키고자 만든 신조어였다. 그렇지만 결과적으로는 겉모습만 바꾸는 눈속임에 불과하다는 평이 주류를 이루어, 의도했던 효과는 거두지 못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또한 크라프트가 분리되고, 맥주를 비롯한 주류 회사인 SAB밀러(SABMiller)를 합병한 것도 원래 알트리아라는 착한 인상을 주기 위한 리브랜딩의 빛을 바래게 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의미와 지향 방향을 바꾸는 것은 차별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어느 한 분야를 자신의 강점으로 만드는, 바로 브랜드를 만드는 작업을 하는 경우이다. 기아자동차는 국내에서 오랜 역사에도 불구하고 매출액이나 한국 자동차 산업의 대표 브랜드라는 측면에서 자신만의 독특한 강점을 가지고 있지 못했다. 과거의 ‘튼튼하다’라는 속성이 오히려 과거의 역사와 연계되어 첨단성이나 트렌디한 속성에서 떨어지는 경향이 있었다. 기아자동차는 로고를 바꾸지는 않았지만 ‘디자인(Design)'이라는 속성을 전면에 부각시키며 슬로건 형식으로 로고와 함께 노출시켜 자신의 차별적 지향점을 명확하게 했다. 의미와 지향 방향에 초점을 맞추면서 외형적인 부분까지 변화를 준 경우이다.

IBM은 ‘90년대 중반 기존의 슈퍼컴퓨터 중심의 하드웨어 기업에서 솔루션을 제공하는 소프트웨어, 컨설팅 기업으로의 변신을 꾀하며, 브랜드 슬로건을 새롭게 제정했다. 바로 그 유명한 ’Solutions for a Small Planet'이 탄생했다. 바로 위의 기아자동차도 그러했지만 IBM도 슬로건을 바꾸면서 모든 광고와 커뮤니케이션 활동의 기조를 리브랜딩된 방향에 맞추어서 진행했다. 바뀐 슬로건 자체가 어찌 보면 새로운 리브랜딩 결과를 집약하여 가장 잘 노출시킨 요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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