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졸업하고 이력서, 참 많이 썼습니다.

여자를 공개채용하는 곳이 거의 없던 시절, 신문에 난 광고만 보고.....

 

알고 보니 괜찮은 회사는 내정된 사람을 뽑기 위한 형식적 절차였고,

다른 곳은, 

정식직원이 아닌, 허울만 그럴듯한 영업사원(실은 판매아르바이트) 선발용이었지요.

그것도 모르고 이력서를 내느라 사진값만 수없이 없애고...

 

미칠 것같은 날들이 계속되고...

이러려고 그 고생을 해서 대학에 들어왔었나 싶고...

제 책 '공주를 키워주는 회사는 없다'에 일부 들어있는

이 얘기에 대해 누가 그러더군요.

"무슨 소리에요. 그때도 다른 여자들은 신문사 공채시험도 보고 했는데..."

 

듣고 보니 그렇더군요.

어떤 신문사에선 '1976년 세계 여성의 해'를 맞아

여기자만 뽑기도 했었다는 걸 저는 신문사에 들어온 한참 뒤에 알았습니다.

정보에 어두웠던 탓이지요.

 

제가 다닌 곳이 여자대학의 장점도, 남녀공학의 장점도 지니지 못한

애매하고 어중띤 곳이었기 때문인지,

제가 게을렀던 까닭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아마 후자였겠지요.

 

너무 힘들고 자신이 비참하게 느껴져

사람을 만나는 일조차 두렵고 싫고 짜증나서 어쩔 줄 모를 때

가까운 사람이 해준 말이 있습니다.

 

"상황은 변하는 거야. 왜 그렇게 자신을 학대해."

 

그후 이 말은  제 일생의 지침이 됐습니다.

물론 간절히 원하는 상황은 좀처럼 오지 않고,

잔뜩 기대했던 변화는 엉뚱한 방향으로 틀어져

처절한 배신감만 안기는 일도 무시로 생겼습니다.

 

"이번엔 달라지겠지. 새 사람이 왔으니, 내 고생을 알 테니,

똑똑한 사람일 테니, 조직의 발전을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테니...."

 

아, 수많은 기대가 한낱 순진하고 어리석은 생각인 때가 얼마나 많았던지요.

 

그래도 저는, 상황은 변할 것을 믿으면서 살아왔습니다.

당장 기대했던 대로는 안되더라도

"언젠간 나아지겠지, 누군가는 알아주겠지, 빛 볼 날이 있겠지,

상황은 변하는 거니까!!! "

 

이렇게 믿으면서요.

 

실제 상황은 기대했던 때는 비껴갔다가도

지쳐 쓰러지기 일보 직전 즈음에 변하곤 했습니다.

기대했던 만큼은 아니어도

쓰러지지 않을 정도로는 말입니다.

 

상황은 변합니다.

중요한 건,

 그 시점이 내가 간절히 원하고 빌던 때가 아니어도

포기하거나 스스로를 방기하지 않는 것이지요.

 

자신을 믿고, 상황의 변화를 믿고,

세상은 그래도 살 만하다고 믿을 때

꿈은 이뤄집니다. 꿈의 크기야 다소 줄어들 지 모르지만....

 

저는 지금도 아무 것도 포기하지 않습니다.

상황의 변화를 믿으면서.....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