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동강맥주 광고가 어때서



지난 7월 3일 북한 TV에서 대동강맥주 광고를 방영한 것이 화제이다. 북한 최초의 상업광고로 그 배경과 노림수가 무엇인지, 그리고 그 영향 및 적절성에 대한 여러 가지 해석이 나오고 있다. 그런데 거의 대부분이 미사일 발사, 핵문제 등의 북한을 둘러 싼 정세와 연결시켜 해석을 하고 있다. 언론사의 부서로 치면, 외신부나 정치부에서 주로 보도를 하고 논평을 하고 있다. '국민이 굶어 죽고 있는데, 그 원료를 국민에게 주어야 한다‘며 준열하게 꾸짖는 해설이 나오고, 많은 네티즌들도 비슷하게 댓글을 달고 반응을 보이고 있다.




북한과 같은 전체주의적인 체제에서 정치적인 목적이나 배경이 없이 이런 일이 벌어질 수는 없겠지만, 순수하게 광고 관점에서만 이번의 대동강맥주 광고를 분석하는 시도는 전혀 보기가 힘들었다. 아주 단편적으로만 ‘30, 40년대 광고를 보는 듯 촌스럽다’, ‘재미있다’와 같은 평들만 군데군데 나와 있었다. 그래서 우리가 광고를 만들 때의 과정을 대입시켜 대동강맥주 광고가 만들어져서 틀어지기까지를 재구성해보고자 한다.




우선 광고를 만든 목적을 생각해보자. 대동강맥주 광고는 여러 가지 목적을 가지고 시작된 것 같다. 우선은 대부분의 광고 목적이 그렇듯 대동강맥주를 더 많이 마시도록 하는 의도가 분명히 있다. 아무리 평양 시내에 150~200개의 생맥주집이 성업 중이라고 하더라도 대동강맥주의 연간생산 가능한 량을 감안하면, 더 많은 평양시민들이 마셔야 할 것 같다. 생맥주집을 더 늘일 계획을 가지고 있을 수 있다.




국가가 모든 경제활동을 통제하다시피 하는 사회주의체제이지만, 경쟁도 이번 광고를 기획하는데 한몫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나는 사실 대동강맥주라는 것을 이번에 처음 들었다. 내게 북한의 맥주는 오로지 룡성맥주였다. 북경에 가서 마신 것도 룡성맥주였고, 남북이 활발히 교류할 때 식탁에 내놓았다고 언론 보도를 통하여 눈과 귀에 든 술도 룡성맥주와 들쭉술 정도가 전부였다. 실제 룡성맥주는 오랜 역사를 자랑하고, 대동강맥주는 2002년에야 세상에 모습을 나타냈다고 한다. 이번 광고를 계기로 알아보니 봉학맥주라는 것도 있다고 한다. 그러니 알게 모르게 경쟁구도도 형성이 되어 있을 수 있다. 후발주자이지만 국가적인 차원에서 밀고 있는 제품으로 그 대표성을 확실히 하기 위한 조치로 광고를 생각했을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




북한주민들에게 희망을 심어준다느니, 장밋빛 그림으로 주의를 분산시킨다느니 하는 것도 소비자를 둘러 싼 약간은 거시적인 환경의 일환으로 고려했을 수 있다. 그것은 메시지에 반영이 되어 다른 맥주 광고에서는 볼 수 없는 영양성분이 조화롭고, 풍부하고 균형 있게 들어가 있음을 강조했다. 이에 덧붙여 이뇨를 활발하게 해주며 건강장수를 보장한다는 식으로까지 연결시켰다.




사실 이것저것 여러 가지를 고려하다 보니 대동강맥주 광고는 하는 얘기가 너무 많다. 광고의 초보자들이 가장 범하기 쉬운 실수이다. 여러 가지를 얘기하면 결국 한 가지도 제대로 얘기하지도 못한 셈이라는 광고의 가장 기초적인 원칙을 어긴 것이다. 그러나 어찌 보면 북한 주민들이 광고 자체에 거의 접하지 못했고, 한 가지를 뾰족하게 얘기하며 경합하는 경쟁 자체가 없는 상황이라는 것을 고려하면 최초이자 유일한 광고 제품으로서 또한 효과를 거둘 수도 있을 법하다.




어쨌든 대동강맥주 광고는 맥주가 가져야 하고, 줄 수 있는 모든 혜택을 다 나열하고 있다. 브랜드 컨셉이라고 해도 무방할 광고의 맨 처음에 나오는 “평양의 자랑”이라는 것부터 시작하여, 최대 규모에 첨단기술에 위생적이며 국제인증을 획득한 생산시설과 흰쌀과 대동강 물로 만들었다는 원료에 관한 사항, 높은 발효도라는 공정 과정, 상쾌하고 시원하고 향미가 있다는 맛에 관한 부분, 수도 평양의 생맥주집이라는 유통점에다 인민의 생활에 더욱 친숙해질 것이라는 사회성과 미래의 약속까지 집어넣었다. 그러니 일반적인 우리 기준의 광고가 아니라 어찌 보면 인포머셜(Informatial) 아니면 홍보영상과 같은 모습이 되었다.




광고로서 완성도가 떨어진다는 하는데, 어찌 보면 완성도라는 것이 우리 기준으로 재는 것이다. 목적을 달성한다면 그 자체로 광고로서의 완성도나 예술성을 떠나 좋은 광고라고 할진댄 그 면에서 나는 정치적인 면에서의 의도는 모르겠으나, 위에서 언급한 목적은 대동강맥주가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보너스로 광고를 했다는 자체로 화제가 됨으로써 아직 병에 담는 기술 등이 미흡하여 요원하다고 하나, 해외에 그 이름을 각인시켰다는 데서 의미가 있다고 본다. 무엇보다 정치적인 면과 연결이 되어서 말하기가 조심스러우나 북한도 맥주를 즐기는 사람이 그 사회의 1%가 되건 더 적건 간에 맥주를 즐기는 사람들이 있는 인간이 사는 곳으로 인식을 시켰다는 데서 큰일을 했다고 본다. 




철저한 반공교육 속에서 자라난 내가 무시무시한 빨갱이들이 사는 북한이란 인식을 바꾸게 된 계기 중의 하나가 있다. 80년대 초 어느 신문에 실린 평양 시내의 여러 모습을 찍은 사진 중의 하나에서 퇴근길의 평양 시민들이 길을 걷는 풍경 중에 꽃을 들고 그 냄새를 맡으며 걸어가는 어느 남자의 모습을 찾았다. 무수하게 많은 평양 시민들 중의 하나였는데, 그 무리들 속에서 잘 보이지도 않고 지나칠 수 있었던 그 꽃 냄새를 맡던 그 남자의 희뿌연한 모습에서 나는 사람의 냄새를 맡았다. 그런 인상을 마음 한쪽에서 핵폭탄의 위협과 굶주리는 많은 북한 주민들을 생각하면서도 가질 수 있는 여유를 우리들이 가졌으면 좋겠다. 그러면 정말 대동강맥주 광고는 완성도를 떠나서 세계 광고역사에 길이 남을 작품이 될 것이다.




조금 더 욕심을 부린다면 앞으로 룡성맥주도 대응 광고를 하고, 다른 제품들에서도 광고가 나왔으면 한다. 북한식의 광고 스타일을 만들 수도 있겠다. 그렇지만 아마도 더 많은 광고들이 나오면서 우리들이 보통 얘기하는 광고의 완성도를 높이는 스타일로 수렴될 것으로 보기는 하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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