픽시 인기의 의미




전국의 지자체마다 자전거 축제를 한다고 야단이다. 창원에서 열리는 자전거 축제의 마지막에는 대통령까지 참석했고, 그것을 낙하산 대표 문제로 문제가 많았던, 아니 지금도 현재 진행중인 어느 방송국에서는 생중계도 했다. 나도 가끔 한강변에 자전거를 끌고 나간다. 보통 주말 아침 아주 일찍 나가서, 유유히 강변을 말 그대로 노닐고 혹은 다리 한번 건너갔다 오곤 한다. 조금만 늦으면 그런 유유자적함을 맛보기 힘들다. 몸에 짝 달라붙은 자전거복을 맞춰 입고 열을 지어 달리는 자전거 동호회에 길을 양보해야 한다. 부러질 듯 가는 바퀴에 첨단기능을 탑재한 전문 자전거 앞에서 내가 끌고 나간 내 표현으로 ‘생계형 자전거’는 그들에 대한 모욕처럼 느껴진다.




그런데 요즘 21단, 27단 혹은 그 이상을 넘어가는 기어가 달린 자전거들 틈바구니에서 기어변속을 할 수 없는 픽시(Fixie) 자전거가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한다. 언덕길을 오를 때도 순전히 페달을 밟는 자신의 다리 근력에 의지하여야만 하는 자전거다. 인기의 비결에 대하여 마케팅이나 트렌드 전문가들이 대체로 다음과 같은 두 가지 이유를 말한다.




- 운동효과

  . 말 그대로 운동하려 자전거를 타는데, 최대의 운동효과를 거둘 수 있다.

- ‘Raw' 혹은 ’Minimalism' 트렌드

  . 복잡해지는 제품들과 사회에 대한 일종의 저항




운동효과는 기능적인 측면이고, 트렌드는 시대적 사조라고 할 수 있다. 직접적으로 지적한 경우는 볼 수 없지만 두 가지 경우 모두에 근저에는 자전거의 주류와는 다르게 보이고 싶어 하는 욕구가 또한 숨어 있다. 모든 사람들이 타는 자전거와는 다른 자전거를 타고, 그것을 보이고 싶어 하는 욕구가 반영된 것이다. 예전에 얘기했던 할리데이비슨의 ‘One percenter'와 비슷한 유형이다.




제대로 지적한 경우를 보지 못했는데, 브랜드 마케팅과 관련하여 픽시의 인기에서 주의 깊게 볼 부분이 하나 있다. 현재 픽시 자전거 메이커들은 첨단 자전거들과 함께 제품 라인의 하나로 픽시 자전거를 내놓고 있다. 가격도 첨단 자전거들 못지않은 고가의 픽시 라인들이 많다.




만약 변속기어를 만들 기술력이 없어서 어쩔 수 없이 픽시 자전거를 만들 수밖에 없는 메이커가 있다고 생각을 해보자. 몇 단짜리 기어를 만드는가에 따라서 자전거 등급이 매겨지고 브랜드의 순위가 갈린다는 고정관념을 그들이 갖고 있다면, 픽시 자전거를 만들 수밖에 없는 업체는 항상 가장 싼 값에 브랜드 순위의 밑바닥을 채워야 한다. 그런데 이들이 바로 위에 든 전문가들이 얘기하는 두 가지 경우를 가지고 자신들 픽시 자전거의 존재 이유를 알린다면 사정은 달라질 수 있다.




예전에 멕시코의 코로나 맥주의 병들마다 용량이 다른 것을 두고 코로나의 맥주제조기술이 형편없다고 비방을 한 미국의 대형맥주회사에 대하여 ‘ 로 다른 용량의 차이’ 그것이 바로 멕시코다운 여유와 낭만이라고 얘기했다. 혼다 오토바이의 머플러 소음은 제품에 하자가 있는 것이고, 할리데이비슨은 시끄러울수록 자유를 상징하는 욕구의 정도를 보여준다며 환영을 받는다. 혹독한 추위 때문에 겨울만 되면 관광객이 뚝 끊겨버리는 시카고는 한겨울 가장 추운 시기를 택해서 ‘러시아 페스티벌’을 열기 시작했다. 그 페스티벌은 추울수록 사람들이 더욱 러시아다운 느낌을 가질 수 있다면 몰린다.




요는 첫째, 남들이 정해 놓은 기준에서 헤매지 말아야 한다. 그 기준이란 먼저 앞서 가는 자들이 자신에게 유리하게 만들어 놓은 것이다. 자신만의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 둘째, 그 자신의 약점을 숨기려 하지 말고 긍정적인 면을 발견하여 그것을 알려야 한다. 셋째, 어느 정도의 성공을 거둔 다음 조심해야 할 부분인데 지나친 욕심은 금물이다. ‘소수자(Minority)'로서 의미를 갖는 브랜드나 품목이 있다. 픽시는 절대 주류가 될 수 없다. 소수자의 특별한 자전거로 저변을 넓히는 작업이 먼저이다. 그 이후는 특별한 경우에 혹은 기분 전환을 위해 가끔 타는 ’부가자전거-Second bike'로 자리매김하는 것이 수순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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