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J 사보에 실린 글입니다 -


------------------
모순 속의 공존

- 2009 해외 마케팅 트렌드 : 공동마케팅과 양극화 -




제일기획 브랜드마케팅연구소 소장 박재항




        사상 유례가 없는 세계적인 불황은 기정사실이 되었다. 2009년 불황의 골이 얼마나 깊은지는 아무도 제대로 예측을 하지 못하고 있다. 1929년의 ‘대공황’과 1997~8년의 아시아 금융위기와 비교를 하면 그 파급 지역의 넓이와 개인에 대한 충격에서 궤도를 달리 하고 있다.

        도요타(豊田)자동차가 70년만에 17억 달러 정도의 영업적자를 기록하고, 6천명 이상의 감원, 40만대 이상의 감산을 결정한 것이 이번 경제 위기의 엄청난 파괴력을 보여 주고 있다. 기업들의 경쟁력을 결정하는 요소들이 변해온 과정을 되짚어 보았을 때, 도요타는 가장 모범적인 기업으로서 모든 것을 완벽하게 갖춘 듯한 21세기 기업이 나아갈 전형을 제시한 사례로 많이 거론되었기 때문이다.




경쟁 핵심의 변화와 더욱 중요해지는 사회마케팅




        물건만 잘 만들면 되는 시기가 있었다. 싼 가격으로 더 많이 더 빨리 생산하는 기술이 경쟁력의 핵심이던 시절로 자동차 산업의 경우 20세기 초 컨베이어벨트 시스템을 개설하여 혁명을 일으킨 포드(Ford)자동차를 예로 들 수 있다. 이 포드 자동차를 누르고 1위로 등극한 기업이 GM(General Motors) 인데, 이들은 소비자의 구매력과 기호에 맞추어 다양한 제품을 효율적으로 시장에 내놓는 마케팅을 자신들의 핵심 경쟁력으로 삼아 성공했다.

        가격과 크기라는 물리적인 속성에만 국한되었던 자동차에 감성적인 가치를 불어 넣으며 등장한 것이 바로 메르세데스 벤츠와 BMW와 같은 독일 자동차 기업들이었다. 이들은 자신들의 자동차를 탄 사람들이 더욱 품격을 지닌 특권적인 사람들로 느껴지게, 같은 속도로 운행한다고 하더라도 더욱 쓰릴감과 함께 재미있게 운전하는 듯한 느낌이 들게 했다. 바로 감성적 가치로서의 ‘브랜드(Brand)’를 내세운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런 개인적인 가치 이상의 사회의 일원으로서 사회적인 관심사에 적극 동참하여 그것을 자동차 산업과 결부시켜서 사회시민으로서 평판이 경쟁의 중요한 요소로 떠올랐는데, 그 대표적인 기업이 바로 도요타였다.

        이런 큰 변화에서 특기할 사항은 도요타의 경쟁력을 최고 수준으로 이끈 것이 다만 사회적 평판 한 가지뿐만이 아니라, 제조, 마케팅, 브랜드 세우기의 모든 분야에서 도요타가 최고로서의 수준에 올라섰기 때문에 가능했다. 도요타는 세 가지 분야에서의 성과를 바탕으로 사회적 평판이라는 새로운 경쟁의 장에서 먼저 적극적으로 활동을 해서 그 지위를 이룩했다.

        많은 기업들이 기업시민으로서의 사회적 평판이 이번과 같은 자금고갈 상태에서, 그리고 도요타 사태를 통해 경쟁요소로서의 가치가 절감된다고 느끼고 싶어 하는 것 같다. ‘내 코가 석 자’라는 식의 대응으로 나가기 쉽다. 그러나 어려운 때일수록 사람들은 주변을 돌아보게 된다. 2008년 구세군 자선냄비의 모금액이 목표액인 32억을 훌쩍 넘어 35억 이상의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고 하지 않는가? 그래서 기업의 사회적 활동에 더욱 관심을 두게 된다. 기업으로서는 보다 적은 비용으로 더욱 빛을 발하며 자신을 차별화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 ‘사회마케팅(Social marketing)’은 2009년에도 큰 흐름으로 더욱 공고하고 광범위하게 자리를 잡을 것으로 보인다.




공동마케팅의 세 가지 유형 활성화




        사회마케팅에도 적용될 수 있는 것이지만, 2009년에는 함께 하는 공동마케팅이 보다 강조될 것이다. 공동마케팅은 몇 가지 차원으로 나누어 생각할 수 있다. 우선, 소비자와의 협력관계 강화를 들 수 있다. 예전처럼 소비자가 참여할 수 있는 공간만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 자신을 ‘소비하는 생산자’로서 소비자와 동체감을 형성하는 자리매김을 해야 한다. 특히 환경 분야는 탄소배출권 시장이 커지면서, 소비자와 협력하여 탄소배출권을 보상받는 형태의 소비자와 함께 소비하고, 함께 생산하는 형태의 마케팅 접근이 많이 등장할 것이다.

        두 번째는 이종(異種) 기업 간의 공동마케팅이다. 사람들의 시선을 끌 수 있는 확실한 컨텐츠를 중심으로 기업들이 뭉칠 것으로 예상된다. 곧 TV 프로그램, 영화나 인기 스포츠대회나 팀과 같은 프로퍼티(Property)를 가진 측의 입김이 세질 것이다. 특히 영화는 ‘작은 위안’을 찾아 불황 때 소비자들을 끄는 효과가 더욱 크게 나타나고, 세계를 동시에 하나로 묶는 유통망을 가지고 있으며, 올림픽이나 월드컵 같은 대형 국제 스포츠 행사 등이 상대적으로 적은 홀수 해인 2009년에 공동마케팅의 중심으로 강력하게 자리 잡을 것이다.

        세 번째로 동종(同種) 기업들 간에는 경쟁만큼이나 협력도 강화될 것이다. 넓게 보아 IT(Information Technology) 범주로 함께 넣을 수 있는 단말기 업체와 통신업체의 공동마케팅은 가시적인 효과나 젊은 세대 중심의 유행선도세력에 대한 영향력에서 계속 경제를 이끌어 나가는 주요 원동력 역할을 할 것이다. 특히 애플(Apple)의 아이폰(iPhone)의 진출 지역이 확대되면서, 이동인터넷 시장 자체뿐만이 아니라 소비자에게 다가가는 주요한 새로운 접점을 만들어 낼 것이다. 한편으로 불황 경기를 반영하여 전체 시장 규모의 유지나 확대를 위한 동종 업체들 간에 협력하여 카테고리 광고나 프로모션 행사 등을 활발하게 전개하는 2009년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다양한 형태의 양극화와 모순




        이번 세계적인 불황이 양극화의 산물이라고 얘기하는 사람들도 많다. 소득격차가 벌어지면서 점점 더 많아지는 저소득층은 소비가 저하되고, 그 저하된 부분을 소수의 고소득층이 메우는 데 한계가 드러났다는 식으로 해석을 한다. 이렇게 갈린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기업들은 예전 같으면 서로 다른 소비자층 모두를 대상으로 동시다발적인 마케팅전략을 펼쳤다. 그러나 이제 극심한 불황 속에서 대부분의 기업들은 어느 한 그룹을 택하도록 강요받는다. 마케팅 자원이 넓게 펼쳐진 전선을 감당할 수준이 되지 못한다. 또한 소비자들의 정보 접근에서의 평등이 계속 진척되면서, 비록 가격과 추구하는 가치는 달라도 정보의 공유는 예전과 비교할 수 없게 활발하게 이루어질 2009년에 다원화한 마케팅 메시지는 기업의 브랜드에 혼란만 가져올 뿐이다.

        그렇지만 소수의 기업들에게는 2009년이 기회의 해가 될 수 있다. 그래서 글로벌 마케팅계의 대표적인 키워드 역시 양극화가 될 것이다. 우선 마케팅 투자에서 양극화가 소득의 양극화처럼 두드러질 전망이다. 마케팅 ‘투자’와 비용 ‘절감’이 대척점으로 벌이지면서 융단폭격대와 마케팅 게릴라로 나누어지는 양상이 나타난다.

        업종과 지역별로도 마케팅 활동의 양상은 극명하게 양극으로 나누어질 가능성이 크다. IT와 환경이 아무래도 마케팅이 가장 활발한 부문이 될 것이다. 환경은 특히 업종과 마케팅 투자의 과다를 떠나서 모든 부문의 키워드 역할을 할 공산이 크다. 매스티지(Masstige)를 내세우며, 소비자층의 확산을 꾀했던 명품업계는 극상층을 겨냥한 초명품에 마케팅 자원을 집중하리라 생각된다. 세 가지 이유를 들 수 있다. 우선 대중적 인지도가 확립되어 기본적인 욕구를 불러일으키는 데 이미 성공을 했고, 둘째로 대중들의 구매력이 줄어드는 상황이라 굳이 투자할 필요를 느끼지 못하며, 마지막으로 결국은 대중들을 행한 구애공세에 집중하면서 자신들의 브랜드 가치가 떨어졌기 때문이다. 지역적으로도 아무래도 IT 부문에서는 혁신수용자들, 명품에는 극상류층, 환경 부문에는 사회적 소비자들이 많이 포진해 있는 선진국에 마케팅 역량을 집중하는 전략을 펼칠 것이다.

        2009년에는 또한 소비자들에게 새롭게 비출 수 있는 마케팅 도구로 첨단 광고매체들이 다수 출현하리라 예상된다.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Minority Report)>에서 본 것과 같은 광고들이 영화에서처럼 1:1 맞춤형은 아니지만, 스크린 없이 아무 공간에나 쏠 수 있는 형태의 홀로그램으로 제공될 수 있다. 또한 빌딩의 벽면, 하늘, 터널 등이 첨단 전자 기술을 활용해 광고판으로 거듭 날 것이다. 마케팅 조사 부문에는 신경과학과 연계하여 뉴로마케팅(Neuro marketing)을 접목시키려는 노력이 지속되리라 보인다. 객관적 수치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면서 뉴로마케팅 기법이 하나의 돌파구 역할을 하리라 기대하는 사람들이 많아질 때문이다. 이런 새로운 기법들에 대한 투자 역시 인프라가 뒷받침되는 선진국들을 중심으로 이루어질 수 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글로벌 시장의 기업들은 불황 탈출을 위하여 공동의 선(善)을 추구하며 함께 노력하면서도, 양극간의 격차를 더욱 벌이고 자신을 윗자리의 극으로 벌이려는 모순된 노력을 2009년에 전개할 것이다. 어찌 보면 그런 모순 속에서 경쟁하는 것 자체가 바로 공존을 위한 행위이며, 시장(Market)을 지속시키는(~ing) 문자 그대로의 마케팅을 구현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