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짱 구혜선과 월드컵 미나




 

       요즘 <꽃보다 남자>란 드라마로 F4의 남자들 이외에는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탤런트 구혜선 씨를 전국적으로 알려지게 만든 사진이다. 본인 얘기로는 친구가 자신의 미니 홈피에 있던 사진을 자신도 모르는 새에 얼짱사이트에 올렸고, 그 사진이 인기를 끌면서 하루아침에 유명해졌다고 한다. 그 유명세에 힘입어 삼보 컴퓨터 CF도 하게 되었고 ‘공식적으로’ 연예계에 데뷔하게 되었단다. 그런데 다른 인터뷰를 보면 데뷔한 지 10년이 넘었다는 얘기를 스스로 하기도 했다. 2002년 이전에 그리 많이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잡지 모델이나 케이블TV의 VJ 등으로 활동을 했었다고 한다.




        말이 약간 상충되는 구석이 있지만 충분히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잡지사나 케이블TV를 기웃거리며 연예인을 꿈꾸는 10대들은 지금도 많은데, 구혜선 씨가 그런 애들 중에 하나였을 수 있다. 잠깐 TV 한 면에 얼굴을 보인 것이나, 사진 몇 장 찍은 것을 연예계에 데뷔했다고 하기에는 아무리 오버가 일상적인 사회라지만 지나치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런데 자신도 모르는 새에 친구가 얼짱사이트에 올려서 그 사진이 화제가 되고, 결국 ‘5대 얼짱’에 뽑히면서 자신이 의도하지도 않았는데 유명해졌고 연예계에 데뷔했다고 말하는 것은 좀 어색한 부분이 있다.




        먼저 구혜선 씨의 말들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면, 스스로 연예계에 데뷔한 것이 10년이 넘는다고 할 정도로 연예계에 뜻을 두고 얼굴을 알리려고 했다고 해석할 수 있다. 실제 구혜선 씨가 본인의 입으로 ‘공식적’인 데뷔 어쩌고 하는 얘기를 본 적이 없다. 그런데 인터넷 온라인을 활용하여 얼굴을 알린다는 것은 생각하지 못했는데, 어쩌다가 친구의 우연치 않은 도움으로 얼굴이 알려지게 되었다는 얘기이다. 이렇게 생각을 하니, 구혜선 씨가 2000년대 초까지는 인터넷을 미니홈피 정도로만 활용하고 마케팅 도구로는 전혀 생각하지 않은 너무나 트렌드에 떨어진 인물로 보인다. 연예기획사와 관계를 맺고 있었다면 기획사의 능력이 상당히 떨어지는 곳이었다고 할 수 있다.




        얼짱사이트에 올린 것부터, 친구 얘기를 들먹인 것까지 기획사나 구혜선 씨 자신이 꾸미고 실행한 것이라면 말 그대로 대박을 친 셈이다. 몇 년 동안  발품을 팔면서 잡지사나 방송사를 기웃거렸는데, 사진 한 장으로 모든 것을 이루는 발판을 마련한 셈이 된다. 그 신데렐라 스토리 같은 것을 꾸몄다는 의혹이 이으나, 그 정도는 요즘 같으면 다 봐주는 것 같다. 예전 같으면 치명적인 나이 속이기도 이제는 피식 웃고 지나가지 않던가? 브랜드에 영향이 있을텐데 하면서 몇몇 사람만이 기우처럼 굳이 그렇게 얘기를 꾸며야 했을까 약간 부담스러워 할 뿐인 것 같다.




 

       이런 구혜선 씨가 뜨게 된 스토리를 보면서, 2002년 ‘미스 월드컵’으로 이름을 날리면서 섹시한 가수로 데뷔한 미나를 생각했다. 당시 붉은 악마를 중심으로 한 우리가 전에 보지 못했던 경기장과 거리에서의 새로운 응원문화에 압도되었던 사진기자들은 그 인파 속에서 사진감이 될만한 인물과 장면들을 찾기 시작했고 미나는 최고의 스타로 떠올랐다. 특히 독일과의 4강전 이후는 기자들을 위한 특별 촬영 세션을 가질 정도가 되었다.




        인터넷에서 미나의 사진과 함께 배경에 대한 여러 가지 추측성 얘기들이 오가고, 궁금증만을 더해 주는 가운데, 미나는 소수의 미디어와만 선별적으로 인터뷰를 하면서 축구와 그 응원에 대한 순수한 열정을 강조했다. 그리고 이후 미나는 슬쩍슬쩍 DJ와 백업 가수로 연예계에서 활동했다는 것을 알리더니 본인이 가수로 데뷔했다. 그 즈음해서는 사실 이미 미나의 실제 나이나 경력 등이 이미 인터넷에 구구절절이 까발려진 후였으나 가수로서 미나의 성공에 큰 영향을 주지 않았다.




        구혜선 씨나 미나나 유명해지는 데 인터넷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 약간의 차이가 있다면 구혜선 씨도 얼짱 사이트 이전에 열심히 뛰기는 했지만, 알려지는 계기와 연계하여서는 구혜선 씨는 단지 사진 한 장을 스크린에 띄우는 행동만을 했다. 반면 미나는 한국 경기들마다 몇 시간 동안 태극기를 두르거나 붉은 악마 티셔츠를 잘라 입고 경기장에서 응원을 하여야 했다.




        그 최초 등장할 때의 배경과 컨텍스트가 이후의 행보에 크게 영향을 미친다. 사진 한 장으로 등장한 구혜선은 주위 배경을 사람들이 만들어 가며 함께 얘기를 만들 수 있었다. 아주 자유롭게 컴퓨터 광고부터 사극까지 출연할 수 있었다. 반면 미나는 처음 등장할 때의 강렬함과 상대적으로 길었던 노출 시간이 자신을 죄는 틀이 되어 버렸다. 그 이미지에서 좀처럼 빠져 나오기가 힘들었다.




        앤디 워홀의 ‘15분간의 명성(15 minutes of fame)' 이란 유명한 말이 있다. 해석은 미국을 비롯한 서구에서도 두 갈래로 나뉜다. ’어느 누구나 15분 동안 명성을 누릴 수 있다‘와 ’누구나 15분 안에 유명해질 수 있다‘로 갈리는데, 인터넷뿐만 아니라 TV와 같은 미디어의 속성을 감안하면 양자 모두 맞는 해석이다.




        무명에서 유명해지기 위한 15분이 짧을수록, 유명해져서 지속되는 시간으로서의 15분이 길어질 공산이 크다. 앞의 시간이 짧다는 것은 갑자기 유명해졌는데 사람들에게 정보가 없이 공백이 많은 도화지처럼 내던져진 것과 같은 상황이다. 그 도화지를 채우는 시간을 사람들이 갖으면서 명성의 시간은 길어질 수 있다. 반면 앞의 시간이 길어지면, 노출된 부분이 많아서 사람들이 대상에 대해 자신만의 틀을 만들어 버리기 쉽다. 그 틀을 깨치기가 힘들다. 그래서 명성의 시간은 짧아지게 된다.




        물론 연예인들의 인기를 결정하는 요인은 매우 다양하다. 요즘 ‘꽃보다 남자’가 광고시장에서까지 인기몰이를 하면서 구혜선 씨에 대한 질문을 몇 차례 받았다. 질문들을 받고 답을 하면서 비슷한 시기에 우리 앞에 나타났던 미나와 함께 엮어서 생각해 보았다.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