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슈퍼볼 광고-절반의 성공




        작년 현대차는 한국 기업으로는 최초로 슈퍼볼에 제너시스 광고를 했다. 이 지면을 통해서 미국 주재 시절의 꿈이었던 슈퍼볼 광고를 현대차가 저지른 데 대한 부러움과 슈퍼볼 광고의 분위기를 살리지 못한 어설픈 광고에 대한 아쉬움을 담은 글을 쓰기도 했다.




        올해 현대는 다시 슈퍼볼에 광고를 실었다. 내부의 사정을 자세히 알지는 못하지만, 현대차 관계자들은 현명한 결정을 내렸다. 이 불황의 시기에 초당 1억원 이상을 한 프로그램에 부어 넣는 것은 쉬운 결정이 아니다. 게다가 작년의 광고가 그리 높은 평가를 받지 않은 상황이었으니 더욱 어려웠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만약 이번에 현대차가 광고를 하지 않았다면, 현대차가 작년에 쓴 5백만$ 이상의 돈은 과거의 한 페이지로 1회성으로 소모된 셈이 된다. 혹평을 받았어도 이번에 연속으로 슈퍼볼 광고를 집행함으로써 작품 수준에 상관없이 작년에 광고를 했다는 사실 자체가 현대차와 제너시스의 힘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PR효과와 함께 소비자나 업계에서의 인지도를 자연스럽게 올렸을 것이다.




        삼성의 올림픽 스폰서 활동의 성과를 돌이켜 보면, 처음 할 때는 스폰서 대상에 대한 지식과 경험의 부족으로 제대로 스폰서 대상의 혜택을 이용하기 힘들다. 아무리 스폰서 규정이나 사례 공부를 한다고 하더라도 직접 체험을 통하여 한 번 해봄으로써 깨닫는 부분들이 꼭 있다. 그리고 같은 스폰서들끼리 경쟁을 하기도 하지만, 서로 정보를 교환하고 협조를 하는 부분도 많은데 그 이너서클(inner circle)에 처음에는 들어가지 못하니까 제대로 활용하지를 못한다.




        현대차의 경우 작년에는 슈퍼볼과는 따로 노는 급조한 광고가 실렸다는 느낌을 주었으나, 올해의 광고물 두 편 중의 하나는 확실하게 슈퍼볼을 겨냥하여 만들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렉서스와 BMW 회사 대표들이 현대차 제너시스가 최고의 차로 뽑혔다는 것에 대해서 아래 직원들에게 마구 화를 내는 장면을 담은 ‘Angry boss'라 이름 붙인 광고가 바로 그랬다. ‘BMW 5-시리즈 살 돈으로 7-시리즈 같은 제너시스를’ 사라는 식의 작년 광고들은 너무나 직설적이어서 등줄기에 전율이 흐르는 것보다, 올해의 슈퍼볼 광고에는 슈퍼볼 광고의 주종을 이루는 경쟁 상대를 희화화하는 유머와 대담한 도발 성향이 가미되었다. 위에서 인지도를 올렸을 것이라는 얘기를 했는데, 렉서스나 BMW와 같은 체급의 플레이어로 인식 범주에 들어갔을 것으로 생각된다.




        그런데 유머가 너무 직설적, 단선적인 점이 아쉽다. 30초 짧은 시간이지만 반전(反轉)이나 극적 효과가 들어갈 여지는 충분히 있고, 제대로 된 슈퍼볼 광고라면 그런 것들이 들어간 스토리라인을 갖추어 마지막 순간까지 시청자들의 기대감을 고조시켜야 하고, 보고 난 후에도 되새김질을 하게 만들어야 한다. USA Today 신문의 슈퍼볼 광고평가투표에서 1위를 한 도리토스(Doritos)나, 전통의 광고모델인 스타인 스코틀랜드 원산의 복마(卜馬) 클라이즈데일을 출연시킨 버드와이저의 서커스단 광고를 보면 막판 ‘허 찌르기’ 혹은 반전의 묘미와 필요성을 보여준다. 이번 현대차의 렉서스와 BMW를 조롱하는 광고는 같은 유머 소재가 일본과 독일, 렉서스와 BMW란 표피적 차이만 있을 뿐 그냥 그대로 반복되어 흥미를 반감시켰다.




        더욱 아쉬운 것은 같은 현대차의 광고들이 같은 프로그램에 방영되는데 별 일관성과 공통점을 찾아보기 힘들게 각개약진식으로 만들어졌다는 점이다. 특히 현대차를 사고 1년 이내에 실직하면 환불해준다는 획기적인 고객서비스를 제안한 ‘Assurance'란 제목의 광고는 슈퍼볼 후속으로 내놓는 것이 제안의 효과를 더욱 크게 할 수 있는 방법이었다. 그 제안 자체가 마케팅의 신기원을 이룩할만한 큰 소재인데, 슈퍼볼이란 들뜬 분위기와 다른 광고들의 현란한 유머와 그림 속에 묻혀 버렸다. 일단 내보낸 것은 내보낸 것이고, 이 프로그램을 중심으로 한 캠페인을 앞으로 지속 진행하리라 생각한다. 그래야 마땅하다. 아마 미국에서의 현대차는 물론이고 자동차 마케팅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약 10년 전의 ’10년 보증‘ 프로그램과 같은 화제를 불러일으킬 것이다.




        어쨌든 2년 연속 슈퍼볼에 광고를 올린 현대차의 담대한 결정에 박수를 보낸다.  USA Today 평가 결과는 최하위 5개 광고에 들어 아쉽지만, 위에서 쓴 것처럼 진일보한 면이 있기에 어두운 경기 상황에도 불구하고 실적 부문에 청신호로 작용하리라 믿는다. 그리고 내년에 한결 더 개선되어, 슈퍼볼 광고의 고참으로 작품 수준에서도 최고의 자리로 오르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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