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경은 미국. 여자를 납치해 잔인하게 고문, 성폭행하고 살해하는 끔찍한 범죄가 발생한다. 범인은 과거에도 같은 짓을 하고 도망친 연쇄살인범. 수사팀은 총력을 다하지만 용의주도한 범인은 늘 한발 앞서 사라진다. 마침내 찾아낸 범인은 국경 너머 캐나다에서 경범죄로 잡힌다. 캐나다에선 사형철폐 원칙에 따라 송환 뒤 사형 구형이 가능한 범죄자는 인도하지 않는다는 법 뒤에 숨은 것. 절대 자신을 데려가지 못할 것이라며 비웃는 범인을 세운 법정에서 검사는 강간살인죄 대신 범행중 훔친 자동차절도죄로 기소, 송환 판결을 받아낸다.’



케이블TV 홈CGV의 외화 시리즈 ‘특수수사대 SVU’에서 ‘추적’이라는 제목으로 방송됐던 내용입니다. SVU는 뉴욕경찰청 소속 성범죄 특별전담반(Spesial Victim Unit)의 약자지요. 1999년 미국 NBC가 제작, 네 번째 시리즈까지 완성됐고 국내에선 지난해 3월부터 방송되기 시작했습니다.



수사팀엔 노련하지만 인간적인 면모를 지닌 형사도 있고, 냉철한 지성파 여자 검사도 있습니다. 살인죄 대신 절도죄를 적용, 기소함으로써 캐나다 법의 약점을 이용하려던 악당을 인도받아 체포하는 기지를 발휘하는 것도 머리 좋은 여자 검사지요.



드라마와 영화 등 대중적 영상물의 내용은 사회 현상과 분리될 수 없습니다. 할리우드 영상물이 유독 가족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건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안될 만큼 미국 사회의 가족 붕괴가 심각하다는 걸 의미하는 것이겠지요. 재혼에 따른 의부와 여자쪽 자녀의 갈등 및 화합을 주제로 한 영상물이 많다는 사실은 이혼과 재혼으로 인한 자녀 양육문제가 얼마나 심각하고 해결하기 힘든 일인가를 반증하는 것에 다름 아닐 테구요.



TV시리즈로 ‘과학수사대’같은 수사물이 계속 만들어지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을 것입니다 강력범죄가 그만큼 많고, 실제론 범인 검거나 체포가 드라마에서처럼 간단하지 않은 모양이라는.



`특수 수사대 SVU’를 보는 마음도 비슷합니다. 성관련 범죄가 얼마나 많고 자주 발생하면 경찰청 안에 특별전담반을 편성해서 다룰까 싶은 것이지요. 실제 SVU의 내용은 미국내 성(Sex) 문제의 다양성과 복잡성, 끔찍한 정도를 잘 보여줍니다.



가정폭력 문제가 있는가 하면, 직장내 성희롱과 성추행, 아동에 대한 성적 학대, 양부 내지 친부의 딸 추행, 마약이나 정신병으로 인한 성범죄, 포르노테이프 제작을 둘러싼 파렴치한 범죄 등 성을 둘러싸고 상상 가능한 모든 일은 물론 상상조차 힘든 일까지 등장합니다. ‘15세 이상 관람가’도 있지만 상당수가 ‘19세 이상 관람가’ 등급인 것도 그래서일 겁니다.



당연히 보다 보면, 눈을 감거나 TV를 끄고 싶은 장면도 많고 그럴 때마다 “사람의 잔혹성은 과연 어디까지인가”라거나 “미국이라는 데는 정말이지 사람 살 데가 못되는 군” 하는 생각과 함께 “우리는 설마 저렇게 안되겠지, 아니 저런 일은 없어야지” 하며 고개를 흔들게 됩니다.



그러면서도 마음 한 구석에서 “요즘같은 포르노세상이 계속되면 저런 일이 안생긴다고 누가 보장할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이 들면 온몸에 저절로 소름이 돋습니다. 하루에도 수십통씩 날아드는 쓰레기 e메일의 90% 가까이가 포르노성이고, 인터넷 포털의 경우 검색어를 조금만 바꾸면 온갖 포르노사이트와 연결돼 중고생은 물론 초등학생까지 온갖 걸 볼 수 있는 마당에 누가 성문제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겠는가 싶기 때문이지요.



모든 자극은 보다 강렬한 자극을 부른다고 하거니와 성에 관한 건 더욱더 그렇습니다. 성과 살인이라는 두 가지 자극을 함께 추구하는 포르노테이프를 만들기 위해 배우지망생 소녀를 폭행하고 죽인 사건을 다룬 할리우드 영화 ‘8미리’(니컬라스 케이지 주연)에서 보듯 자극과 충동에 관한 인간의 욕망은 끝이 없어 보이니까요.



성인도 포르노 앞에서 자극을 받는다고 하는 만큼 이제 막 성에 눈뜨는 청소년들에게 포르노는 제어하기 힘든 충동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뿐이랴. 포르노는 여성의 인격을 인정하지 않는데서 출발하고, 성을 아름다운 것이 아닌 비정상적이고 가학적인 것으로 여기도록 만듭니다.



`SVU’의 경우 국내 시청률은 미국에서의 인기에 훨씬 못미친다고 합니다. 공중파가 아닌 케이블TV에서 방송되는데다 시간이 한밤중인 탓도 있지만 내용 또한 우리와는 다소 거리가 있어서 그렇다는 데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게 됩니다. 이 드라마가 인기를 끈다면 그만큼 사람들의 피부에 절실하게 와 닿는다는 얘기일 테고 그건 실로 두려운 일이 아닐 수 없기 때문입니다.



세계 제일이라는 초고속 인터넷망을 타고 세계 각국의 포르노가 마구잡이로 쏟아지는 현실은 집창촌 단속 위주의 ‘성매매 방지특별법’이 과연 실질적인 효과를 거둘 수 있을까라는 우려마저 낳게 합니다. 비정상적이고 변태적인 성에 대한 호기심은 커질 대로 커지는데, 성범죄에 대한 인식은 여전히 ‘남자가 그럴 수도 있는 일’로 치부된다면 성매매 방지특별법이 성매매를 근원적으로 차단하기는커녕 성매매를 지하로 숨어들게 하거나 오갈 데 없고 감정조절이 안되는 소녀나 여자들의 피해를 확대시키는 결과를 가져오지 않을까 싶은 것이지요.



"결혼한 여자는 지금도 남편의 소유물에 지나지 않는군.” 아내 강간 문제를 다룬 SVU의 ‘적과의 동침’편에서 남편을 강간죄로 고소했다 남편의 “잘못했다”는 사과 한마디에 취하하는 여성을 보면서 여자 검사가 하는 이 한마디는 외견상 성범죄를 살인만큼 중죄로 여긴다는 미국사회에서도 성범죄를 제대로 취급하기가 얼마나 어려운가를 보여주고도 남습니다. 그러니 우리는 오죽하겠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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