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은 매체가 아니다




        아직도 내게 ‘네티즌(Netizen)'이란 용어는 석연치가 않다. 특정 사건에 대하여 ’네티즌의 반응‘ 어쩌고 할 때의 네티즌은 누구를 말하는가? 몇몇 언론 특히 신문에서 ’일부 네티즌‘이라며 근엄한 어조로 꾸짖을 때의 그들은 과연 누구인가? 촛불집회에 모인 ’네티즌‘은 다른 참석자들과 어떻게 다른가? 어느 기사에서는 3천7백만명의 ’한국 네티즌‘이란 표현을 썼는데, 이럴 경우 이들을 굳이 네티즌이라고 불러야 할 이유가 있을까?




        네티즌이란 용어를 만들었다는 컬럼비아대학교 교수인 마이클 하우번(Michael Hauben)은 네티즌은 단순히 통신망을 사용하는 사람이라는 양적 개념이 아니라, 통신망 문화를 만들고 통신망 공동체를 꾸려나가는 의미의 함축적인 개념이라고 했다고 한다. 단순한 노출과 접촉을 넘어서서 행동과 사고양식에 따른 정의를 내린 것이다.




        최초의 네티즌은 마케팅에서의 전통적인 소비자 구분에 따르면 혁신적 수용자(Innovator)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처음 이 용어가 탄생했던 1992년의 경우에 인터넷의 확산 정도를 생각하면 네티즌은 상당히 한정된 집단이었다. 1920년대초 식민지 조선의 신문독자들보다도 정제된 집단이었을 것이다. 이 때 광고계에서 인터넷은 네티즌이라고 불이는 지극히 한정된 독자층을 가지는 매체로 정의, 구분되었다. 그리고 유감스럽게 광고계에서 인터넷에 대한 그러한 정의와 시각은 지금도 크게 변한 것 같지 않다. 우리도 조사를 할 때 매체별 수용도나 접촉도 등을 따질 때 인터넷을 바로 TV, 신문 등과 1차원적인 비교를 하는 경우가 많다.




        출발점에서부터 볼 때 인터넷은 소통의 도구로, 다른 매체들은 전달의 도구로 탄생했다. 또한 다른 매체들이 수용자들이 전달을 받는 단말기 자체가 새로운 물품으로 탄생했던 데 비해서, 인터넷은 기존에 있는 단말기를 이용했다. TV, 라디오라는 새로운 기기와 함께 그들은 매체로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신문이나 잡지도 인쇄술을 담는 그릇으로서 새로운 모양을 띄고 나타났다. 그러나 인터넷은 기존에 사람들이 사용하던 컴퓨터 단말기를 이용했고, 인터넷을 하면서도 기존에 컴퓨터를 이용하여 하던 일들도 기본적으로 계속 하였다. 사람들은 TV를 보고, 라디오를 듣고, 신문을 읽는다. 어쨌든 매우 수동적인 존재일 수밖에 없고, 행동이 제한된다. 그러나 인터넷에는 ‘하다’나 ‘즐기다’와 같은 폭넓게 해석될 수 있는 동사들이 붙고, 실제로 다른 행동들이 동반된다. 




        광고주가 광고를 하면서 광고료를 지불하고, 또 광고대행사를 사용하는 아주 근본적인 이유는 광고를 할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이 제한되어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제한된 공간, 즉 면수(面數)를 가진 신문에 나의 광고를 싣기 위하여 돈을 낸다. 공급이 제한되어 있기 때문에 지면을 사기 위하여 경쟁을 벌이고, 그 경쟁의 전문가로서 광고대행사가 설 여지가 있다. TV도 마찬가지로 한정된 시간에 나의 광고를 싣기 위하여 경쟁을 한다. 시간적인 제약성에서 TV는 방영되는 그 시점에 시청자들에게 노출이 되지 못하면 헛돈을 쓴 셈이 된다. 신문의 경우도 독자들에게 노출될 수 있는 시간은 보통 그 다음 신문이 나올 때까지로 한정이 된다. 이런 제한된 여건 때문에 단순히 알리는 것을 넘어서 눈길을 끌고 광고 자체로 재미를 가지고 볼 수 있도록 창의적인 제작물을 만들어야 하고 그래서 또한 전문집단으로서 광고대행사가 설 여지가 있다.




        인터넷의 경우는 바로 위에서 본 신문과 TV 등의 매체가 갖는 것과 같은 시간과 공간의 제약성이 없다. 공간은 무한하게 열려 있고, 아무 때나 꺼내서 볼 수 있다. 촛불집회를 실시간 동영상으로 보기도 하지만, 며칠이 지나서 들추어 보기도 한다. 이런 시간과 공간의 무한성 때문에 가장 효율적인 매체를 선택하는 매체전문가로서 광고대행사의 입지는 인터넷에서 줄어들 수밖에 없다. 그리고 전통적인 전체 광고비 분류에서 인터넷 광고가 차지하는 비중도 사람들의 수용도와 접촉도, 몰입도 등을 감안할 때 상대적으로 증가 속도가 더딜 수밖에 없다.




        아주 진부한 표현이기는 하지만 인터넷은 그 자체로서 하나의 세상이다. 전통적 매체들도 인터넷 안에 자신의 자리들을 잡고 있다. 그런데도 많은 전통 매체들이 인터넷을 시간과 공간을 자신들과 다투는 ‘매체’로 정의를 내리고 있는 것 같다. 덩달아서 광고주나 광고대행사도 인터넷 광고를 같은 개념에서 접근하고 있는 듯하다. 롱 테일(Long tail)을 얘기하지만, 인터넷 광고에서 포탈을 중심으로 한 소수 상위 업체들의 독점도는 전통 매체에서의 그것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미국의 경우 구글(Google), 야후(Yahoo), MSN 등의 상위 5개 업체가 인터넷광고비의 99%를 차지하고 있다. 인터넷을 ‘또 하나의 세상’이 아닌 시간과 공간의 제약성을 지닌 ‘또 하나의 매체’로 접근하면서 빚어진 현상이다.




        몇 푼 되지 않는 입장료와 가이드 비용을 내고 들어와 맘대로 돌아다닌다는 자체로 흡족해 하는 경우가 많다. 기본적으로 인터넷 광고의 효과 측정도 전통 매체에서의 광고 효과를 측정하고 나타내는 지표들을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인터넷 광고에 대한 아주 근본적인 정의와 개념, 방법론, 관련되는 광고주와 대행사 등의 역할과 비즈니스 모델 등의 정리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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