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억$(?) 짜리 어시장(魚市場) 브랜드




        일본의 수도인 도쿄(東京)의 관광코스 중에서 가장 일찍 문을 여는 곳이 아마 쯔끼지(築地) 어시장일 것이다. 아침 5시 30분이면 종이 울리고 참치 경매가 시작되며, 보통 150명 이상의 부지런한 관광객들이 그 시간에 이미 자리를 잡고 있다고 한다. 그 시간 이후에도 하루 평균 1천 명에 가까운 관광객들이 몰려드는 색다른 관광명소의 하나로 쯔끼지 어시장은 자리를 잡았다. 그리고 스시가 세계적인 인기 메뉴로 자리를 잡으면서, 쯔끼지는 이슬람교의 메카처럼 스시가 시작되는 성지(聖地)와 같은 위치로 발돋움하였다.



        그런데 도쿄시 당국은 시내의 쯔끼지 어시장을 시 외곽의 새로운 쇼핑과 관광지로 각광을 받고 있는 토요슈(豊洲)로 2012년까지 이전할 예정이다. 그들의 말인즉슨 현재의 시장 건물들이 낡고 좁아서 건물 자체도 위험하고, 안전사고의 우려도 커서 보다 현대적인 시설을 짓고, 인근 관광 인프라도 구비되어 있는 토요슈 지역으로 옮긴다는 것이다. 이코노미스트는 ‘쯔끼지’라는 국제적인 브랜드의 가치가 30억$에 이른다는 인터브랜드(Interbrand)사의 산정결과를 보도하며, 그 브랜드 가치가 과연 새로운 곳에 전이될 수 있을 것인가 의문부호를 던지고 있다.



        쯔끼지 시장이 문을 연 것이 1935년이라고 한다. 그 2차대전과 미군정시대, 50~60년대의 극심했던 학생운동과 노동쟁투의 시기를 담은 이제는 70년이 넘은 역사와, 도쿄 시당국은 기겁을 하겠지만 좁은 통로에서 참치를 나르는 지게차의 곡예운전과 그러면서 가끔씩 일어나는 충돌사고까지도 쯔끼지의 브랜드를 구성하고 있는 인자이다. <Tsukiji: The Fish Market at the Centre of the World>(2004)란 책의 저자인 하버드 대학교의 테드 베스터(Ted Bestor)라는 교수는 이전계획을 관료주의적인 발상이라고 비난하며 브랜드 이미지가 제대로 전이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하여 이전을 책임지고 있는 도쿄시의 관료는 ‘풍요로운 땅(豊洲)’이라는 의미의 토요슈가 ‘메워진 땅(築地)’이란 쯔끼지보다 훨씬 낫다고 답했다고 한다.



        수세에 몰린 일본의 관료가 노련하게 동아시아식의 지명 해석을 갖다 붙인 농담반진담반의 분위기로 얘기했다고 생각이 된다.  그런데 실제 기업들의 상황에서 ‘이름이 좋으면, 다 좋은 것이다’라는 무지막지한 명제가 아무렇지도 않게 횡행하곤 한다. 이름은 아주 특별한 경우에만 보너스 혹은 재앙(Disaster)로 작용할 따름이다.



        나는 위의 관료께서 일본 특유의 꼼꼼함과 효율성을 가지고 혹시라도 남아 있을지 모를 예전 화학공장들이 토요슈 지역에 남긴 벤젠 등의 공해물질들을 깔끔하게 청소해 주기를 기대한다. 그리고 이름을 한자로 해석해 주는 여유를 가지고 쯔끼지가 축적해 놓은 그 역사적 유산들을 어떻게 새로운 곳의 브랜드로 조화롭게 이식시킬 것인가 고민해 주었으면 한다. 고민 해결을 위한 약간의 힌트로 신구가 완벽하리만치 조화를 이룬 바닷가에서 몇 블록 떨어지지 않은 미국 메이저리그 볼티모어 오리올스(Baltimore Orioles)의 홈구장인 캄덴 야드(Camden Yards)에 가 볼 것을 제안한다.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