긍정적인 네거티브(Negative) 광고 전략

 

      정치광고에서 네거티브전략은 거의 언제나 비난의 대상이 된다. 이번 대통령선거에서도 네거티브 광고가 두드러졌다. 그리고 강하게 네거티브전략에 의지한 쪽이 패자가 되면서 역시나 네거티브 전략의 한계와 같은 글들이 심심치 않게 보인다. 네거티브전략이 무조건 나쁜 것만은 아니다. 네거티브전략은 비상(砒霜)처럼 보통 사람을 죽이지만, 말 그대로 비상(非常)하게 죽어 가는 사람을 살리는 효력을 발휘할 때도 있다. 이번의 경우도 네거티브전략 자체보다는 실행을 하는 방법 등에서 문제가 더 많았다. 네거티브전략이 긍정적으로 작용하도록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일까?

 

      첫째, 네거티브전략의 핵심은 타이밍(Timing)이다. 언제 네거티브전략을 쓸 것인가, 최고의 효과를 올릴 수 있는 시기를 잘 선택해야 한다. 또한 그 효과를 최대로 하기 위하여 어느 정도의 양으로, 얼마만한 간격을 두고 노출시킬 것인가를 결정해야 한다. 처한 위치나 여건에 따라서 다르겠지만 일반적으로 얘기하면 네거티브광고의 빈도는 최소화하는 것이 좋다. 미국 정치광고 사상 불후의 명작으로 꼽히며, 네거티브 정치광고를 얘기할 때마다 제일 먼저 거론되는 '데이지 걸(Daisy Girl)'은 단 한 차례만 방영이 되었다. 데이지 꽃잎을 따는 소녀와 거기에 겹쳐지는 핵무기 발사의 카운트다운과 폭발의 충격적인 영상으로 비록 타의에 의해 재방영이 금지되었다지만, 그 한 번으로 이미 모든 것이 결정되어 버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마 몇 차례 더 방영이 되었다면 그 충격의 강도는 훨씬 약해졌을 것이다. 충격만큼이나 유권자들의 반발을 불러 일으켰을 가능성이 크다. 또한 그들의 적수에게 반격할 수 있는 논리와 소재를 제공하였을 지도 모른다.

 

      둘째, 간접화법을 쓰는 것이 좋다. 네거티브의 대상을 직접적으로 거론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 자신의 얘기를 하면서 깎아내리고자 하는 상대방을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연상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이번 경우에도 그랬지만 소위 '자학(自虐)모드'가 효과적이다. 동정심을 유발하면서 상대방을 자연스럽게 부정적인 느낌이 들도록 만들 수 있는 것이다. 정치광고는 아니지만 광고사의 걸작중의 하나로 꼽히는 미국 렌트카 기업인 애비스(Avis)의 "우리는 2등입니다. 그래서 더 열심히 노력합니다(We're number 2. We Try Harder.)"가 그 대표적인 사례이다. 허츠(Hertz)는 강력한 No.1이기는 하지만 이 광고로 소비자에게 군림하려고 하는, 노력하지 않는 거만한 기업이 되어버렸다. 사실 이런 자학모드는 그래서 절대 강자에 대하여 2위 기업들이 사용을 한다. 참고로 애비스 광고의 전설에 묻혀 별로 알려지지 않았는데, 허츠의 반격도 만만치 않았다. 허츠는 '그래, 우리는 No.1이야. 그래서 2위가 할 수 없는 더욱 훌륭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어'하는 도발적인 자세에, 엄청난 물량공세로 맞섰다. 그 물량공세에 애비스 광고의 신선함이 매몰되다시피 했다. 예술적 측면에서 광고를 사랑하는 사람으로서는 안타까운 일이었지만, 절대강자로서 실질적인 성공을 거두었다.

 

      마지막으로 상대방을 공격하는 이상으로 자신이 전하고자 하는 바가 한 방향으로 명확해야만 한다. 곧 상대의 약점을 꼬집어 나의 장점이 강하게 부각될 수 있어야 한다. 그저 흠집을 내기 위한, 공격을 위한 공격은 의미가 없다. 바로 위에서 언급한 애비스의 경우 더욱 노력한다는 '정성'이란 1위가 함부로 말하기 힘든 키워드가 있었기에 힘을 발휘할 수 있었다. 90년대 최고의 정치선거 슬로건으로 이번 우리 나라 대선 관련 기사에서도 가끔 인용되었던 빌 클린턴의 "문제는 경제라고, 이 바보야(It's the economy, stupid"는 걸프전 승리의 후광으로 80% 이상의 지지도를 보였던 아버지 부시의 아킬레스건을 정확하고 집요하게 물고 늘어져 결국 정대약세에 있던 클린턴 진영에 승리를 안겨 주었다. 역시 애비스와 허츠의 사례에서처럼 별로 알려지지 않았는데, 이에 대해 아버지 부시 역시 경제를 물고 들어 갔다. 클린턴이 아칸사스(Arkansas) 주지사를 하면서 주경제를 황폐하게 만들었다는 또 하나의 네거티브로 반격을 했다. 그러나 이미 기선을 제압당한 이후였고, 자신의 강점이 전혀 발휘될 수 없는 전장으로 들어가는 전략적 실수를 범하는 것으로 귀결되었다. 비유하자면 수만대군을 거느리고도 몇천에 불과한 적군을 잡으러, 평원을 떠나서 골짜기로 병력들을 축차투입한 꼴이었다. 아버지 부시의 실수 이외에도 젊은 이미지에 어울리는 일상적인 용어를 써서 아버지 부시와의 극적인 대비를 이룩한 상황에 걸맞았던 말 자체의 맛과 한 곳만 집중적으로 때려 댄 집요함이 곁들여 한몫했음은 물론이다.

 

      위에서 비상(砒霜) 이야기를 하였는데, 우리 세상의 사물과 사건은 한 마디로 재단할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네거티브전략이 유용하게 쓰일 수도 있다는 식의 열린 사고를 다른 곳에도 적용하여야한다. 그리고 덧붙여 광고가 실패했을 때, 문제가 어디에 있는지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과연 전략이 잘못 된 것인지, 실행에서 실수가 없었는지, 보다 근본적으로 간다면 제품 자체에 문제가 없었는지 살펴보는 자세가 필요하다. 잔치 같지 않았던 대선 잔치가 끝났다. 언젠가는 제대로 된 네거티브 광고 한 번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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