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팅 트렌드-기업 브랜드를 위하여(1)

글로벌 브랜드의 조건과 영역에 따른 브랜드의 구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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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천하나마 필자의 글로벌 마케팅 부분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진정한 글로벌 브랜드의 조건에 관한 의견을 담은 졸문을 지난 2005년 발표한 바 있다(한국광고주협회 발간 “KAA저널” 2005년 7/8월호 ‘글로벌 브랜드, 글로벌 기업의 조건’, 한경닷컴 커뮤니티 “박재항의 광고하는 사람들” 2005년 7월 26일자에 동명으로 게재). 그 글에서 글로벌 브랜드의 조건을 포괄적으로 묶어서 다음의 세 가지로 제시하였다.




        첫째, 글로벌 스탠다드(Global standard)에 맞는 시스템과 철학에 입각하여 세계 각국에서 실체를 가지고 활동을 한다.

        둘째, 인력 운용과 지향 가치측면에서 세계성을 포용할 수 있는 내부적인 능력을 보유하고 보여 주어야 한다.

        셋째, 세계 각국에서 일정 수준 이상의 균등하고 동일한 이미지와 브랜드 파워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삼성을 비롯하여 글로벌하게 활동하고 있는 한국 기업들은 지난 20년간, 특히 금융위기와 IMF 쇼크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 이후 오히려 이전보다 훨씬 가파르게, 세계인을 놀라게 하는 괄목할만한 성장을 해왔다. 위의 세 가지 조건에서도 역시 충실한 성장을 해왔다. 


        첫째 조건을 보면 강요된 측면도 있지만 어쨌든 상거래를 포함한 기업경영의 여러 측면에서 우리만의 잘못된 관행들을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게 바꾸었고, 큰 무리 없이 자리를 잡았다. 기업의 규모가 커지면서 당연히 글로벌 네트워크가 더욱 조밀하게 형성이 되었고, 해외의 임직원 숫자 및 국내 대비 구성비와, 국내 시장에서의 매출액이 초라하게 보일 정도로 해외에서의 매출액 비중이 비약적으로 늘었다. 그리고 90년대초부터 많은 기업들이 한국시장만을 위한 제한적인 성격을 가졌던 한자(漢子)로 된 기업의 이름이나, 그 이름에 기초한 로고를 글로벌하게 통용될 수 있는 형태로, 즉 CI(Corporate Identity)를 바꾸었다. 별 세 개를 형상화한 로고에서 타원형의 현재의 오벌(Oval) 마크를 도입한 삼성, 럭키금성과 한국화약그룹을 과감하게 축약한 LG와 한화(Hanwha)가 대표적인 사례이다.


        CI를 새로이 정한 대부분의 기업들은 철학을 나타내는 경영이념이나 미션(Mission)도 글로벌 경쟁시대에 맞추어 새롭게 선보였다. 그리고 수출 위주에서 탈피하여, 해외 현지에서 생산과 판매가 자율적으로 이루어지는 체제를 갖추고, 그에 따라 현지 채용의 사례가 급증하였으며 외국의 전문가들이 해외뿐만 아니라 국내에서도 한국 출신 임직원들을 통솔하며 책임 있는 지위에 오른 경우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90년대 말까지의 한국기업들이 주요 공략 대상으로 삼은 국가들은 개발도상국들이 많았다. 그것도 수많은 개발도상국가들 중 몇몇 국가를 핵심목표로 삼아 자원을 집중하는 경향이 있었다. 그 결과로 자원이 집중 투여된 국가에서는 인지도나 이미지가 최고의 반열에 오르는데, 바로 그 옆 국가에서는 미미한 경우가 나타났다. 그런데 이러한 쏠림 현상도 북미와 서유럽의 선진시장을 예전과 같은 가격경쟁력이 아닌 최고 수준의 디자인과 성능, 품질을 자랑하는 제품들로 뚫고 들어가면서 브랜드 파워에서 지역적으로 균형을 맞추어 가는 모습을 보여 주고 있다.


        바로 위에서 본 이러한 괄목할만한 변화에도 불구하고, 진정한 글로벌 브랜드로서 각각의 기준을 완벽하게 채우고 있다고 말하기에는 뭔가 모르게 부족하고 꺼림칙한 구석들이 최소한 필자에게는 계속 느껴졌다. 각각의 조건들에 맞추어 보면, 첫째 부분에서는 세계 각지에 공장이나 사무소를 차리고 존재하고 있지만 지역 사회와 완전히 융화되지 못하고 약간의 거리를 두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둘째에서도 마찬가지로 외국인 임직원이 양과 질에서 모두 늘어났지만 역시 그들이 기업 브랜드를 구성하는 한 요소로서 기업과 일체가 되었고 그런 모습을 보이고 있느냐는 질문에 자신 있게 긍정적인 답을 내놓기는 힘들었다. 마지막으로 오로지 가격경쟁력을 내세웠던 시대에서 품질과 디자인을 포함한 기술적인 측면에서 이미지가 개선되고 최고 반열로 인정을 받는데, 그런 물리적인 측면을 떠나서 감성적인 요소를 소비자들이 떠올리느냐는 측면에서 역시 부족함이 느껴졌다. 부족함의 근원과 그 해결 방법을 모색하기 위하여 브랜드 이론의 출발점부터 사례들을 중심으로 다시 한번 짚어 보았다.




브랜드의 출발 기반과 적용 영역




        브랜드로서 사람들에게 인식되고 있는 것들은 의도적으로 만들거나 자연스럽게 형성된 자신들 나름의 물리적이거나 감성적인 영역을 가지고 있다. 지난 2000년초 필자는 미국 시장에서의 전자 업종 관련 주요 기업 브랜드를 물리적, 감성적인 구분을 넘어서 아래와 같은 형식으로 그 기반과 영역을 구분한 바 있다.




<그림1. 브랜드의 출발점과 영역 사례>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경우가 바로 인텔(Intel)과 같이 특정의 단일제품에 기초하여 브랜드를 만들고 가꾸어 나가는 것이다. 특정한 제품에 집중할 수 있고, 새로운 기술이나 새로운 시도를 통하여 상대적으로 짧은 시간 동안에 브랜드를 구축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인텔의 예를 들면, 누구나 인텔이란 브랜드나 기업 이름을 들으면 바로 반도체 칩을 떠올린다. 특히 이제는 전설이 되다시피 한 부품브랜딩의 백미(白眉)이자 신기원인 ‘Intel Inside'를 통하여 인텔은 기술력 이상의, 반도체의 대명사로 자리를 잡았다. 그런데 반도체 이외의 분야로 사업을 확장하고자 하는 인텔의 몇 차례에 걸친 시도는, 자신이 스스로 이룩한 인텔의 신화, 곧 ’성공의 덫‘에 걸려 모두 실패하였다. 이렇게 제품에 기초한 브랜딩은 성격이 명료하고, 비교적 쉽게 구축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확장 가능성을 차단해 버리는 역효과가 있다. 요즘과 같이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새로운 양태의 업종이나 제품이 수시로 생성되고, 제품의 수명주기가 짧아지는 시기에 이렇게 확장성이 제한되어 있다는 것은 매우 치명적이다. 그런데 한국의 브랜드들을 보면 특정 제품에 기반을 둔, 그 중에서도 하나의 특성에만 매여서 만든 브랜드들이 많다. 그 특성이 구식이 되면, 브랜드를 또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그러니 거기에 브랜드 자산이라는 것이 쌓일 수가 없다.


        두 번째의 예로 든 AT&T는 사실 21세기 들어서 빛이 많이 바랬다. 그러나 지난 세기 AT&T는 단순한 전화(Telephone)를 넘어서 모든 커뮤니케이션 기구와 통로를 제공하는 것을 포괄적으로 상징했다. 전화기, 장거리 전화, 전보, 통신위성과 같은 개별 제품들을 하나로 묶고, 역사적 유산과 함께, 가슴 뭉클한 인간적 감성까지도 담아내는 수준에 이르렀다. 카테고리를 기반으로 하는 브랜드는 이렇게 확장성과 감성적 속성까지 담아내기가 용이하다는 데서 제품 기반보다 유리하다. 그러나 AT&T의 경우 성공이 지나치다 보니 견제 세력이 많이 생겨서 결국은 전화 사업권을 지역별로 쪼갤 수밖에 없게 되면서, 과거의 어두운 그림자만 AT&T에 드리워지는 사태가 벌어졌다. 이어서 무선통신과 컨텐츠와 연계되는 인터넷 기반의 통신사업에 발 빠르게 대처하지 못하면서 커뮤니케이션이란 강력했던 개별 제품 이상을 포괄하는 카테고리를 차지했던 브랜드에 ‘흘러간 시대의 커뮤니케이션’이란 낙인에 가까운 훈장이 이제 달려 버렸다.


        업종, 즉 카테고리를 기반으로 하면 바로 위에서 얘기한 것처럼 개별 제품보다는 더욱 넓고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장점이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상식적인 업종 구분의 선을 넘기 힘들다. 이를 극복하는 유형으로 제품의 집합으로서 업종을 넘어서 제품들의 특정한 속성을 자신의 브랜드로 삼는 부류가 있다. 캐논(Canon)은 선명한 색상을 자신들의 특장점이자 브랜드로 내세웠다. 카메라로 출발을 했지만 팩시밀리, 복사기, 프린터, 스캐너까지 다양한 제품군을 아우르면서 소비자 인식상에 거부감 없이 받아들여질 수 있었다. 스포츠 TV채널인 ESPN도 “스포츠 팬을 위하여(For the sports fans)"라는 자신의 특징을 브랜드로 삼으며 TV채널을 넘어서 잡지, 라디오와 같은 매체는 물론이고, 스포츠 용품 그리고 스포츠바(Bar)까지 그 사업영역을 넓혔다. 패션뿐만 아니라 전자 제품, 아파트나 호텔까지 영역을 넓힌 디자이너 브랜드들도 이런 유형으로 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제품의 속성과는 일견 거의 관계없이 창업 철학이나 경영 원칙을 자신의 브랜드로 삼는 경우가 있다. 외부인사로 HP의 CEO로 취임한 칼리 피오리나(Carly Fiorina)는 창업자 집안을 포함하여 정통성 문제를 제기하는 인사들에게 시달렸다. 여기에 대한 피오리나의 CEO로서의 본격적인 행보는 바로 HP의 브랜드를 새롭게 정립하는 것으로 시작되었다. 차고에서 시작했다는 HP의 창업 스토리에 기반을 둔 정신을 이어 받겠다는 의지를 브랜드화하여 "Invent"를 새로운 로고 및 슬로건으로 채택하고, 대대적인 캠페인을 전개함으로써 초기의 우려를 잠재웠다. 지금도 21세기 최고의 브랜드 캠페인으로 일컬어지는 HP의 브랜드 캠페인의 막이 오른 것이다. 비록 2005년 피오리나는 물러났지만, “Invent"가 의미하는 도전정신은 HP의 직원들을 하나로 묶는 구심점 역할과 함께, 프린터 이상의 창조적인 기업으로 HP를 각인시키는, 브랜드로서의 핵심적인 역할을 계속 수행하고 있다. 이렇게 철학과 원칙에 기반을 둔 브랜드는 새로운 분야로 기업의 지평을 넓히며, 내부 임직원이 공유하는 가치로 자리를 잡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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