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미움'을 프리미움하라

 

      영국의 유명한 트렌드 연구 및 예측기관인 trendwatching.com에서 내놓은 <2008년에 유용한 8개 트렌드(8 Trends to capitalize on in 2008)>이란 보고서에서 두 번째 트렌드로 'Premiumization'을 들었다. 여러 가지 예들을 함께 들었는데, 대표적으로 고급 생수들 몇 가지를 가장 먼저 제시하였다. 보통 고급 생수라고 했을 때 떠올리는 에비앙(Evian), 페리에(Perrier), 피지워터(Fiji Water)와 완전히 격을 달리 하는 제품들이다. 기존의 많은 소비자들에게 친숙한 이들 브랜드들에 대해서는 '프리미움'이 아닌 '수준을 올린(upgraded)'라는 수식어를 사용하였다. 우리가 알고 있던 '고급'이나 '프리미움' 이상의 예로 든 제품들은 세 가지였다.

 

      기존 기업인 에비앙에서 한정판으로 내놓은 '팰리스(Palace)' 시리즈가 있다. 선택 받은 특별한 소수라는 한정판이라는 것 이외에 이 제품의 가장 큰 특징은 고급 와인이나 보드카, 향수와 같은 느낌을 주는 디자인에 있다. 고급 사교 모임이나 특별한 파티 자리에 어울린다. 원래의 가격은 $15~20 정도라고 하는데, 이베이(eBay)에 나온 가격은 $30이상이었다.

 

      에비앙 팰리스 시리즈의 디자인이 미니멀리즘에 기초한 유럽풍의 품격과 우아함을 보여 주려 했다면 블링 H2O(Bling H2O)는 지극히 헐리우드적인 천박스럽게까지 느껴질 정도로 대놓고 화려함을 자랑한다. 헐리우드 연예인들의 도발적인 파티나 힙합 스타들의 콘서트 현장에 어울릴 듯 하다. 그리고 실제로 그것을 커뮤니케이션의 핵심으로 잡고 있다. 블링 H2O도 에비앙 팰리스와 비슷한 가격으로 팔리고 있다.

 

      '타스매니아의 물(Tasmanian Rain)'은 가격이 $5 정도로 업그레이드 제품들과 비슷한 수준이고, 디자인에서 특별한 점을 찾기 힘들지만 환경친화의 현대 트렌드와 부합되는 이야기를 가지고 있다. 문자 그대로 오스트레일리아 동남부의 천연자연을 맛볼 수 있는 관광지이기도 한 타스매니아 섬에 내리는 빗물을 가지고 만든 생수이다. 그 단순한 빗물을 이들은 이렇게 표현한다. '하늘의 구름에서 바로 병으로. 지면에 닿지도 않은(from cloud to bottle it never even touches the ground).' 이런 표현을 보고 누군가는 다른 생수들에서는 진흙탕을 흐르는 물이 연상된다고 했다.

 

      이들 초고급 혹은 특별한 생수들의 출현이 시장에 갖는 의미는 크게 두 가지 방향으로 예측할 수 있다. 첫째, 흔히 저관여제품이라고 분류했던 카테고리에서 프리미움 제품들이 본격적으로 시장에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 한때 강남의 초등학교 어린이들이 14만원짜리 구찌 지우개나 몇 만원 대의 헤르메스 연필을 쓴다고 방송에서 다룬 적이 있었다. 상당한 화제가 되기는 하였지만 실제로 그것을 쓰는 어린이를 보았다는 사람은 없이 '~카더라'하며 분개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렇지만 앞으로는 정말 이런 경우가 많아질 것이다. 얼마 전 일반 제품들의 세 배 이상 가격의 초고급 화장실 휴지가 나왔다는 기사를 보았는데, 아마도 이런 종류의 기사들이 많아질 것이다.

 

      첫째 경향과 연계하여 소위 매스티지(Masstige)라고 했던 대중적인 명품을 추구하던 트렌드가 사라지고 있다. 매스티지는 명품의 시장을 넓힌다는 목적을 가지고 확산이 되었는데 결과적으로 명품 자체의 하향평준화와 같은 결과를 초래했다. 구찌, 퓨마, 이브생로랑 등을 소유한 프랑스 PPR그룹의 총수인 프랑스와 앙리 피노(Francois-Henri Pinault)의 다음과 같은 말이 피부에 와 닿는다. "글로벌 럭셔리 산업은 지금 중요한 전환기에 있으며 럭셔리 산업이 성장을 지속하려면 최고급 소비자를 지칭하는 소위 '울트라 하이엔드(Ultra-High-End)' 고객들을 상대해야 한다. 이는 최근 시장 확대를 위해 유행처럼 번졌던 현상, 즉 가격을 내려 중간시장 고객을 목표로 하는 전략을 중단하고 대신 고가의 창조적인 제품을 개발해야 한다."

 

      프리미움 자체에 대한 찬반을 떠나서 많은 단어들이 그렇듯이 프리미움이란 용어도 남용되어 원래의 의미가 퇴색되어 버린 경향이 있다.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측에서 보면 고객들에게 어찌 보면 본의 아니게 거짓말을 하게 되는 격이다. 사실상 그런 불신은 기업들이 자초한 면이 크다. 별 것 아닌 것을 프리미움이라고 부풀린 사례들도 많고 바로 위에서 얘기한대로 프리미움을 조금 더 많이 팔겠다고 스스로 낮추어 버린 경우도 많다. 정말 프리미움이라고 고객들이 가치를 느낄 수 있게, 그래서 기꺼이 더 높은 가격을 지불하게 만드는 요소는 찾고자 한다면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 없다고 하면 또한 얼마든지 만들 수 있다.

 

      북극점을 처음 밟았다는 피어리(Robert Edwin Peary)의 묘비명에 새겨졌다는 그의 말이 생각난다. "나는 반드시 길을 찾을 것이다. 아니면 만들어 버릴 것이다(I shall find a way or make one.)" 피어리는 길을 만든 것이 아니라 북극점 자체를 만든 것이 아니냐는 논란에 지금까지도 휩싸여 있기는 하지만, 그 정신 자체는 높이 사주고 우리도 가슴에 담을 필요가 있다. 그래야만 정말 프리미움을 프리미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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