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일본' 대 '범중국'

 

      지리 상식에 문제가 있고, 원산지를 별로 중요시하지 않는 집단이라는 문제가 있기는 하지만, 미국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의 결과처럼 한국 기업을 일본 기업으로 잘못 알고 있는 서구인들이 꽤 있다. 그런데 그렇게 틀리게 대답을 한 사람들은 조금 깊게 파고 들어가 보면 잘못 알고 있기 보다는, 어느 나라의 기업인지에 대하여 관심이 없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굳이 캐고 물어 보니까, '모르겠다'라고 대답하기 보다는, 대충 아시아 기업인 것 같고 하니, 아시아의 대표적인 국가로 일본이란 나라 이름을 툭 던진 것이다.

 

      작년 5월 여기 칼럼 "삼성은 일본 기업이다"에서 삼성이 한국 기업이라고 제대로 인식하고 있는 사람들의 비율이 미국의 경우 70%는 되고, 나머지 30%는 원산지 같은 것에는 전혀 관심이 없는 사람들이라고 얘기를 했다. 그런데 갈수록 30%라고 얘기했던 원산지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이 늘고 있고 다른 한편으로는 원산지를 뭉뚱그려 얘기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는 것 같다. 뭉뚱그려 얘기하는 사람들이야 예전부터 어느 곳에서나 있었다. 우리가 머리 노랗고 코 큰 서양인들 보면 그냥 미국사람이라고 하는 것도 이런 경우이다.

 

      한때 서구 소비자들은 라틴어에서부터 유래하지 않은 것 같은 이름을 가진 기업이나 브랜드를 가진 아시아 기업들은 무조건 일본기업이라고 생각하곤 했다. 그러다가 일본 기업들이 시장에 내놓는 제품들이 많아지고, 다른 아시아 기업들이 그 시장들에 진출을 하며, 아시아 기업들을 '일본 기업'과 '비일본 기업'의 두 가지로만 나누었다. 삼성을 일본 기업이라고 대답한 서구인들 중의 상당수는 건성으로 일본 기업이라고 했을 것이다. 그렇지만 구매를 고려하여 기업에 대해 더욱 심각하게 생각할 경우나, '일본 기업이라고 확신을 하느냐?' 식으로 다시 한 번 강조하여 물었을 경우는 상당수가 일본 기업이 아닌 '비일본 기업'으로 다르게 답을 했을 확률이 높다. 그리고 개중에는 숙고 끝에 한국 기업이라고 정확하게 집어 낼 사람들도 꽤 있으리라 예상하나, 한국이라고 꼭 꼬집어 낼 단계에까지 사실 소비자는 이를 필요가 없다. 어쨌든 삼성의 경우는 겉으로 드러난 일본으로의 원산지 오인(誤認), 혹은 한국이라고 정인(正認)하는 것보다는 '비일본(非日本)'으로 인식되는 것이 먼저였다.

 

      9월초 독일 지역의 마케팅 전문가들을 만나고 온 친구의 얘기를 들으니, 이제 독일에서도 중국 기업의 존재가 두드러진다고 한다. 유럽이나 미주 지역의 언론에서 취급하는 빈도들을 보아도 일단 국가로서 일본보다는 중국이 더욱 비중있게 자주 기사거리가 되고 있다. 그러니까 이런 식으로 나간다면 아시아 기업들은 서구의 소비자들에게 이전에는 '일본기업과 비일본 기업'의 두 갈래로 구분이 되었는데, 이제는 역시 2분법적으로 나누어지기는 하였지만 '일본과 (일본이 아닌)범중국(汎中國)계'로 달라졌다. 문제는 '중국'이라는 국가 브랜드나 '중국 기업', '중국산 브랜드'의 인식이 지극히 나쁘다는 데 있다. 일본 기업이라면 기본적인 신뢰가 쌓여져 있고, 예전의 '비일본'은 부정적인 부분도 있기는 하지만 무관심 혹은 가치중립적인 부분이 있었는데 비하여 지금 '범중국'은 부정적인 이미지를 안고 가는 차이가 있다.

 

      지난 주만 하더라도 독일에서는 수상까지 나서서 중국차의 표절에 대하여 이의를 제기하고 강력한 항의를 표시했다. 예전 미국의 일본제에 대한 경멸과 웃음거리로 만드는 단계보다 훨씬 더 나아가 감정적인 대응과 피해의식까지 함께 서려 있다. 그런 범중국의 테두리로 삼성을 비롯한 한국의 대다수 브랜드들은 지금 엮여 들어갈 위기에 처해 있다. 이는 바로 위에서 얘기한 것처럼 실질적으로 비일본으로 분류되었던 지난 날보다 훨씬 심각한 위기를 초래할 것이다. 어떻게 그 소용돌이 속으로 들어가지 않고 거리를 둘 수 있을 것인가?

 

      원산지 이미지에 채 신경을 쓰지 않을 정도의 강력한 다른 메시지가 있으면 된다. 그것이 바로 의미에 중심을 두고 얘기할 때의 브랜드이다. 브랜드가 명확하면, 원산지 이미지는 주마가편(走馬加鞭)의 효과를 낸다. 그렇지만 반대로 내 자신이 의미하는 바가 불명확할 경우 족쇄처럼 작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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