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대표 브랜드에 새로운 활력을

-피죤과 서울우유-

 

      브랜드도 사람처럼 세월이 지나며, 늙어 버리게 된다. 고객들이 나이가 들어 가면서 한 때 젊은이들은 나이 먹은 사람들을 위한 브랜드로 찾지 않고, 나이 먹은 예전의 고객들은 자신들이 늙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과 같아 브랜드로부터 멀어지려 한다. 브랜드 악순환 혹은 노후화의 전형적인 사례이다. 한 편으로 브랜드가 어느 특정 시점이나 상황에서만 소비되는 것으로 용도가 고착되어 버려, 소비자와의 상호작용의 활력이 떨어져, 시대와 함께 호흡하지 못하는, 박제처럼 받아 들여지는 경우도 생긴다. 카테고리의 확고한 리더 역할을 하는 브랜드들, 주로 카테고리를 만든 브랜드들은 어느 순간 자신이 만든 카테고리가 자신을 옥죄는 새장처럼 느껴지는 경우를 자주 맞게 된다.

 

      스스로의 '성공의 덫'에 걸렸다고 자주 언급되는 복사기의 '제록스(Xerox)', 사진필름의 '코닥(Kodak)'이 대표적인 경우이다. 코카콜라는 콜라 시장에서의 절대적인 우위에 안주했다가, 사업다각화를 등한시함으로써 기업 전체 실적에서 펩시콜라에 밀리기 시작하여 이제는 콜라 시장의 아성까지 심각하게 위협을 받고 있다. 반도체의 '인텔(Intel)'도 제록스나 코닥과 같은 반열에 올려 놓기가 아직 좀 이른 감이 있지만, 반도체에 한정된 좁은 입지에서 오는 위험성을 오래 전부터 감지하였다. 그래서 디지털카메라 등으로의 진출을 모색하였지만, '반도체의 인텔'이란 벽에 걸리고 결국은 인텔이란 모기업의 브랜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까지 되었다. 컴퓨터와 같은 완성제품보다 더욱 빛나는 존재로서 겉으로 보이지 않는 반도체의 존재를 깊게 각인시킨 'Intel Inside'로 이룩한 브랜드 인텔의 신화가 먼 과거의 영광처럼 느껴진다. 이렇게 어느 특정 카테고리와 너무 강하게 결부되어 있는 브랜드에게 새로운 숨통을 틔워 줄 방법은 없을까? 각기 다르게 접근을 하여 문제를 해결한 한국의 사례 두 가지를 찾아 보았다.

 

1. 피죤

      피죤은 섬유유연제라는 새로운 카테고리를 한국 시장에 만들었고, '피죤'은 '피죤하셨어요?'라는 말이 광고에서 그리고 일상적으로 쓰였던 것처럼 섬유유연제 그 자체를 의미하는 절대적인 지위를 한동안 유지하였다. 그러나 향과 가격, 세척력 등의 섬유유연제의 부수적인 부분을 강조하는 경쟁자들이 나타나서 피죤의 점유율을 갉아 먹기 시작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섬유유연제가 정전기를 방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보니, 겨울철에만 소비가 집중되는 경향이 나타났다.

      피죤은 여름에도 사용할 수 있게 새로운 수요를 개발하여 알리는 전략을 썼다. 겨울철에 집중될 수 밖에 없는 정전기 방지와 구별하여 피죤은 땀 흡수가 잘 되게 만들어 뽀송뽀송한 착용감을 주는 신제품을 개발하였다. 그리고 무엇보다 빼어나게 한 것은 파란색이었던 기존의 피죤과 다르게 '노란색 피죤'으로 시장에 내놓아 소비자들이 아주 자연스럽게 이해하고 구별하여 쓸 수 있도록 하였다. 그리고 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짐에 따라 헹굼물이 깨끗한 환경친화적인 '그린 피죤'이 뒤를 이어 소위 '피죤 3종 세트'기 완성되었다. 색상은 브랜드에서 피죤의 예에서 보듯이 색상 나름의 성격을 지니고, 브랜드 포트폴리오 내에서 서로 다른 용도나 타겟을 구분해 줄 수 있는 요소이다. 그런데 나는 피죤만큼 효과적으로 색상이 활용된 경우를 보지 못했다. 물론 피죤도 처음 제품을 내놓을 때 파란색이어서 어쩔 수가 없었지만, 겨울과 여름용 피죤의 색깔이 거꾸로였으면 더욱 좋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2. 서울우유

      2000년대 초부터 다양한 음료수가 출시되고 인구 증가율이 둔화되면서, 우유 특히 우리가 보통 흰우유라고 부르는 백색시유의 판매가 감소세로 들어섰다. 그에 비하여 딸기우유나 바나나우유와 같은 가공유는 오히려 증가하는 모습을 보였는데, 서울우유의 경우 우유의 종가와 같은 위상을 가지고 있었지만, 그 위상이 젊고 가벼운 분위기의 가공유 시장에서는 거추장스러웠다. 그리고 가정 배달시장이 역시 위축되는 경향을 보였고, 그 줄어드는 파이에 대한 기업들간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져 가기만 했다. 가정 내에서의 마실 거리, 영양 섭취를 할 수 있는 음료와 식품이 다양해지면서 우유에 대한 수요가 감소한 것이다.

      이런 환경에 대한 대응책으로 서울우유에서 전개한 광고 캠페인이 바로 아마 아직도 많은 사람들의 기억에 남아 있을 '사랑한다면 하루에 세 번'이다. 이 캠페인의 핵심은 두 가지이다. 우선 감성적으로 가정에서 우유가 차지하는 비중을 되새겨 주는 것이다. 여기서 우유는 완전식품으로서의 식품영양학적인 해석을 넘어서 부모와 자식을 이어 주는 음료가 된다. 자식을 혼낸 부모가 미안함을 달래며 건네 주고, 어린 자녀는 눈물 글썽이는 상태에서 우유를 마시면서 혼난 것에 대한 서운함을 넘어서 부모의 진실된 사랑을 느낀다. 곧 기능적 속성 차원에 머물렀던 우유에 '사랑'이라는 감성을 덧붙인 것이 바로 전략의 첫번째 포인트였다. 두번째는 얼만큼을 먹어야 하는가를 아주 구체적으로 안내한 것이다. 주로 아침에만 마셨던 우유를 하루에 세 번은 마시도록 해야 한다고 회수를 적시했다. 그리고 그래야만 자식을 제대로 사랑하는 부모라는 인식을 은연중에 전달했다.

      2004년말 이 캠페인이 전개된 이후, 2005년 1사분기를 2004년 동기와 대비했을 때 서울우유 백색시유의 판매량이 약 4% 정도 늘었다고 한다. 매출보다는 우유와 소비자의 감성적 관계를 이끌어 내고, 그 대표 브랜드로서 서울우유의 존재를 굳힌 것이 훨씬 큰 소득이었다고 생각한다.

 

      카테고리를 개척한 브랜드나 확고한 리더의 경우, 그 카테고리가 성숙기로 들어서게 되면 카테고리의 노후화된 이미지를 자신이 가장 많이 덮어 쓰게 되고, 경쟁은 경쟁대로 치열해져서 수익성은 떨어지게 마련이다. 떨어지는 수익성 때문에 커뮤니케이션 비용을 아끼게 되면 진부한 이미지가 더욱 강해져 브랜드 자체가 늙고 잊혀지는 악순환이 이어지게 된다. 이 악순환의 고리를 끊는 방법 중의 하나가 바로 새로운 용도를 창출하여 그를 적극적으로 커뮤니케이션 함으로써 시장을 확대하는 것이다. 그것은 결국 시잘 곧 카테고리 자체에 활력을 불어 넣는 행위이다. '노란색 피죤'과 같은 색깔이나, 서울우유의 '하루 세번'으로 소비 증대를 단순하지만 강력하게 커뮤니케이션 한 것이다. 특히 서울우유의 경우는 '사랑'이라는 인간 누구에게나 통할 수 있는, 그러나 가정 내에서는 자꾸 옅어지는 감성을 함께 결부시켜 가정 내에서의 우유의 위치를 되새겨 주었다는 데서 더욱 큰 점수를 주고 싶다. 유감스럽게도 후속 캠페인은 그렇게 얻은 활력과 리더쉽의 리듬감을 타지 못했다. 정말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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