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와 함께 숲을 보는 유통 마케팅으로

 

      지난 겨울에 서울 지하철 2호선을 타고 가는데, 가장 붐비는 곳이라고 할 수 있는 강남역에서 낯익은 안내방송이 나왔다. "이번 정차역은 강남역, 강남역입니다." 그리고 바로 "X번 출구로 나가시면 00어학원이 있습니다"라는 안내가 이어졌다. 이런 식의 안내는 정차하는 지하철 역마다 계속 되었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종합운동장역에서의 왠 남자의 목소리로 된 안내방송이었다. "이번 정차역은 삼성 썬더스의 홈구장이 있는 종합운동장역입니다. 저는 삼성 썬더스의 서장훈입니다." -이제 서장훈은 삼성을 떠나서 KCC로 갔고, 농구 시즌이 끝났기 때문에 안내방송도 다른 것으로 프로야구의 두산베어스나 LG트윈스로 바뀌어 있지 않을까 싶다-

 

      음량을 맘껏 올리고 이어폰을 끼고 있다면 그렇지는 않겠지만, 이런 소리를 통한 광고는 거의 피하기가 힘들다는 장점이 있다. 그것이 당연히 어떤 사람에게는 도시 공해의 일종으로 인식되는 단점으로 작용은 하겠지만. 대도시의 사람들을 기준으로 보았을 때 사람들은 하루에 3천개 이상의 브랜드 메시지에 노출이 된다고 한다. 아마도 갈수록 사람들이 접하는 브랜드 메시지의 수는 더욱 늘어날 것이다. 위에서 얘기한 지하철 안내방송에 실리는 것들도 브랜드 메시지의 일종이다. 안내방송을 제외하고라도 지하철 역으로 들어서는 순간부터 전동차를 타고, 도착 역을 빠져 나갈 때까지 얼마나 많은 메시지가 있는지 한 번 헤아려 본다면 브랜드, 혹은 상업적 메시지의 과잉시대라는 것이 실감이 난다.

 

      이러한 브랜드 메시지가 가장 집약적으로 모여 있고, 그만큼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는 곳이 바로 유통 매장이다. 유통 매장은 우선 다른 유통 매장과 경쟁을 해야 한다. 같은 종류의 유통매장과만 경쟁하는 것이 아니다. 대형 할인점은 같은 대형 할인점들끼리만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백화점과, 동네의 소형 잡화점과, 재래시장과 경쟁을 한다. 더욱 넓게 보면 다른 유통 매장 뿐만 아니라 소비자들이 다른 활동을 하기 보다는 유통 매장으로 이끌 수 있도록 다른 산업과의 것으로까지 확대시켜 볼 수 있다. 즉, 야외의 놀이공원으로 가기 보다는 유통 매장에서 시간을 보내도록 유도하는, 소비자들의 시간과 활동 영역의 싸움이 되기도 한다. 그리고 매장 내에서는 다른 종류의 제품과 경쟁하는 한편, 직접적으로 같은 종류의 제품들과 브랜드 싸움을 벌여야 한다. '나이키의 경쟁상대는 닌텐도'라는 말이 실감이 나는 세상이다.

 

       이제까지는 유통을 주로 물품의 이동 측면에서 파악하였다. 생산자로부터 매장까지 얼마나 빠르게 값싸게 많은 사람들이 모일 수 있는 곳으로 물품을 이동시키느냐가 관건이었다. 그래서 메시지를 전달하고 그에 따라 소비자의 주의를 끌고, 관심을 유발시키며, 사고 싶은 욕구를 불러 일으키고, 계속적으로 기억에 남게 하여, 구매까지 연결되는 일련의 과정을 보통 커뮤니케이션에서 쓰는 것과 같은  AIDMA(Attention-Interest-Desire-Memory-Action) 혹은 Memory 대신 Conviction의 AIDCA라는 법칙을 통하여 보여 주는 것이 효과적이리라 생각했다. 마침 또 삼성테스코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나가시마 유키오(永島幸夫)의 『売れる陣列売れない陣列』를 만나게 되어, 그것을 번역하여

『같은 물건도 3배 더 파는 디스플레이의 비밀』로 내게 되었다.

 

      자칫하면 지나치게 기술적인 측면에만 흐를 수 있는 원서의 내용들을 보완하여, 법칙의 각 단계가 유통의 큰 흐름과 어떻게 연계되어 있는가를 보여 줌으로써 세부적인 포인트와 함께 유통 변화의 큰 흐름을 먼저 파악하고, 그것을 다른 방식으로도 적용할 수 있는 생각의 거리를 제공하고자 하였는데, 궁극적으로 매장 내의 진열이라는 바로 눈 앞의 나무들 뿐만 아니라, 유통이라는 커다란 숲을 우리 사회의 큰 흐름과 함께 조망해 보는 작은 계기로 활용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었다. 그리고 그 자체가 단순한 '유통업체간의 경쟁 탈피', '물류에서 소비자 마음읽기'로라는 유통의 큰 흐름을 반영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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