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는(Selling)' 곳에서 '구매(Purchasing)'하는 곳으로

 

      마케팅은 흔히 '생산자 위주'에서 '판매자 위주'를 거쳐서 '소비자 위주'로 발전해 왔다고 합니다. 생산자 위주의 시절에는 막말로 제품을 만들면 그냥 팔리는 시절이었습니다. 다른 경쟁자 대비하여 튼튼하고 뛰어난 제품을 만들면 소비자들이 알아서 사 주는 그런 시절이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미국 자동차를 대표했던 포드(Ford)자동차가 생산기술을 혁신시키면서 생산자 위주의 시대를 풍미했던 기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람들은 어느 색상이나 원하는 색의 자동차를 가질 수 있다. 단, 그것이 검은 색이라면'이란 포드자동차의 창업자인 헨리 포드(Henry Ford)의 말이 바로 이런 시대상을 대변해 준다고 할 수 있습니다.

 

      GM(General Motors)은 포드 자동차의 허점을 파고 들어 판매자 위주의 시대를 엽니다. 다양한 등급의 자동차로 구색을 갖추고, 딜러 체제를 완성합니다. 판매자 위주의 시절은 유통 체계가 잡히면서 판매에서의 효율성이 중시되었던 시대였습니다. 판매자가 소비자의 행동을 통제하고, 소비자들은 판매자들이 내놓는 범위 안에서 물건을 고르던 시대였습니다.

 

      판매자 위주의 시장이 소비자 위주로 흘러가는 데 양쪽의 연결 다리 역할을 하면서 유통 기업으로서 자신을 키운 대표적인 기업이 바로 세계 최대의 유통기업이라고 할 수 있는 '월마트(Walmart)'입니다. 월마트는 판매자 위주의 효율성을 극대화하면서 그것을 보다 저렴한 가격을 원하는 소비자들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방향으로 브랜드 메시지를 구성하였고, 그것을 충실하게 광고 뿐만 아니라 매장 내에서도 일관, 집중되게 전달하였습니다. 소비자들은 싼 가격으로 물건을 구입한다는 경제성에 보다 큰 비중으로 두어서 거리상의 불편함이나 매장 내 직원들의 불친절함 정도는 감수하는 식이었습니다.

 

      월마트가 근래 고전하고 있는 이유는, 저렴한 가격 이상의 다양해지는 소비자의 욕구를 제대로 맞추지 못한 데 있습니다. 타겟(Target)은 월마트보다 가격이 약간씩 더 비싸다고 하더라도 조명을 더욱 환하게 하고, 패션 부문의 비중을 높이고, 보다 젊은 층의 고객들을 집중적으로 공략함으로써 경제성 이상의 합리적이고 나름대로의 유행을 알고 즐기는 소비자들을 끌어 들이는 데 성공했습니다. 소비자들의 변화하는 확충되는 욕구를 제대로 파악한 것이었습니다. 월마트를 가장 싸게 상품들을 파는 곳으로 만들어 버리고, 자신들은 합리적으로 소비자들이 상품을 구매하는 장소로 이미지를 심어 준 것입니다.

 

      고급 승용차 부문에서 벤츠(Bentz)의 아성을 무너뜨린 렉서스(Lexus)와 같은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렉서스는 제품 자체도 중소형 자동차에서 입증된 일본 자동차의 기술력과 내구성의 이미지를 그대로 가져 왔고, 벤츠와 같은 기존 고급자동차 대비 프리미움 이미지에 손상을 줄 수도 있다고 해석될 수 있는 약간 저렴한 가격대를 고급 호텔이나 회의실과 같은 분위기의 매장과 매장 내, 그리고 구매 전후해서의 종업원들의 세심함과 친절함으로 보완을 하였습니다. 제품 자체에만 한정되었던 소비자와의 접점을 매장 및 구매 단계 전체로, 시공간적으로 넓히면서 성공한 것입니다.

 

      '파는 곳'이 한 곳에 머물러 있는 곳이라는 정체적인 느낌을 준다면, '사는 곳'은 소비자가 있는 곳이라면 어디서나 가능하다는 유연함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소비자들에게 강한 인상을 심어 주기 위하여 '매장 내의 매장(Shop in Shop)'과 같은 진열 방식을 즐겨 써 왔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거기서 아예 한 걸음 더 나아가 기존의 매장에서 나와 소비자가 다니는 길목으로 찾아가서, 놀라움과 신선함을 안겨 주는 게릴라 매장 형태의 '매장 외 매장(Shop out of Shop)'이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월마트와 비교하여 언급한 타겟의 경우 2004년 뉴욕 록펠러 센터의 한 공간을 빌려서, 인터넷 창에 뜨는 팝업처럼  'Pop-up Store'를 열었습니다. 이 팝업 스토어는 매장 자체에서 이루어지는 매출 외에도, 자신의 브랜드를 알리는 광고판의 역할과 함께, 체험할 수 있도록 만들어, 고객들을 자신들의 본매장으로 유인하는 역할까지도 수행하게 됩니다. 바로 대형 할인매장이라는 틀을 깨는, 고객들이 가지고 있는 상식을 바꾸어 주목을 끄는 데 성공한 사례라고 하겠습니다.

 

      고객을 찾아 가고, 그들의 변화하는 욕구에 끊임없이 맞추는, 파는 자의 입장이 아닌 사는 고객의 입장에서 꾸준히 고민하는 것이 새로운 시대 진열 마케팅의 출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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