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은이의 운명은 습토, 금, 수를 잘 활용하면 목, 화 때보다 유리하다. 따라서 한국보다는 상해나 북경 같은 곳에서 사는 것이 편한 삶이 되는 것이다. 오사장과의 만남이후 성은이가 명을 3개 가지고 와서는 풀어달라고 하면서 중국에서 사는 것과 한국에서 사는 것이 어떻게 다르고 왜 그런지를 설명해 달라고 했다.

상반기생(입춘 이후 입추 전에 태어날 경우)은 대체로 금수 기운을 필요로 한다. 성은이의 명(命)처럼 하지 근처에서 태어난 경우에는 우선 무엇보다도 습토를 필요로 한다. 상해나 북경에서 공부하는 것은 습토에 해당하므로 가히 최고의 기운이 되는 것이다. 일주가 신미(辛米)고 시(時)가 임진(壬辰)인 성은이는 17세 이후 60년간 점점 발전하게 돼있다. 다만 30대 후반에서 40대 초반 가정적으로 아픔있게 될 것은 결혼 후 아이를 잘못 낳았을 경우에 해당되는 문제이다.

성은의 운명을 풀어주면서 명3개는 다음에 만날 때 까지 충분히 공부를 하여 가져오라고 했고 언제쯤 결혼할 것인가?하고 물었다.

"별 생각이 없습니다. 일찍 부모님 돌아가시고 나니 아이를 낳는 것도, 키우는 것도 자신이 없습니다."

<결혼은 억지로 되는게 아닐세. 만약 결혼하게 되면 「남자」보다 「사람」을 먼저 봐야 할게야. 요즘 이용가치만 따지는 세상이 돼놔서 결혼 적령기의 남녀가 돈벌레 수준에 있는 것을 많이 보게 되는데 성은이에게 결혼하라고 부추기고 싶은 생각은 없네. 다만 결혼 할 때에는 「바로 이사람」이라고 확신이 서야 할게 신(申), 해(亥), 자(子)월생 이여야 할 것인데 신월생이면 홀수해, 해, 자월생이면 짝수해에 태어나야 할 것일세. 한국남자보다는 중국이나 유럽 , 미국 쪽 사람이 더 잘맞을 걸세>

결혼문제에 이어 삶의 목표에 대해서, 또 가치관 등에 대해 물었다.

"딱히 삶의 목표라는게 없었습니다. 고모님 말씀에 따라 학교 공부 열심히 했고 고모부님 명령으로 회사에 들어와 바쁘게 살았습니다. 부모 대신 역할을 해주고 계신 고모님 댁의 말씀이라면 어떤 말씀이라도 거슬릴 생각이 없습니다. 그래서 중국가서 공부하라고 하셨을 때도 「신의 계시」쯤으로 생각했습니다."

성은이의 태도에는 성실, 신의 같은 것이 베어있었다. 앞으로 성공 가능성이 커보였다.
<성은아! 내가 부탁 겸 당부 말씀을 해야겠다. 사람이라면 사랑, 봉사, 겸손, 감사 같은 낱말 뜻을 깨우치고 이를 실천하면서 살아야 한다고 봐. 나는 이 말씀들을 해주지만 제대로 깨우치고 실천하지 못했다. 부끄러운 노릇이지. 실천해 보려고 해도 잘 되질 않았어. 많은 인연이 있었지만, 인연다운 인연을 못만난 것 같아. 아니 그 보다도 제대로 된 사람을 못 만난 것 같다. 이기적이고 자신의 욕심과 이익에 얽매인 돈벌레 수준들의 인연이 대부분이었던 것 같거든, 잘못산거지. 그래서 찾아오는 사람만 대충 만나면서 구름 속의 달처럼 그렇게 흘러가고 있다. 성은이는 제대로 사랑, 봉사, 감사, 겸손을 깨닫고 이를 아무에게나가 아닌, 참사람들한테만 실천하는 인생으로 만들어 보렴. 그렇게 살려면 첫째 건강해야 하고, 둘째 돈이 있어야 하고, 셋째 좋은 인연을 만나야 할 것일세. 우선은 스스로 갈고 닦으며 정진하면서 훌륭함 속에서 커보기 바란다.>

"고맙습니다. 중국가서 자주 전화올리고 가르침을 받았으면 합니다."

<좋지 , 좋아>

 

성은이 중국으로 떠난 뒤 방여사는 미국으로 아들 만나러 갔다. 기강원에는 공선생 가족 3명만 드나들었다. 영남이는 두 달이 넘도록 연락이 없었다. 소선의 배는 점점 불러왔다. 뱃 속의 아이는 사내였고 산월(産月)은 을미(乙未)년, 경진(庚辰)월로 잡혀 있었다. 나는 그 아이가 얼마나 큰 그릇으로 태어날지를 가늠해 보고 있었다. 공선생은 부탁을 해오진 않았지만 좋은 날 좋은 시를 원하고 있음이 분명했다. 부탁도 없는데 내가 나서서 이렇게 저렇게 하라고 하긴 싫었다. 인연에 따라 흘러갈 것이지만 「큰 그릇」을 맞을 준비는 해두기로 했다.

 

한정희 한경닷컴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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