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퉁과 진품의 갈등과 협력

 

      1980년대 말에 사귄 친구 하나는 어린 나이에 사업에 눈을 떠서 대학 시절에 이미 친구들 술값은 도맡아 할 정도 이상의 수익을 올리는 사업체까지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그 업종이란 것이 대 놓고 얘기하기에는 좀 구린 구석이 있는 짝퉁가방 제조 및 판매였다. 처음에는 아르바이트 배달로 시작하여,  어떤 구조로 돌아가는가를 익힌 후, 자신이 직접 사업체를 차려서 운영을 했다. 경찰의 단속을 피하는 법, 점조직처럼 운영되는 원료 수급에서 생산을 거쳐 유통점까지 이르는 과정, 미국으로 귀환하거나 새로운 임지로 가는 미군들을 이용한 밀무역 형태의 수출, 나중에는 해외로 생산거점을 이동하는 이야기까지 흥미진진하게 듣곤 했다.

 

      그런데 1988년 서울올림픽을 준비하면서 당시의 5공 정부가 짝퉁 제조 및 유통업체에 대한 대대적인 단속을 벌이며 이 친구의 사업도 위기를 맞았다. 외국인들에게 부끄럽게 보일 수도 있는 모습들을 바로 잡자는 취지에서 벌인 일이었는데, 짝퉁이 가장 많이 나와 있던 브랜드인 루비통(Louis Vuitton)의 사장이 한국을 방문하여 한국 정부가 그런 짝퉁업체들을 방조하고 있다고 강력히 항의한 사건이 도화선과 같은 역할을 하였다. 학업과 함께 사업체를 운영하는 것에 이미 부담을 느끼고 있던 친구는 겸사겸사 사업을 접었는데, 그 친구가 루비통 대표에 대해서 한 얘기는 상당히 자기 합리화의 측면이 강하긴 했지만, 새로운 시각이었다. 루비통은 역사가 오래 되기는 하였지만, 아주 소수의 소비자군에만 알려져 있던 브랜드였는데, 자신들과 같은 짝퉁들이 나오면서 루비통의 인지도를 높이고, 고객층을 넓혔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런 은혜(?)를 모르고, 배은망덕한 언사를 망발하고 다닌다는 것이었다.

 

      사실 그 친구의 말에도 일리가 있다. 최고의 프리미움 브랜드는 다른 관점에서 보면, 그만큼 '제한된 사람들에게만'이라는 꼬리표가 붙어서, 대중적인 인지도와 친밀도가 떨어질 수 밖에 없다. 그렇게 되면 매출을 증대시키는 데 한계가 부딪히게 된다. 브랜드, 특히 프리미움을 지향하는 브랜드일수록, 브랜드와 매출은 어느 단계에서 양립하기 힘든 것처럼 보이게 된다. 그 돌파구가 바로 브랜드의 확장이기에, 브랜드의 성공 여부를 확장의 정도와 가능성으로 보는 경향이 대두된 것이다. 물론 우리 나라에서는 아직도 브랜드를 확장성보다는 특정 카테고리 내에서의 매출이나 점유율 등으로 평가하려는 경향이 주류를 이루고 있긴 하다.

 

      어쨌든 우리 나라에 루비통이 정식으로 매장을 연 것이 1984년이었는데, 빠른 시간 내에 선망의 대상이 되는 고급 제품으로 자리를 굳힌 데에는 한 매장에서의 판매만으로는 힘들었을 것이다. 그 친구와 같은 짝퉁들이, 브랜드에 대한 반감(反感)으로 지펴질 수 있는 진품을 살 수 없는 소비자들의 욕구를 해소시켜 주면서, 위에서 얘기한 것과 같이 진품을 사지 않고도 브랜드에 대한 인지도와 친밀도를 높이면서 가능했던 것으로 생각된다.

 

      물론 당시의 상황을 볼 때 그런 짝퉁들의 도움을 얻지 않고도 루비통은 성공할만한 많은 요소를 가지고 있었다. 루비통이 일본 동경에 매장을 연 것이 1978년인데, 1980년대에 들어서면 일본에서의 매출이 루비통 전 세계 매출의 절반 정도를 차지할 정도로 루비통의 일본에서의 인기는 상상을 초월했다. 80년대 이러한 유행에서 일본의 절대적인 영향을 받고 있던 한국에서 루비통이 뻗어 나갈 길은 이미 훤히 열려 있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니까 1984년이라는 비교적 이른 시기에 루비통이 한국에서 매장을 개설하면서 본격적인 활동을 한 것이다. 그리고 1987년에 헤네시(Hennessy) 등과 합병하여 LVMH그룹을 만들면서, 해외 진출 특히 새로운 주력시장으로 이미 떠오른 한국시장의 질서를 잡으면서, 자신들의 위상을 보여 주겠다는 의도로 대한민국 정부에 강력한 짝퉁 대처의 압력을 넣었던 것 같다.

 

      인터넷의 백과사전인 위키페디아(Wikipedia)에 의하면, 전 세계에서 사용되고 있는 루비통 가방 중에서 진품은 1%가 약간 넘는 수준이라고 한다. 100개 중에 하나만이 진품이고 나머지는 짝퉁이라는 얘기인데, 루비통의 경우 짝퉁이라도 대부분이, 실용적인 측면에서 최고급으로 인정을 받는 여행용 가방 브랜드 제품들보다 높은 가격에 팔린다고 한다. 어쨌든 브랜드적인 측면에서 긍정적으로만 본다면, 진짜 루비통으로는 결코 이룰 수 없는 99%의 고객 접점을 짝퉁들이 메꾸어 주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양날의 검'이라고 할 수 있는 문제로, 짝퉁들의 품질 문제가 대두되곤 하는데 대부분의 짝퉁 구입자들이 진품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구입을 하기 때문에, 그리고 짝퉁일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하고 있기 때문에 진품 루비통으로서는 오히려 짝퉁의 존재가 혹시나 제기될 지도 모르는 품질 문제에서 완충역할을 해 줄 수가 있다. 실제로 짝퉁들이 진품 브랜드에 주는 바로 위에서 얘기한 것과 같은 효과 이외에, 소비자들에게도 소비 욕구를 충족시켜 줌으로써, 어느 누구에게도 피해를 주지 않는다는 주장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짝퉁이 초래하는 심각한 문제는 사실 브랜드의 세계를 넘어서서 일어난다.유통 체계를 파괴함으로써 건전한(?) 자본주의적인 질서를 어지럽힌다. 합법적으로 진실되게 성실하게 노력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의욕을 꺾을 수 있다. 이런 짝퉁 사업을 통한 소득은 당연히 납세대상으로 잡히지 않아, 사회적인 손실을 끼치게 된다. 뉴욕시 경찰재단(New York City Police Foundation)에서 짝퉁 신고를 권유하며 만든 구호가 적확하게 사회적 손실을 얘기하고 있다. "When you buy fakes, we all pay(당신이 짝퉁을 사면, 그 부담은 우리 모두에게 돌아 옵니다)." 그리고 내 친구와 같이 거의 개인업자 규모로 한다고 하더라도 불법적인 조직과 연결을 맺지 않고는 그들만의 유통 체계에 들어가기가 힘들어서, 어떻게 하든 범죄조직의 망 속에 들어가기 마련이다. 그러니까 짝퉁의 수익이 불쌍한 개인사업자에게 보다는 결국은 상당량이 범죄조직에게 흘러 들어가서 더 큰 범죄를 위한 자금원으로 쓰일 수도 있는 것이다. 가방 같은 것과는 달리 의약품, 화장품과 같이 인간의 신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제품들의 품질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은 짝퉁들은 직접적으로 인간에게 치명적인 위해를 가할 수도 있다.

 

      세계 짝퉁 업계에서 한 때 한국은 최고의 지위를 차지하고 있었다. 대학생 친구까지 짝퉁 사업에 매달리던 바로 그 시절이었다. 이후 한국에서의 인건비를 포함한 생산비용이 상승하면서, 짝퉁의 생산시설까지 중국으로 넘어가서 중국이 현재는 독보적인 세계 1위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고 한다. 그 뒤를 러시아, 우크라이나, 칠레, 터키 등이 있고 있고, 한국은 제조보다는 유통 부문에서 요주의국가로 협상대상자 리스트에 올라 있다. 베트남, 필리핀, 브라질, 태국, 파라과이 등 몇몇 함께 그 리스트에 올라가 있는 국가들의 면면을 볼 때, OECD 국가 중에는 유일하게 이름을 올리고 있는 것이 아닐까 싶다. 사실 짝퉁의 판매 규모로만 보면 미국이 단연 1위가 아닐까 싶다. 미국 법정의 판결이 '징벌적 보상', 우리로 치면 '일벌백계(一罰百戒)'의 경향을 강하게 띄어서이기도 하지만, 작년에 내린 판결을 통하여 뉴욕 차이나타운에서 루비통 짝퉁을 판매한 29개 소매점에게 루비통에게 무려 6억$에 가까운 돈을 배상하라고 하였다. 루비통은 60명으로 이루어진 소위 '짝퉁단속팀'을 운영하고 있고, 250여개의 외부단속업체와 공동 대처를 하고 있다니, 그 비용만 해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다른 고급 브랜드 업체들은 어떻게 보면 루비통의 강력한 대응조치에 'Free ride'를 하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아무리 강력하게 업계가 협력 조치를 취한다고 하더라도, 해당 국가의 행정당국과 짝퉁조직이 워낙 결탁이 되어 있어서, 뿌리를 뽑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업계 자체에서 불만을 토로하곤 한다. 80년대 말의 루비통 사장의 불평이 국가만 바꾸어서 계속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짝퉁도 수요가 있기에 만들어지고, 유통되는 것이다. 짝퉁에 대한 수요를 만들어 낸 이들이 자신들을 가여운 억울한 피해자로만 주장하는 것은 정말 어불성설(語不成說)이다. 그들이 자신들을 더욱 더 고급스런, 최고의 소수를 위한 브랜드라고 주장하면서, 더욱 고가의 제품들을 내놓으면 내놓을수록 짝퉁 시장도 그만큼 아니 그보다 더욱 빠른 속도로 커 나갈 것이다. 왜냐하면 그럴수록 더 많은 소비자들을 배제하게 되기에, 그 소비자들의 욕망을 채워 줄 우리의 짝퉁들이 '필요악(必要惡)'으로 더욱 큰 비중을 차지하게 되기 때문이다.

 

※ 참고로 짝퉁 적발 및 대책 컨설팅 업체라는 캐나다 소재의 Gieschen Consulting은 2005년 전 세계 짝퉁의 매출을 약 4천억$로 추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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