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값 아끼지 말자

 

      모 신문에 '하루 커피 한 잔 값 아껴 우량주 사면 30년 뒤엔 800억 부자'라는 헤드라인의 기사가 실렸다. 커피 한 잔 값을 4천원으로 치고, 한 달이면 8만원씩, 그것을 포스코나 삼성전자와 같은 우량주의 연상승률인 40%를 적용시켜서 계산한 수치이다. 이런 우량주에 비하여 부동산 수익률은 12%, 전체 주식 수익률은 8%에 그친다. 그러니까 커피 한 잔 값을 아껴서 30년 후에 800억대 부자가 된다는 것은 일단 사람들의 눈을 끌고, 귀를 솔깃하게 하기는 하지만, 최최선의 상황인 것이다. 기사 중간에도 나왔지만 예전에는 담배 가지고 이런 얘기를 많이 했다. 담배를 끊고, 그 돈을 모으면 일 년이면 얼마가 모이고 하는 식이었다.

 

      일상의 자잘한 것들을 아낌으로써 얻을 수 있는 금전적 이득을 얘기하는 이런 기사들이 얼마나 효과적일까? 커피 한 잔 값을 아끼자는 기사를 보면서 나는 예전의 시티뱅크가 속해 있는 시티그룹의  광고 하나가 떠올랐다. 시티뱅크에서 2001년 중반에 새롭게 브랜드 커뮤니케이션 전략을 짠 이후에 시작한 광고 캠페인 중의 한 편이었다. 특히 이 광고는 보통 옐로우 캡(Yellow Cab)이라고 불리는 뉴욕의 택시 지붕 위에 흡사 '오늘의 경구'처럼 쓰여서 화제가 되었었다. 다른 지역에서도 이런 비슷한 것을 했는지, 아래의 문구가 인쇄광고와 같은 다른 곳에서도 쓰였는지의 여부는 모르겠다.

 

“If you gave up your morning coffee for a year, you could make an extra mortgage payment.     But man, you'd be grumpy

-아침에 커피 안 마시고 일 년 정도 아끼면 대출한 거 조금 빨리 갚을 수 있겠죠.

 그런데 아침마다 신경이 날카로워 질걸요.”

 

      같은 형태로 택시 지붕 위에 이런 문구가 실렸던 적도 있었다.

“He who dies with the most toys is still dead." 직역하면 '장난감 같은 거 아무리 많이 가지고 있어도, 어차피 죽어버렸는데'하는 식이다. 그러니까 우리 말의 '무덤까지 돈 가지고 갈래', '공수래공수거(空手來空手去)'와 거의 같은 의미이다. 이런 문구들을 돈을 다루는 시티뱅크에서 썼다는 것이 의외의 경우로 많은 사람에게 비추어졌다.

 

      잠깐 언급한대로 시티그룹은 2001년 중반에 커뮤니케이션 메시지를 획기적으로 바꾸었다. 그 전까지는 덩치만 키웠던 일본의 몇몇 은행들을 제외하고, 실질적인 세계최대의 금융그룹으로서 시티그룹은 규모, 위용을 과시하는 식의 메시지를 주로 전달했다. 예를 들면 "세계 100여개 국에서 1억명 이상의 사람들이 (시티그룹을 통하여) 돈을 세고 있습니다"-시티그룹에게 금융자산운용을 의뢰하고 있다는 뜻-라든지, "우리는 Know-how만 가지고 있지 않다. Know-why, Know-what, Know-where 그리고 Know-when 등을 가지고 있다. (시티그룹을 통하면 모든) 문제는 해결된다." 그러면서 그룹 전체의 슬로건도 같은 맥락에서 "How Money Works Now"라는 '돈이 어떻게 흐르는지', '어떻게 작용하는지', '어떻게 도움을 줄 것이지' 잘 알고 있다는 의미의 것을 사용했다. 사실 전형적인 금융업체의 광고유형이다. 자신의 규모가 어떻게 되고, 얼마나 새로운 기법들을 가지고 있고, 그래서 믿을 만하다는 판에 박힌 이야기들이다. 물론 세계최대의 금융그룹으로서 시티그룹이 그렇게 얘기하는 무게는 다른 금융기업들과는 약간 다르게 더욱 실감나게 와 닿기는 했겠지만.

 

      그런데 시티그룹에서 2000년대 초의 이미지 조사에서 충격적인 결과가 나왔다. 은행을 비롯한 금융회사들이 가지고 있는 부정적인 속성들이 시티그룹에 집약되어, 가장 극명한 모습으로 나타나는 것이었다. 이런 현상은 어떻게 보면 1위 기업, 브랜드들의 어쩔 수 없는 숙명이라고도 할 수 있다. 업종 자체의 파이가 커질 때 일반적으로 그 효과를 가장 많이 보기도 하지만, 반대로 업종 전체가 비난의 대상이 되는 경우 그 화살을 가장 많이 받게 되는 것도 1위 기업인데, 시티그룹이 후자와 같은 사례의 본보기가 된 것이다. 보수적이다, 딱딱하다, 불친절하다, 돈으로 사람을 평가한다 따위의 속성들이 시티그룹이란 브랜드를 규정하고 있는 것을 발견하여, 시티그룹은 돈 자체의 중요성을 낮추는 쪽의 커뮤니케이션을 전개하게 된다. 다음과 같은 광고가 대표적인 예이다.

 

"당신의 가치를 은행계좌의 잔고와 견주지 마라

 

언제부터 우리가 자아를 사물과 동일시하기 시작했느냐? 물론 우리는 은행으로서 돈의 가치를 인정하고 있다.하지만 우리는 돈 이상의 것이 있으며, 돈이라는 것은 수단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하지만 개개인에 적합한 신용카드가 있든, 개인적인 금융자문을 받고 있든 간에, 돈이라는 수단이 당신의 인생을 풍요롭게 하는 것은 사실이다."

 



"사람이 돈을 만들어야지, 거꾸로 되어서는 곤란하다." 

      두 광고 모두 돈보다 인간을 강조하고 있다. 이 광고를 만든 친구는 뭐라고 강력하게 항변할 지 몰라도, 매스터카드의 그 유명한 '금액으로 따질 수 없을 정도로 중요한 것이 있다'는 'Priceless' 캠페인에서 알게 모르게 영향을 받았을 것이다. 정신적으로 풍요로운 생활이 먼저 떠오르지만, 경제적인 풍족함에도 살짝 다리를 걸쳐 놓고 있는 "Live richly"라는 슬로건도 절묘하게 잘 뽑아 냈다. 변증법 얘기를 갖다 붙이지 않더라도 나는 이를 '부정(否定)의 미학'이라고 부르고 싶다. 자기 것을 부정하거나 버림으로써 더 큰 세계로 나아가고 결국 자신의 것까지 더 크게 되살리는 방식이다. 아마 직접적으로 커피 마실 돈을 아끼라는 얘기보다는 이렇게 마셔도 된다고 얘기할 때, 차라리 커피 마시는 것을 줄여서 금융 쪽에 투자할 확률이 높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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