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추자 - 몸, 기대, 목소리.

몸을 낮추자.

암자 입구에 ‘머리를 숙이면 부딪치지 않습니다.’라는 경구(警句)를 보았다. 삶의 지혜가 압축된 표현이다. 우리가 낮추어야 하는 것은 몸과 기대와 목소리다. 몸을 낮추어 화를 피하고, 기대를 낮추어 헛된 망상을 피하며, 목소리를 낮추어 다툼을 피하자. 원시 사냥꾼은 생명을 노리는 야수들을 피하기 위해 몸을 낮추었고, 현생 인류는 자기 허점을 파고드는 적들을 피하기 위해 말을 줄이고 자세를 낮추어야 한다. 몸을 낮추는 사자와 머리를 낮추는 싸움소에게 공격기회가 오고, 자신을 낮추고 주변을 살피는 자에게 행운이 온다. 조사는 어미(語尾)와 부사(副詞)와 체언(體言) 뒤에 붙지만 주체와 객체를 구분하고 목적어를 지배한다. 조사처럼 겉으로는 작고 부수적으로 보이지만 상대를 지배하는 덕목이 낮추는 자세다. 위대한 일은 작은 곳에서 시작되고, 감동은 몸을 낮출 때 시작된다. 몸과 마음의 자세를 낮추어 다툼 없는 평온을 유지하고, 낮춘 사실도 모르게 겸손하여 사랑을 받자.

 

기대를 낮추자.

기대를 낮추는 것은 정신적 낮춤이다. 눈이 높으면 낮은 아름다움을 볼 수 없고, 기대가 크면 현재의 기쁨이 작아 보인다. 기대는 미래에 얻고 싶은 상상의 가치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고, 걱정거리가 많으면 자기 발밑을 보지 못한다. 노력도 없는 기대는 일상의 기쁨과 현실감을 뺏어 간다. 사이버 시장은 상대의 말(글)을 소비할 사람은 적고 자기의 말만 팔려는 사람이 더 많은 공급 과잉 시장이다. 평온을 위해서 타인이 자기에게 호응해주기를 기대하지 말고 자기 노력을 자기가 인정하자. 세상 일이 자기의 뜻대로 되기를 기대하지 말고, 기대와 반대로 가는 일이 생겨도 실망하지 않는 자신을 기대하자. 확실한 최종 상태가 아름다울 수 있도록 욕망을 줄이고, 퇴장 후에도 아름다울 수 있도록 해야 할 일들을 조건 없이 하자. 기쁨과 슬픔이 저절로 왔다가 저절로 가도록 그냥 내버려 두고, 이기려고 하지 말고 버티자. 헛된 기대로 사는 빌딩 숲속의 작은 사냥꾼이 되지 말고 현재를 즐겁게 활동하는 거인이 되자.

 

목소리를 낮추자.

감정과 욕심은 얼굴과 목소리에 묻어난다. 입은 폭력의 칼이면서 향기로운 말의 창구다. 전쟁터에서 육성 지휘하는 장수가 아니라면 목소리를 낮추자. 목소리를 낮추면 상대는 긴장해서 듣지만, 목소리가 커지면 상대는 의도가 있는 줄 알기에 반대로 뜻을 읽는다. 귀를 열고 입을 닫고 가급적 자기 목소리를 낮추자. 성인(聖人)의 성(聖)자를 보면 귀가 입보다 앞선 형상이다. 반칙 사회일수록 목소리가 센 자가 이기고, 건전한 사회는 목소리가 낮은 사람이 이긴다. 소리는 울림을 갖는 파동이기에 우주는 작은 소리도 귀담아 듣고 행운을 분배한다. 위인(偉人)은 남을 위해 목소리를 높이고, 소인은 자기 몫을 위해 목소리를 높인다. 진심의 소리는 작게 울려도 천지가 알아듣고, 거짓은 아무리 크게 말해도 믿지 않는다. 자기 대화로 진짜 자아를 찾고, 자기성찰로 자기 목소리를 찾고, 지극한 자존감으로 자신과 하늘을 연결하자. 성공을 원하면 목소리에 향기를 담고, 행복을 원하면 목소리에 남을 위한 축원을 담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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