켄터키(Kentucky) - 인물 아이콘의 이용

: 구속할 수 없는 정신(Unbridled Spirit)

 

      미국인들을 대상으로 켄터키주에 관한 자유 연상을 하면 당연히 제일 먼저 나오는 것이 '켄터키 후라이드 치킨(Kentucky Fried Chicken)', 곧 KFC이다. KFC하면 또 잊을 수 없는 지금도 KFC 정문 앞에 살아 있는 풍채 좋은 샌더스 대령(Colonel Sanders)를 떠올리게 된다. 그러나 적당히 군사적(Militant)이면서도 나름대로의 여유를 가지고 있는 남부 신사인 샌더스 대령이 켄터키를 대표하는 인물로서의 자리를 차지하지는 못한다. 미국 독립전쟁 이전의 소위 개척시대로까지 거슬러 올라가, 켄터키 주의 창업자라고까지 할 수 있는 다니엘 분(Daniel Boone)이 역사적으론 가장 크게 켄터키를 상징하는 인물로 떠오른다. 다니엘 분으로 대표되는 켄터키의 이미지에는 가장자리로서의 '변방(邊方)'과 새로운 것을 추구하고 만들어 내는 '개척(Explore)'가 공존하고 있다.

 

      황량한 변방의 개척지였던 켄터키는 한 인물의 출현과 함께 20세기 후반 미국을 뒤흔든 이슈의 중심에 서게 된다. 옹기종기 개척민들이 모여 사는 것으로만 생각되었던 켄터키의 후면(後面)에 자리잡고 있던 모순과 갈등을, 전면(前面)으로 부각시키면서 나타난 그 인물이 바로 켄터키 루이빌(Louisville) 출신의 캐시어스 클레이(Cassius M. Clay), 훗날의 무하마드 알리(Muhammad Ali)이다. 자전거 도둑을 잡기 위하여 복싱을 시작하여, 천부적인 재능과 그에 따른 노력으로 1960년 로마 올림픽 최고의 스타 중의 하나가 되어 우쭐하면서 켄터키 루이빌로 금메달을 목에 차고 돌아온 그도 결국 달라진 것 없는, 켄터키 '검둥이'의 하나일 수 밖에 없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래서 그는 금메달을 루이빌의 강에 던져 버린다. 상대방 복싱 선수 이외에 그가 싸울 더 큰 상대가 정해지는 순간이었다. 이후 그의 복싱에서의 위업과 링 밖에서의 행적은 너무나 잘 알려져 있다.

 

      그는 베트남전을 위한 징집에 응하지 않으면서, "베트콩은 나를 검둥이라 부르지 않아(No Vietcong calls me a nigger)!"라고 외쳤다. 베트남전과 미국 자체 내의 모순이 가장 극명하게 집약적으로 표현된 말이라고 생각한다. 그의 복싱에 환호하고, 그를 통하여 돈을 벌어 들이지만 결국 검둥이로 밖에 존재하지 않을 수 없었던 곳이 바로 켄터키이다. 한 번 대전에 수백만$이 보장되는 세계 헤비급 챔피언 자리까지 내놓고, 복싱 야인 생활을 감내하면서 그는 뿌리 깊은 '반동(反動)의 역사'와의 전쟁에서 승리를 거둔다. 그 승리의 절정 중의 하나가 1996년 애틀란타 올림픽 개막식에서 성화의 최종 점화주자로 나선 것이었다. 남북전쟁 당시 남부의 중심도시로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Gone with the wind)"의 무대였던, 바로 그 곳에 떨리는 몸으로 섰던 알리의 모습은 상징하는 바가 컸다. 그 순간으로부터 거의 10년이 지나 2005년 11월 루이빌에 문을 연 '무하마드알리센터'는 한 개인에 수렴된 고난과 파란과 불굴의 투쟁의 기록보관소이다. 그리고 한편으로 켄터키 브랜드의 또 하나의 전설이 우뚝 선 것이라고도 할 수 있다.

 

      켄터키 주는 2004년 새로운 슬로건을 제정하기 위하여, 우선 4가지 대안을 만들어 그것을 웹사이트에 게시하여 주민들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벌였다. 모든 대안들에 다니엘 분과 무하마드 알리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 Unbridled Spirit (구속할 수 없는 정신)

안주하지 않고, 항상 새로운 목표를 향하여 나아가고, 그를 위해서는 어떤 고난도 극복할 수 있는 정신의 소유자. 그런 정신들이 이룩한 땅. 그런 정신들이 구현되는 땅.

 

- Where Legends Are Born (전설의 탄생지)

누가 보더라도 앞에서 얘기한 다니엘 분과 무하마드 알리란 두 '전설'적인 인물을 직설적으로 담아서 얘기하고 있는 슬로건이다. (두) 전설이 탄생한 신성한 땅, 켄터키.

 

- Make history (새로운 역사의 창조지)

역시 다니엘 분과 무하마드 알리의 예를 들어 새로운 역사를 개척한 고장으로서 켄터키를 얘기하려 애쓴 슬로건이다.

 

- Limitless (한계를 넘어서)

슬로건에는 상투적이라고 할 정도로 많이 쓰이는 단어이다. 이를 수식하고 구체화시켜줄 내용에 따라 수용의 강도가 결정될 것이다.

 

      여론조사에서 "Unbridled Spirit"이 압도적인 지지를 받아서 켄터키주의 공식적인 슬로건으로 확정이 되었다. 총 11,298표를 얻었고, 2위는 그 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4,633표를 얻은 "Where Legends Are Born"이 차지했다고 한다.

 

      슬로건 제정과 캠페인을 맡은 쪽에서 굳이 전문가로서의 책임을 방기하고, 대중에 영합하려 했다는 비난을 무릅쓰고 슬로건 결정을 주민들의 여론조사에 맡긴 것에서 유추하면, 켄터키 주민들을 이번 캠페인의 일차적인 고객으로 규정했다고 생각된다. 그런데 다른 쪽에서 이들은 캠페인의 목적이 보다 많은 관광객의 방문을 유도하고, 기업들의 투자를 유치하는 것이라고 못박았다. 무언가 작업 프로세스 상에서 일관성이 실종되었다. 처음의 목적은 분명했다고 하더라도, 슬로건 대안들을 만드는 과정에서 기존의 켄터키에 대한 인식과 가지고 있는 자산에만 지나치게 무게가 실렸고, 최종 결정과정에서 주민들의 마음을 편하게 해주는 슬로건안이 뽑힌 느낌이다.

 

      게다가 브랜드 작업의 총 책임자는 남북전쟁시기의 켄터키 병사를 연상시키는 상징이 들어가야 한다고 처음부터 못을 박았다. 그러다 보니 아래 그림과 같은 형태의 로고가 뽑힌 것이다. 그는 힘차게 달리는 켄터키 기병대의 상징인 말이 들어가지 않으면 안 된다고 했다. 말이 들어감으로써 유감스럽게도 켄터키는 다니엘 분이 인디언과 싸우고, 기병대가 먼지 흩날리며 달리던 그 시절로 돌아가 버렸다. 무하마드 알리가 부여했던 현대성의 자취가 말발굽에 흩어져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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