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드위치 전략과 명품 김치

 

      1997년에 똑같은 물리적 특성을 가지고 혜택을 제공하는 제품이지만, 상대방보다 훨씬 높은 가격을 향유하는 브랜드의 대표적인 사례 몇 개를 든 적이 있다. 지금 그 사례를 보면 격세지감을 느낀다. 당시 든 사례를 보면, 그 동안의 산업 지도의 변화를 느낄 수 있다. 네 가지 분야에서 그런 사례를 들었는데, 우선 사진 필름으로 코닥과 후지를 들었다. 당시 코닥의 경우 한 통에 $4.39이었는데 비해서, 후지는 $3.29에 불과했다. 코닥과 후지는 가격을 떠나서도 사람들이 같은 품질의 필름인데도 코닥 필름을 써서 뽑은 사진을 사람들이 훨씬 선명하고 색깔이 살아 있는 것으로 인식한다는 예를 들었었는데 디카가 대중화되면서 그 때까지 브랜드의 가치를 명확하게 보여 주는 예에서 코닥과 후지는, 아니 사진 필름 자체가 마케팅 사례에서 자취를 감추었다. 동종의 운동화를 비교했을 때 나이키와 아디다스가 무려 30% 이상의 가격 차이가 났는데, 이제 그 차이가 10% 이내로 줄었다. 가장 큰 변화를 겪은 것은 청바지였다. 당시 리바이스 청바지가 캘빈 클라인에 비해서 거의 두 배에 가까운 가격 우위를 누렸는데, 지금은 거의 그 반대가 되었다.

 

      마지막 예로 든 것 중에 재미있는 현상이 벌어진 것은 페덱스(FedEx)였다. 당시 하룻밤을 지내고 배달이 되는 오버나이트(Overnight) 우편물의 경우 페덱스는 $12을 받았는데 비해서, 미국우정국(USPS : United States Postal Service)은 소포에 대해서는 오버나이트 서비스가 없이 서류에 대해서만 $3을 받았다. 그런데 USPS에서 갑자기 $8.95로 소포의 오버나이트 서비스를 시작하였다. 페덱스에 대해서 가격을 무기로 확실하게 도전장을 내민 형국이었다. 이에 대해서 페덱스가 취할 수 있는 대응전략은 무엇이 있을까?

 

      우선 상식적으로 가장 쉽게 떠오르는 것은 비슷하게 가격을 낮추는 것이다. 가격전쟁이 벌어지는 흔히 볼 수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 이렇게 바로 가격 맞불을 놓으며 내리는 대응은 자칫하면 소비자들이 기존에 너무 비싸게 바가지를 쓰고 있었다고 느끼게 만들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가격에만 초점을 맞추어 커뮤니케이션 활동을 함으로써, 앞선 브랜드로서는 자신들이 그 동안 쌓아 두었던 브랜드 자산을 활용하지 못하는 측면이 있다. 품질이나 혜택이 다를 바가 없다고 느낄 수가 있다. 가격은 중요하다. 특히 구매 시점에서는 가장 중요한 요소로 작용을 한다. 그러나 보다 근본적으로 중요하고, 브랜드와 직결되는 것은 소비자가 나의 제품에서 다른 브랜드에서는 느낄 수 없는 혜택을 제공하고, 그것을 확실하게 인식시키는 것이다.

 

      이런 점들을 고려하여 페덱스는 가격이 아닌 다른 인사이트(Insight)를 찾았다. 페덱스는 자신들의 비지니스, 즉 업의 본질을 고객들의 시간을 경영해주는 것으로 새롭게 설정하며 그에 상응하는 새로운 서비스를 내놓으면서, 새로운 제품에 커뮤니케이션을 집중했다. 페덱스는 고객들이 시간에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점을 고려하여, 배달시간을 앞당겨 아침 8시와 10시까지 배달되는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가격을 이전의 서비스보다 높은 각각 $18과 $13으로 책정하였다. 한편으로 이들은 기존의 서비스에 시간에 따른 변화를 주면서, 오후 3시에 배달하는 서비스를 만들어 이는 가격을 낮추어 $9로 내놓았다. 즉 페덱스는 경쟁자인 우정국의 서비스보다 확실한 우위를 지닌 새로운 가치를 제안하는 제품을 상위에 내놓고, 기존 서비스의 가격을 낮추면서 위, 아래 양쪽에서 우정국을 압박하는 샌드위치 전략을 구사한 것이다.

 

      샌드위치 전략은 이와 같이 현재 역량과 연계를 가지면서 거기에서 보다 강화된 핵심가치를 제안하여 이것을 상위로, 현재의 제품을 그대로 유지하거나 조금 개선하여 하위 부분으로 사용하는 것을 말한다. 여기에서 핵심은 소비자들에게 다양한 선택할 수 있는 대안들을 제시하면서, 단순한 가격 이상의 가치를 제안하는 것이다. 페덱스의 경우 시간에 따라 서비스의 종류를 다양하게 제시하면서, 배달 물품이 어디에 있는지를 추적할 수 있는 서비스를 추가로 제공하기 시작하였다.

 

      우리 나라 김치시장의 경우 기존 김치의 전통적인 분류에 따라 거의 대부분의 업체들이 횡적으로 동일한 종류의 제품들을 펼쳐 놓고만 있는 형편이다. 종적으로 고급과 표준의 분화는 거의 되어 있는 경우를 보지 못했다. 그러니까 앞서 시장점유율이나 역사에 관계없이 대부분의 업체들이 거의 가격만을 가지고 니전투구(泥田鬪狗)의 양상을 보이고 있다. 그 니전투구에서 빠져 나오고, 김치 시장에서 자신의 이미지를 올리는 은제탄환(Silver bullet)의 역할을 할 수 있으며, 한국 김치의 종주권을 확실하게 외국에까지 알리고, 재료에 따른 김치 맛의 변화를 어느 정도 상쇄시켜 줄 수 있는 길로써 명품 김치가 작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오늘로 맛이 뚝 떨어진 얼마 전에 샀던 김치를 겨우겨우 다 해치웠다. 언제쯤 이번 김치의 쓰라렸던 기억이 희미해지면서 그 브랜드를 다시 찾을 지는 모르겠으나, 만약 거기서 최고의 명품 김치를 내놓는다면 명품 김치를 바로 사 먹지는 않겠지만, 표준 제품이라도 재구매를 앞당기는 역할은 충분히 할 것이다. 그 브랜드의 김치 시장에서의 리더쉽을 확인하고자 하는 욕구는 최소한 생길 터이고, 아마도 맛이 좀 떨어진다고 하더라도 '명품 김치'가 아니라는 데서 스스로 합리화시키면서 맛에 대한 불안감을 해소시킬 수 있을 것이다. 곧 일반 제품에 대한 구매에 대한 장애(Barrier)도 낮추는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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