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되는 명리학, 징그러운 인연

 

도무지 감이 잡히질 않았다.

남의 형편 아랑곳하지 않고 돼 먹지 못한 심술로 훼방꾼 노릇 잘하는 김사장의 연락은 결코 유쾌한 일이 못 될 것이 뻔했다.

약간 허스키한 김사장의 목소리가 징그럽게 느껴졌다.

벌레들이 스물대며 귓속을 파고드는 듯했다.

"원장님께서 저희 집 사람을 그만 만나셨으면 합니다. 그곳에 다닌 이후로 사람이 이상해졌습니다. 가족 분란도 많아졌구요."

<아니 뭐라구요?>

어이가 없었다.

"원장님께서 사설 기 수련원 하는 것 때문에 저희집이 시끄러우니까 강박사 못 오게 하십시오."

강박사, 아들, 예비 며느리가 기강원 얘기를 많이 하고 김사장은 왕따를 당하고 있음이 분명했다.

<그야 김사장이 강박사를 집 밖에 못 나가게 묶어두면 될 것 아니오. 아들, 며느리도 함께 말이오.>

"말이 안 통하는 군요."

<말이 안 통한다?>

"무허가 학원 차린 것 고발하기 전에 그만 접으시지요"

<무슨 근거로 그런 말 하는 지 모르겠지만 마음대로 하시오. >

내 연구실에서 내가 마음대로 못할 이유가 뭐란 말인가

김사장은 씩씩대드니 전화를 함부로 꺼버렸다.

 

강박사를 떠올리자 곧바로 김사장의 모습이 오버랩됐다.

오래전 식물인간처럼 누워있던 딸을 도와주려다 딸의 아버지로부터 무면허 의료행위로 고발 당할 뻔 했던 일이 벼락 맞은 듯 떠올랐다.

강박사와의 인연도 이쯤에서 정리될 것인가?

며칠 뒤 강박사가 나타나 미안하다면서 「당분간, 아니 조용해질 때까지만 결석 좀 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강박사는 「장기 결석해도 퇴학은 시키지 말아 주십시오.」하고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했다.

강박사 손을 잡으며 「경금봉계수필부」(庚金逢癸水必腐)가 무섭고 지독하고 정확함을 다시 한 번 깨우쳤다.

 

강박사를 어쩌면 다시는 만나지 않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은 강박사의 명리학 수준 때문이었다.

강박사는 아들의 결혼과 임신, 후손을 얻는 과정에서 나의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했지만 일이 이렇게 되고는 자신의 힘으로 해결해 버릴지 모를 일이었다.

강박사의 수준은 그만큼 올라왔다고 할 수 있었다.

주말 모임의 참석인원은 단출해졌다.

방여사는 명리 쪽보단 호흡 공부의 발전이 빨랐다.

성은이는 코피를 쏟을 만큼 영어, 중국어, 명리, 호흡 공부에 열심히 매달렸다.

 

공선생 아들 내외는 무덤덤한 듯 따라왔다.

열심히 하는 것 같지도 않고, 그렇다고 게을리하지도 않는 것 같았다.

자지러질 듯 울어대는 매미 소리가 어느 순간 잦아들었고 아침, 저녁으로 선들선들해지면서 가을이 지척으로 다가왔음을 느끼게 했다.

처서가 지나고 백로가 가까워졌을 때 오사장의 연락이 왔다.

오사장은 중국을 책임지고 있는 본부장을 사장으로 승진 발령냈으면 했다.

아울러 성은일 상해 쪽 대학에서 공부시켰으면 했다.

물론 상해 재무팀에서 근무하면서였다.

<사장님은 성은일 아예 중국통으로 만드실 요량이십니까?>

"기대하는 바는 중국을 통째로 맡아주었으면 싶습니다."

<중국 사람과 결혼해도 좋겠습니까?>

"성은이가 좋다고 한다면 문제 될 게 있겠습니까?"

<성은이 와는 충분히 얘기가 됐습니까?>

"아닙니다, 이제 얘기를 하려고 합니다."

 

한정희 한경닷컴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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