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라(Fila)는 어느 나라 브랜드?


 

        어느 날 회사 친구들이 모이는 자리에 조금 늦게 갔는데, 토론 분위기로 양편으로 나뉘어 후끈 달아 있었다. 소재는 화장품 브랜드인 ‘SKⅡ'가 어느 나라 브랜드이냐는 것이었다. SKⅡ는 우리 나라에서 5년 전에 배우인 심혜진을 모델로 생생한 피부를 되돌려 준다며 광고를 하면서 도입된 브랜드이다. 기초화장품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데, 처음 만들어진 동기가 재미있다. 일본의 어느 과학자가 양조장에서 일하는 소위 주조사(酒造士) 아줌마들을 자주 보게 되었는데, 얼굴은 쭈글쭈글한 아줌마들이 손만은 애들 피부처럼 하얗고 부드러웠던 것이다. 그 이유를 파고드니, 술을 만드는 효모에 그 열쇠가 있는 것 같았다. 일하면서 아줌마들의 손은 거의 항상 발효 상태에 있는 효모 속에 파묻혀 있었다. 그래서 효모를 연구, 분석하여 '피테라'라는 성분을 만들고, 그 성분이 들어간 화장품을 만들어 냈고, 회사 이름을 SKⅡ라고 지었다. 그런데 이 SKⅡ 회사를 지난 2003년에 미국의 '프락터 & 갬블(P&G)'사(社)가 샀다. 그래서 회사 친구들끼리 이런 경우에 SKⅡ가 일본 브랜드인가, 미국 브랜드인가의 문제로 논쟁이 벌어진 것이다.

 

      답 대신 그 친구들에게 다른 질문을 던졌다. "한국에서 파는 필라(Fila)는 어느 나라 브랜드?" 잘 알려진대로 필라는 외국인 회사로는 특이하게, 지사로서 설립이 되었다가, 법인이 되었고, 한국법인의 종업원들이 필라의 지분을 매입하여 단독기업으로서의 한국필라로 출발을 하였다. 그렇다면 한국필라가 파는 필라는 한국브랜드인가, 이태리 브랜드인가? 법적인 소유권과 판매와 관련된 이미지를 구별하여 살펴 보아야 한다. 과연 고객들이 사는 것은 무엇인지, 기업에서 다른 경쟁자들과는 다르게 자신들의 무기로서 파는 본질적인 무기는 무엇인지 보아야 한다는 얘기이다.

 

      필라는 본질적으로 '이태리 패션'을 팔고 있다. 스포츠 의류와 용품이라는 카테고리에서 '기능성'을 강조하는 나이키와 '전문성'을 힘 주어 얘기하는 아디다스에 맞서, 약간은 고전적이고 그 안에서 우아함을 찾는 브랜드로서 자리를 매긴 것이다. 2차 세계대전 전에 이태리의 낙하산부대는 그 전투력보다는 발레를 하는 듯한 우아한 포즈의 낙하 자세로 유명했다. 당시 낙하산부대의 교관은 자랑스럽게 '우리 이태리인은 단순한 낙하 행위에도 예술성을 부어 넣었다'고 자랑을 했는데, 그런 식의 예술성이 바로 필라가 브랜드로서 지닌 본질이다.

 

      비슷한 예로 몽블랑 브랜드를 보자. 이제는 만년필이나 펜 이외에 향수, 시계 등까지 나오며 본격적인 고급 패션 브랜드의 길을 이미 걷고 있는데, 몽블랑은 어느 나라 브랜드일까? 프랑스 브랜드라고 대답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눈 덮인 알프스를 상징하는 로고로부터, 브랜드 명까지 불어로 되어 있으니 당연하다 하겠다. 그러나 몽블랑이라는 기업 자체는 독일에 본사를 두고 있다. 당연히 소유주도 독일인이다. 그런데 이름에서부터 몽블랑은 불어를 쓰고 있고, 혹시 스위스가 아닐까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칵테일을 만드는데 많이 쓰는 리큐르의 대표적인 브랜드인 베일리(Baileys)는 브랜드 명 자체가 '베일리 아이리쉬 크림(Baileys Irish Cream)'이다. 요즘은 거기에 '오리지날(Original)이 함께 붙기도 한다. 실제로 베일리 아이리쉬 크림은 아일랜드에 있는 공장-양조장-에서 아이리쉬 위스키에 아일랜드의 젖소에서 짠 우유를 가지고 만든다. 그런데 베일리의 모기업은 'R.A. Baileys & Company'라는 기업인데 영국에 본부를 두고 있는 다국적 기업이다. 베일리 아이리쉬 크림의 병에 R.A.베일리의 싸인도 있지만, 베일리라는 이름은 그들의 말대로 아일랜드 다운 느낌을 주기 위해서 만들어 낸 것으로 가공의 인물이다.

 

      근래 국내 어느 주간지에서 '김치'를 특집으로 다룬 적이 있었는데, 일본으로 수출하는 어느 김치의 경우 배추부터 소금, 젓갈, 고추가루까지 거의 대부분의 재료를 중국에서 갖다 쓰고, 한국에서는 그야말로 버무리기만 하는데, 과연 한국산 김치라고 할 수 있느냐는 문제 제기를 하고 있었다. 그 기사를 쓴 기자는 한국산 김치의 품질에 대한 신뢰에 해를 끼칠 염려가 크고, 가격을 낮추어 전체 한국 김치의 수익성까지 저해할 우려가 크다는 데서 문제 제기를 했다. 식품, 특히 김치와 같은 국가를 상징하는 식품은 조금 민감한 부분이 있다. 그러나 나는 기본적으로 그 김치는 재료는 중국에서 왔다고 하더라도 한국의 김치라고 생각한다. 아일랜드의 몰트 위스키나 프랑스의 와인도 가격대가 넓은 것처럼 경제성을 중시하는 김치도 있고, 아주 고급재료만을 엄선해서 쓰는 값비싼 김치도 있을 수 있다. 그리고 그들 모두 어떻게든 한국이라는 김치와는 떼놓을래야 떼놓을 수 없는 브랜드 요소를 엮어 들어가는 것이 필요하고, 그것이 한국과 김치와의 연계를 결과적으로 넓히고 강화한다고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SKⅡ의 얘기로 돌아가면, 자세히 알지는 못하나 분명히 일본적인 깨끗함과 깔끔함, 그리고 일본술의 부드러움과 서양술과는 다른 양조 과정에서 나오는 효모라는 일본적인 요소를 팔고 있다고 추측한다. 그래서 SKⅡ는 소유권으로 따지면, 즉 법적인 문제에서는 미국 브랜드이지만, 소비자를 기준으로 보면 일본브랜드라고 나는 결론을 내렸다.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