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전쟁에 진 이유




        1945년 8월 6일에 일본의 히로시마에 원자폭탄이 투하되었다. 예전에는 히로시마 그러면 재일동포 야구선수인 장훈이 제일 먼저 생각났었다. 히로시마 출신의 불세출의 선수인 장훈, 그리고 덤으로 일본 프로야구선수 중에 유일하게 ‘피폭자 카드’를 가지고 있는 사람으로 장훈을 포장하는 도구로 원자폭탄이 생각났다. 그런데 장훈도 현역 생활을 접고 은퇴하고, 나도 사회에 조금은 눈을 뜨며, 당시 히로시마에서 병원을 운영하며 본인도 심각한 부상을 당한 상태에서 피폭자들을 돌보며 그 참상을 이성과 감성의 균형을 갖추며 기술한 “히로시마 일기(Hiroshima Diary)" 책을 읽고, 너무나도 담담하여 차라리 처절한 영화 ”히로시마 내 사랑(Hiroshima, Mon amour)"를 보면서 히로시마의 연상은 야구 배트를 든 장훈에서, 폭심 지점의 다리 위에 지금도 남아 있는 사람들의 그림자로 바뀌었다. 그리고 사흘 후 또 나가사키에 두 번째 원폭이 투하되었다. 꼭 트루먼의 얘기대로 수백만의 생명을 구하기 위한 수십만의 불가피한 희생이었는지 여부는 떠나서라도, 정말 이해하기 힘들었던 것은 나가사키까지 박살이 난 후에도 1억 일본인의 ‘옥쇄항전(玉碎抗戰)’을 부르짖는 무리가 다수 있었다는 사실이다. 그런데 따지고 들면 이해 못할 구석이 있는 것도 아니다.




        얼마 전 회사 상사와 말씀을 나누는데, 갑자기 그 분이 전략의 정의와 전략 수립과 집행을 위한 필수 요소에 대한 질문을 하고, 당시의 몇몇 참석자들에게 답을 들은 후, 맥아더가 얘기했다며 전략의 3요소를 말씀하셨다.




        'Situation-전황의 파악(정보)', 'Support-적절한 지원, 보급', 'Spirit-사기, 정신'이

바로 그 세 가지란다. 그리고 그것들을 광고 회사라는 환경에 맞추어, 광고에는 어떻게 적용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말씀을 하셨다. 때가 때인지라 그 얘기를 듣고는 문득 일본군의 패배 요인에 맞추어 보았다.



 

1. Situation




        '말래야의 호랑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던 야마시따 도모유키가 일본 육군대학에 다니고 있을 때, 어느 시험에 "고지의 전황은 불확실한데, 어떻게 점령할 것인가?"라는 문제가 나오자 다음과 같이 답했다고 한다. "고지의 상황은 모른다. 고지를 향하여 전진!"

전쟁에 돌입하기 전의 일본의 정보활동은 정말 뛰어났다. 그런데 실제 전쟁에 돌입해서는 야마시따와 같은 무모한 저돌성만 빛나게 되었다. 처음의 승리에 너무 도취한 측면도 있고, 자원 자체가 워낙 부족해서 정신력만을 강조하다보니, 꼭 해야 될 부분을 스스로 잊어버린 면도 있다. 태평양에서의 승패를 가린 미드웨이에서의 패배 역시 정보의 부족에 그 원인이 있다.

        야마시따는 개인적으로 두 장면으로 남아 있다. 테이블에 앉아 항복 조건을 따지는   싱가폴 주둔 영국군 사령관에게 ‘항복을 하는데 무슨 조건이야’하면서 테이블을 주먹으로 치면서 호통을 치던 모습과, 완전히 대조적으로 일본이 항복을 하고도 보름이 지난, 9월 2일 농성하고 있던 산악 벙커에서 칼까지 찬 말끔한 하복 정장 차림으로 그러나 처연한 표정으로, 깍듯하기 그지없는 부관의 인도를 받으며, 항복하러 내려오던 모습이다. 다음 해 초 그는 전범으로 교수형에 처해 졌는데, 그의 처형에 대해서는 지금까지 말이 많다. 



 

2. Support




        어떤 자료를 보니까, 전방의 소총수 하나를 위하여 미군의 경우 18명이, 영국군은    8명이 지원을 해주는데 반해서, 일본은 거의 동수가 배치되고 그마저도 나중에는 아예 없애버린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노르망디 상륙작전을 다룬 얘기를 보면, 상륙 자체보다 그를 위한 물자들의 확보와 수급에 걸린 시간과 노력이 실전에서의 전투력 그 자체보다 더욱 인상적이었다. 당시 보급을 맡은 장군의 표현에 따르면, 디트로이트와 같은 도시 전체를 옮긴다고 표현을 했는데, 그 말이 정말 실감이 난다. 그런데 일본의 경우는 디트로이트와 같은  도시를 옮겨서 만들어 놓고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점령하여 그런 도시를 확보하라는 식의 작전계획을 가지고 있었다. 잘 나갈 때야 별 문제가 아니지만, 삐끗하면 바로 모든 것이 엉망이 되는 계획의 전형적인 유형이다. 



 

3. Spirit




        일본군인의 무사도, 정신력, 애국심은 일반적으로 높이 산다. 그렇지만 어느 전쟁사학자는 일본의 Spirit은 천황을 정점으로 하는 신도(神道)에 기반을 둔 종교적 신념으로 자신의 목숨을 초개와 같이 던지는 데 가치를 높게 두어, 결과적으로 전략적 차질을 가져오는 원인이 되었다고 부정적으로 평가한다. 심하게 얘기하면 전체 전략의 큰 그림을 본 것이 아니라   개인적 구원 차원에서 자신의 목숨을 던지는 반어적 이기주의가 나왔다는 것이다. 대신 미국을 위시한 서구의 군대는 가족에 기초한 Spirit을 가지고 있었다고 평가한다. 자신의 가족을 지켜야 한다는 목적의식과 그에 기초한 왜 싸워야 하는가에 대한 뚜렷한 이유를 가지고 싸웠는데, 일본군은 그런 이유가 골수에 더 깊이 박혀 있었지만, 전투력의 상승과 전체 전쟁 전략의 큰 그림에서 발현되지 못했다는 것이다.







        광고에서도 출발은 정확한 상황의 파악이다. 거기서 문제점을 발견하고, 목적지를 방향을 수립하게 된다. 그리고 그 목적지에 어떻게 도달할 것인지, 전략을 세우고, 그 전략을 달성하기 위한 여러 자원들을 조달하는 ‘지원’ 작업을 하게 된다. 그 전 과정을 통하여 일관되게 필요한 것이 바로 열정과 의지이다. 그런데 아직도 광고뿐만 아니라 많은 부분에서 참으로 유감스럽게도 ‘무뎃뽀(無鐵砲)’ 정신을 부르짖는 경우가 너무 많다. 이 말도 일본에서 유래한 것인데, ‘지원(Support)'과 상황 파악을 제대로 못한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다. 이제 이런 말은 사전에서나, 영화에서나 보았으면 한다.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