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김의경


 

경제학은 사회과학에 속합니다. 사회과학에도 일정한 법칙은 있으나 ‘대체로’ 그렇게 될 뿐 반드시 그렇게 되지는 않는다는 특징이 있죠. 이점에서 자연과학과 다릅니다.

 

‘금리가 떨어지면 환율은 올라간다’는 것이 바로 경제학의 법칙입니다. 이 역시 대체로 그렇다는 것이지 반드시 그렇지는 않습니다. 그럼 반드시 그렇지도 않은 법칙을 왜 알아야 할까요?

 

①우선은 그 법칙에 어긋나는 현상이 벌어질 때는 무언가 문제가 있고 비정상일 경우가 많다는 겁니다.

 

②두 번째는 문제가 해결되고 나면 다시 법칙에 맞게끔 제자리로 돌아온다는 겁니다.

 

우리가 경제학의 법칙을 알아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죠. 법칙을 알고 있으면 실제로 그렇게 되지 않을 때 무언가 문제가 생겼음을 감지할 수 있고, 또한 그게 해결되면 원래대로의 법칙으로 돌아갈 것이니 여기서 돈 버는 기회를 찾을 수 있죠.

 

 

♠ 경제법칙이 거꾸로 적용되는 일본

 

일본은행이 지난 1월 29일에 마이너스 금리정책을 도입한지 벌써 한 달이 지났습니다. 아베노믹스가 몇 년간 힘을 받는 듯 하더니 다시 휘청거리자 초강수를 선택한 것이죠. 금리를 낮추면 돈이 돌고 소비와 투자가 늘어난다는 경제학의 법칙을 노린 것이죠.

 

그런데 당시 일본의 10년만기 국채금리가 0.2%였습니다. 그러니 금리를 내리려면 어쩔 수 없이 마이너스(-) 금리로 가는 수 밖에 다른 도리가 없었죠.

 

하지만 상황은 거꾸로 흘러만 갑니다.

 

 

♠ 소비의 종말과 ‘금고’의 품절현상

 

사람들은 은행에 돈을 넣기 부담스럽게 되었습니다. 시중은행의 보통예금 금리가 0.02%에서 0.001%로 떨어졌기 때문입니다. 예금을 할 때 드는 송금수수료가 더 나가게 생겼습니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저축을 하느니 차라리 소비를 해야 합니다. 일본정부가 노린 것도 바로 이것이겠죠.

 

물론, 특정 품목의 소비는 늘었다고 합니다. 바로 ‘금고’입니다. 사람들이 은행에서 돈을 찾아서 금고에 넣어두려 하기 때문이랍니다. 즉, 소비가 늘기는커녕 돈이 집안으로 꽁꽁 숨어버리는 현상이 벌어지기 시작한 것이죠.

 

 

♠ 엔화의 강세와 수출 가격경쟁력 하락

 

외환시장도 거꾸로 반응했습니다. 금리를 내리면 환율이 오른다는 말이 무색하게 엔화강세(환율하락)가 이어졌습니다. 2월 11일 외환시장 엔∙달러 환율이 110엔대로 하락을 했습니다. 엔화의 가치가 올라간 것이죠.

 

원래 일본정부의 의도는 이랬을 겁니다. 금리를 내리면 낮은 금리에 실망은 외국의 자금들이 빠져나가게 되겠죠. 자금이 빠져나간다는 것은 그 동안 가지고 있던 엔화를 팔고 달러를 사서 가져나간다는 뜻이고 그럼 파는 엔화의 가치는 떨어진다는 경제학의 법칙을 노렸을 겁니다. 엔화가치가 떨어지면, 다시 말해 엔∙달러 환율이 올라가게 되면 수출에서 가격경쟁력이 생기기 때문에 기업 실적도 좋아질 것이라 생각했을 겁니다. 그런데 결과는 반대가 되어버린 것이죠.

 

 

♠ 주식시장도 거꾸로 반응

 

주식시장도 삐거덕거립니다. 일본정부는 낮은 금리에 갈 곳 없는 자금이 우선 증시로 몰려 유동성장세를 만들기를 원했을 겁니다. 하지만 주식시장 역시 반대 방향으로 갔습니다. 닛케이225지수를 보면 마이너스 금리 도입 당일 17,518하던 것이 2월 12일에는 14,952로 급락했습니다. 엔화강세로 수출에 차질이 생기면 기업 실적이 나빠질 것이라는 우려가 작용했을 것으로 보입니다.

 

 

♠ 이유는? 모두가 불안하기 때문

 

왜 이런 현상이 벌어질까요? 왜 경제학 법칙대로 되지 않을까요?

 

불안심리 때문입니다. 일본뿐만 아니라 전세계가 불안하기 때문에 법칙이 제대로 작용하지 않는 것입니다.

 

금리를 낮추면 저축보다 소비를 할거라고 생각하지만, 은행 이자로 살아가는 일본의 고령자들은 불안해 합니다. 모아놓은 목돈에 비해 살아야 할 날들이 더 많은 이들이 의지할 곳은 은행의 이자가 고작입니다. 그런데 그게 떨어졌습니다. 지금 펑펑 소비를 하느니 돈을 금고에 넣어두고 혹시 아플 때 병원비로 써야겠다고 생각하지 않겠습니까?

 

세계도 불안합니다. 그러다 보니 상대적으로 안전하다 생각되는 국가인 일본에 계속 투자를 하는 것입니다. 그러니 일본으로 돈이 몰리고 엔화로 바꾸려는 자금이 늘어나니 엔화가치는 올라가게 되는 겁니다.

 

여기서 ‘일본이 왜 안전하냐?’고 물을 수 있으나 전세계가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는 게 중요합니다. 우선 일본은 인플레이션이 거의 없는 나라입니다. 돈 값이 떨어질 위험이 거의 없죠. 게다가 외환보유액도 빵빵합니다. 2015년기준 1조2,600억 달러 수준으로 중국에 이어 세계 2위죠. 다시 말해 비록 이자는 거의 주지 않지만 망하지는 않을 그래서 안전한 나라가 일본이라고 말이죠.

 

일본 국민이나 세계의 사람들이나 개별적으로 이러한 생각들이 모여 경제학 법칙에 맞지 않은 현상들이 지금 일본에서 마구 벌어지고 있는 겁니다.

 

 

♠ 일본, 불안이 더욱더 불안으로 몰고 갈 수도…

 

그러다 보면 일본은 성장하지도 않고 더 이상 안전하지도 않은 나라가 될 수도 있습니다.

 

결국 마이너스 금리정책을 실시한 일본에서 경제학 법칙이 적용되지 않은 이유는 모두의 ‘불안’ 때문이고 이 불안을 회피하려고 하는 모습들이 아이러니하게도 일본을 더욱더 불안으로 몰고 갈 것 같습니다. 벗어나려고 발버둥칠수록 더욱더 조여 드는 올가미처럼 말이죠.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