뜬금없는 복고?




        얼마 전에 모방송사와 복고마케팅을 주제로 인터뷰를 했다. 첫 질문은 용어에 관한 것이었다. ‘추억마케팅’, ‘복고마케팅, ’회귀마케팅‘, ’향수마케팅‘ 등 여러 용어들이 난무하는데, 어떤 것이 가장 적절하냐는 것이었다. 마케팅 앞에 여러 단어들을 붙여서 쓰는 경우가 많은데, 대부분이 어떻게 보면 단어들을 조합하여 만들어내는 일종의 유사 신종어이기 때문에, 그리고 대부분의 경우 그 생명이 길지도 않기 때문에 비슷비슷한 뜻을 가지고 있는 단어들에 대해서 어떤 것이 맞다고 얘기하는 것이 별로 의미가 없을 것 같다고 얘기를 했다. 그랬더니 원래 그들이 생각하던 단어를 밀고 나가겠다고 했는데, 그것이 바로 ’복고마케팅‘이었다.




        보통 ‘OO마케팅’이라고 하는 것은 두 가지 경우로 쓰인다. 첫째는 앞에 붙은 ‘OO'을 팔기 위한 활동을 하는 것을 의미한다. 다른 경우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팔기 위하여 ’OO'을 이용하는 경우이다. 스포츠마케팅을 예로 들어보자. FIFA를 20여년 넘게 지배했던 아벨란제 회장이 90년대 중반에 장기독재에 대한 저항과 비난이 곳곳에서 일어나자 다음과 같은 얘기를 했다. “내가 처음 FIFA를 맡았을 때, 금고 속에 몇 천$이 겨우 있었다. 지금 월드컵 하나만 가지고도 FIFA가 얼마나 소득을 올리고 있는지 보라! FIFA는 스포츠마케팅 최고의 성공사례이다.” 얼마 전에 삼성전자가 영국의 축구 명문 구단인 첼시(Chelsea)와 스폰서 계약을 맺었다. 올림픽과 함께 삼성의 스포츠 마케팅 한 축을 담당할 것이라는 코멘트를 하였다. 아벨란제의 스포츠마케팅이 축구라는 스포츠를 판 것이었다면 삼성의 스포츠마케팅은 축구라는 스포츠를 활용하여 이미지를 올리고, 팬들과 더욱 가까이 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여 결과적으로 브랜드 이미지도 올리고, 제품의 판매를 증진하겠다는 것이다. ‘기상마케팅’을 기상청에서 얘기하면 기상정보를 팔기 위한, 빙과나 에어컨 업계에서 얘기하면 기상의 변화를 미리 예측하거나 발 빠르게 대처하여 판매를 증진시키기 위한 활동이 되는 것도 그런 대표적인 예라 하겠다.




        복고마케팅은 위의 사례에 비추어 보면, 주로 후자, 복고적인 경향이나 그에 대한 기호를 반영하여 자신들의 마케팅 활동에 이용하는 것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그 방식은 예전의 상품을 그대로 혹은 약간 변형하여 내놓는다든지, 새로운 제품에 예전의 이름을 붙이기도 하고, 한시적 프로모션으로 예전 가격으로 제품을 팔거나, 창립기념일에 맞추어 창립 당시의 풍경을 재현하거나, 창립연도에 태어난 사람에 대한 경품 행사 등 다양하게 펼쳐진다. 미국의 메이저리그에서는 많은 팀들이 오래 전 유니폼을 입고 나와서 경기를 하거나, 은퇴한 왕년의 스타플레이어들이 특별 경기를 하곤 하는데, 이런 것도 복고마케팅의 한 종류라 하겠다. 우리나라에서도 예전 스타들이 올스타 게임과 같은 특별한 날에 경기를 하거나, 일제시대의 야구 유니폼을 입고 몇 경기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한다. 그런데 왜 복고마케팅이 붐을 이루게 되었을까? 몇 가지 이유를 들 수 있다.




        가장 큰 이유는 인간 본연의 심성에서 찾을 수 있는데, 누구에게나, 초등학생에게도 유치원 시절의 과거가 있고, 그 과거는 아름다워 보이기 마련이다. 특히 현재가 힘들고, 미래가 불확실해 보일수록, 모든 것이 조금 더 단순했고 사람들이 순진했던 과거의 확실한 그 시절을 그리워하기 마련이다. 그리고 우리나라의 경우는 너무 앞만 보고, 극심한 경쟁 속에서 달려오기만 했다가 과거를 돌아볼 수 있는 여유를 갖게 되었다고 긍정적으로 해석할 수 있는 여지도 있다. 미국에서 70년대식 패션과 파티, 공연 등이 유행하는 것도 어찌 보면 음울했던 70년대의 기억에서 조금은 자유로워졌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얘기할 수 있다. 비슷한 경향으로 나타나지만, 한 편에서는 변화에 대한 저항, 왕년의 화려했던 시절을 그리워해서 복고적 경향을 보인다. 박정희에 대한 향수나, 군대 시절 얘기에 열을 올리고, 그리워하고, 여성운동이라면 눈을 부라리는 사람들이 대부분 이런 유형에 속한다.




        기업 쪽에서 보면, 복고 경향을 마케팅 소재로 활용하기 쉽다. 특히 카테고리를 만든 소위 ‘원조(元祖)’를 강조하고 싶은 기업들의 경우 예전의 모습을 고객들에게 자연스럽게 부각시킬 수 있는 방법이 바로 이런 복고마케팅이다. 그리고 함께 간직하고 있는 과거의 한 모습이란 측면에서 과거는 고객들에게 친숙한 코드이다. 이름을 알리거나 새로운 특성을 심어주는 데 투입되는 마케팅 비용을 아낄 수 있다. 그러나 복고마케팅이라고 해서, 단순하게 예전의 모습만을 그대로 재현하는 형식이 되어서는 곤란하다. 자신의 브랜드가 가지고 있는 역사 속에서의 정통성과 고유한 성격을 현재의 색깔에 맞추어 내놓는 것이 필요하다. 과거만을 가지고 얘기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본질과 현재, 미래의 발전 방향까지 아우를 수 있는 바탕 위에서 복고마케팅의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얘기이다. 사실 역사를 공부하거나 역사 드라마와 같은 상품을 만드는 데 있어서도 과거의 사실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현재를 어떻게 인식하고, 미래의 방향을 어떻게 설정하는가이다. 그런 면에서 약간은 뜬금없어 보이는 마케팅을 넘어서 요즘의 복고 열풍이 우리가 새로운 시각으로 현재와 미래를 정의하는 데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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