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와 번역-영문 슬로건 번역하기




요즘은 그런 경우가 별로 없지만, 예전에는 해외에서 쓸 광고안을 광고주에게 제시할 때, 영어로 만든 카피를 거의 한국어로 번역해서 발표나 보고를 하고, 비디오 테이프로 바로 제시하는 경우는 영어판을 틀어 주고, 바로 한국어 더빙한 것을 보여 주는 짓도 곧잘 하곤 했다. 지금도 생각만 하면 낯이 뜨거워지지만, 내 자신이 한국어 더빙을 하는 성우의 역할을 직접 맡은 경우도 종종 있었다. 그런데 그렇게 한국어로 갖은 애를 써서 번역을 하고, 더빙을 해서 재미를 본 경우는 별로 없었다. 애써 한국어로 해놓았다가, 정작 발표 때는 어색해서 빼놓는 경우도 많았고, 무언가 어색한 기운이 감돌면서 엄숙한 발표회장 곳곳에서 킥킥거리는 웃음소리가 구석구석 새어 나와 분위기를 망쳐 놓는 경우도 있었다.

 

특히 번역을 하거나 발표를 하는데 가장 어색하고 힘든 부분이 바로 영문 슬로건이었다. 슬로건이라는 것 자체가 ‘카피의 핵(核)’이라는 비유처럼, 많고 큰 뜻을 함축적으로 표현을 하려다 보니, 중의적으로 쓰인 경우가 대부분이라, 다른 나라의 언어로 된 슬로건을 제대로 번역하기는 정말 힘들다. 영문으로 된 슬로건을 세계 공통으로 적용하는 기업이 늘고 있는 것은 글로벌 시대에 맞춘다는 의미도 있지만, 번역의 어려움도 작용한 소치이다.




원래 브랜드의 가장 극적이고 함축적인 표현이라고 할 수 있는 슬로건에 관심이 많기도 했지만, 이렇게 글로 쓰게 된 것은 지난 주말 우연히 패스트 푸드 체인인 버거킹(Burger King)의 광고에서 한글로 번역한 슬로건을 본 것이 직접적인 계기가 되었다. 버거킹은 압도적인 1위에 맞서서 ‘맛’이라는 요소를 자신의 강점으로 내세우는 업체였다. 그래서 원래의 영문 슬로건은 맛을 직접적으로 얘기하는 “It just tastes better"였고, 그것을 한국어로 ‘맛있잖아!’로 번역을 했다.-참고로 버거킹은 이 슬로건을 1996년부터 쓰기 시작했는데, 몇 차례의 변화를 거쳐 현재는 ”Have it your way"를 슬로건으로 사용하고 있다. 이 슬로건의 번역 또한 만만치 않다-




어찌 보면 너무나 쉽게 한 번역이다. 그것도 평소 우리가 쓰는 너무나도 구어체로. 그런데 사실 너무 쉽고 간단하기 때문에 어렵게 풀릴 수도 있었던 번역이다. 무엇보다도 이렇게 간단한 문구는 의역을 할 수 있는 여지가, 엄밀하게 얘기하면 광고주 측에서 번역에 대해서 딴지를 걸 수 있는 소지가 많이 있다. 정말 장난처럼 들릴 수도 있는데, “경쟁자보다 훨씬 더 맛있다는 얘기인데, 그냥 맛있다고만 하지?”하는 반응이 충분히 나올 수도 있었던 번역이다. 문자 그대로 “더 맛있어요!”라고 했다면 “맛있잖아!”가 가지는 리듬감과 맛에 대한 액센트감이 떨어지고, 자신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광고 카피도 마찬가지이지만, 슬로건에 있어서도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말맛’의 핵심은 사람들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것이다. 중국 고대사를 전공하신 대학 시절의 스승 한 분께서 가끔 이런 말씀을 하셨다. ‘영어나 한글로 된 책은 문자 그대로 해석되니까 읽는 재미가 떨어지는데, 한문으로 된 책은 다양하게 해석할 수 있어서 읽고 생각하는 재미가 있다.’ 물론 그 스승님의 말씀을 꼬아서 해석하면, 그만큼 정확성이 떨어진다고 얘기할 수도 있다. 또 한글이나 영어 책이라도 문장의 내면에 품은 의미는 문자 그대로의 해석과는 다른 차원의 넓이와 깊이를 담을 수 있으나, 아무래도 해석의 여지가 표의문자인 한자에 비해서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일반적으로 칭찬을 받는 광고일수록 카피가 짧고 간결하다. 어느 정도의 상관관계를 갖는 이야기인데, 강력한 브랜드일수록 주절주절 여러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지나치게 자기 자신을 내세우는 사람일수록 내면을 보면, 열등의식이 자리잡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듯이, 자신감이 없는 브랜드일수록 할 말이 많아지고, 그런 말들을 다 하지 않으면 뭔가가 미흡한 듯한 느낌에 사로잡힌다.




마지막으로 머리를 정리하는 의미에서 다음의 영문 슬로건이나 헤드 카피들을 어떻게 번역을 해야 할지 한번 시도해 보시길.




        . Let's make things better

        . Progress for people

        . Progress is our most important product

        . Think it over

        . Magic touch of tomorrow

        . Quality is job 1

        . Just do it

        . That's Italian

        . Be all that you can be

        . Have it your way

        . +Hp Everything's possible




위의 문구들이 경영 관련 서적과 실제 한국에서의 광고에서 쓰인 실례이다. 한번 원문과 비교해 보시고, 어떤 번역이 그래도 잘된 번역인지 생각해 보시기를.




        . Let's make things better

                -작은 차이가 명품을 만듭니다(실제 광고에서 사용)

                -더 나은 세상을 만들자(서적 번역)

        . Progress for people : 사람들을 위한 진보(실제 광고)

        . Progress is our most important product :

                -진보는 우리의 가장 중요한 제품입니다(실제 광고)

        . Think it over : 생각해 보자구요(서적)

        . Magic touch of tomorrow : 내일의 마술(서적)

        . Quality is job 1 : 품질은 제 1 업무(서적)

        . Just do it

                -지금 시작하세요(실제 광고)

                -해보는 거야(서적)

        . That's Italian : 이게 이탈리아 식이야(서적)

        . Be all that you can be : 네가 될 수 있는 모든 것이 돼(서적)

        . +Hp Everything's possible

                -Hp와 함께라면 모든 것이 가능해 집니다(실제 광고)

        . Have it your way : 네 멋대로 해(서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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