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위의 모험

 

어느 날 집에서 키위를 먹는데, 아이들이 물었다. “아빠, 왜 키위에는 털이 있어요?” 아이들다운 호기심이라고 할까, 하여간 키위를 가끔 먹으면서도 한번도 왜 키위에는 털이 있을까 궁금해 했던 적이 없는 것 같았다. 아니, 1986년-당시 군복무 중이었기에 연도를 정확하게 기억한다- 처음으로 거리의 리어카 노점상이 팔던 키위를 보고 꼭 털 때문은 아니더라도 ‘희한하게 생긴 놈이군’하면서, 군대 동료와 함께 하나씩 사서 걸어 다니며 먹느라고 애를 썼던 기억이 있는데, 애를 먹인 주원인이 바로 털이었다. 재미있는 발상이다 싶어서, 한번 이야기로 구성을 해보라고 하자, 아래와 같이 그림과 함께 ‘키위의 모험’이란 제목의 짧은 얘기를 지어 왔다.

 



옛날 옛날, 호랑이가 담배 피던 시절에 키위가 있었습니다. 옛날의 키위는 껍질과 털이 없어 옷을 입었어야 했습니다. 그래서 왕따 당했죠. 키위는 털을 갖고 있는 동물들이 부러웠습니다. 그래서 짐승들에게 털을 주는 하나님한테 이렇게 말하였습니다.

"왜 저에게 털을 주지 않는 거예요? 네!!!!"

하나님은 키위에게 벌을 주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그러면 진정한 하나님이라 할 수 없어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가위 바위 보로 승부를 내겠다! 네가 지면 물러가고 내가 지면 털을 주겠노라!!!"

하나님께서는 손, 발이 없는 키위는 조금 둥글해서 묵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야호!'라고 생각한 하나님은 금방 얼굴이 찌푸려졌습니다. 키위가 씨앗으로 가위를 그렸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은 할 수 없이 키위에게 털을 주었습니다. 그 후로 키위는 왕따 당하지 않았습니다.

 

 



큰 녀석은 영문과 한글을 혼합하여 글을 지었다. 이 친구는 문법과 스펠링에서 대단히 자유롭다. 그림은 생략한다.

 



Once upon a time there was a kiwi but with no fur and skin. So the kiwi had to wear shirts and pants. So he had been always embarressed from other fruits. So he went rolling to god who was giving furs to the animals.

"털 남아 있어요?" 라고 키위는 물었다. 하나님은 "물론 남아 있지!" "그럼.... 내 몸에 털을 붙이세요!"

“여기 털!”

그래서 붙였습니다. 그리고 두렵지 않은 키위가 되었습니다.

[미장원 장면] - 그림 참조할 것.

“어떻게 자를까요?”

“염색만 하려 온 것 뿐이야! 내 털 절대로 안 잘라!”

The end.

 



보통 광고의 첫 단계는 제품에 대한 오리엔테이션을 받는 것으로부터 시작한다. 오리엔테이션을 통하여 광고에서 어떤 점을 집중하여 부각할 것인지 궁리를 하기 시작한다. 그런데 문제는 광고주, 즉 제품을 만든 측으로부터 제시되는 특장점이란 대개 그 제품이 속한 카테고리의 특장점을 얘기하는 데 그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TV로 치면 ‘화면이 선명하다’, 키위와 같은 과일은 ‘영양이 풍부하다’, ‘맛이 좋다’와 같은 아주 일반적인 속성만이 부각될 따름이다. 이런 두리뭉실한, 누구나 얘기하는 속성을 넘어서 다른 경쟁제품과 어떻게 다른지 얘기하고, 기억에 남게 만들기 위해서는 그런 속성 이상의 감정적 유대를 만드는 노력이 필요하다. 15초라는 짧은 시간 내에 완결되는 광고물이지만, 그 안에 이야기를 담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런 이야기의 출발점은 다른 각도에서 그 제품을 바라보고, 상상의 나래를 한번 펴보는 것이다. 광고할 제품에 너무 빠져 있어서는 그런 자유로운 상상과 그에 기초를 둔 이야기가 나올 수가 없다.

 



가수나 배우, 스포츠 스타 등의 명성을 이용한 라이센싱 사업이 활발하게 펼쳐지고 있는데, 사후(死後)에 더욱 성공적으로 사업을 펼쳐 나가고 있는 대표적인 경우가 바로 엘비스 프레슬리이다. 그 사업을 맡아서 하는 기업이 바로 EPE(Elvis Presley Enterprise)인데, EPE의 경영을 책임지고 있는 잭 소든(Jack Soden)의 회고에 의하면, 그가 EPE의 소유자인 엘비스의 미망인인 프리실라 프레슬리(Pricilla Presley)의 눈에 든 결정적인 이유 중의 하나가 바로 그 자신이 비치 보이스(Beach Boys)의 팬이라는 사실이었다고 한다. 프리실라는 “(당신이 비치 보이스의 팬이라는 사실이)아주 잘되었어요. 누군가 객관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필요해요. 이 곳 그레이스 랜드(Grace Land-엘비스 생전의 저택으로 그의 사후 기념관으로 꾸며져, 매년 수백만의 엘비스 팬들과 관광객들이 방문하는 이제 멤피스 도시 뿐만 아니라, 테네시 주의 대표적인 관광지로 자리 잡은 곳)에 있는 사람들은 객관적인 것과는 한참 거리가 먼 사람들이거든요”라고 말했다고 한다. 엘비스의 생애를 다룬 여러 책들을 보면, 어른들 잘 공경하는 효자요, 신앙심 돈독한 미국 남부 바이블 벨트(Bible belt) 출신인 엘비스이지만, 군 복무를 마치고 미국에 돌아 온 60년대 중반부터는 자신만을 떠받들다시피 하는 속칭 ‘멤피스 마피아’라고 불리는 예스맨들에 둘러 싸여 살았다고 한다. 아무도 엘비스의 얘기에 반론을 제기하지 못하고, 엘비스만을 떠받드는, 우리에게도 상당히 낯익은 그런 상태가 엘비스 사후에까지 그레이스 랜드를 지배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 상태에서 비치 보이스의 팬을 EPE의 책임자로 스카우트한 프리실라의 혜안에, 진정한 기업인다운 선택에 박수를 보내지 않을 수 없다.

 



가끔 후배들에게 바둑의 얘기를 빌어서, ‘일단 모든 정석을 암기해라. 그리고 외운 것들 싹 잊어버리고 다시 시작해라’라는 말을 하곤 한다. 오리엔테이션에서 얘기하는 제품의 특성이나 장점, 그전에 마케팅원론이나 광고원론 등에서 배운 제품의 분석 방법, 소비자 조사 방법 등에 대해 기본적인 지식으로 꼭 알고 있어야 한다. 그런데 거기에 얽매일 필요는 없다. 그 정도는 제대로 된 경쟁자라면 이미 다 알고 있는 것들이기 때문이다. 거기서는 사람을 끌만한 얘기가 나올 수 없다. 그런 시각으로는 키위의 털이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당연히 재미가 있건 없건, 모험을 떠나는 키위의 이야기 등속이 자리 잡을 공간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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