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킷 리스트’라는 게 있다. 죽음 직전 꼭 이루고 싶은 소원쯤으로 기억된다. 사람들은 무슨 소원을 가지고 사는 걸까? 영화의 주인공, 억만장자 에드워드 콜과 자동차수리공 카터 체임버스는 리스트를 적기 시작한다. ‘인생의 환희를 찾자’(Find a joy in your life) 마치 임종여행의 슬로건만 같다. 둘은 ‘기상천외한 어떤 것 보기(Witness something truly majestic)’의 마지막 소원까지 이뤄낸다.

감독은 말한다. ‘인생의 환희(Joy)’라는 것을 통해 표출하는데 만약 그게 없다면 그 인생은 헛것이니 죽기 전에 그것을 찾으라는 것이다. 죽음이 곧 삶의 완성이라는 메시지를 담아냈다.

사람들은 어떤 소원을 가지고 사는 걸까? 그 소원들이 궁금하다. 나에게도 소원이 없을 리 없다. ‘미리 치르는 천국 환송예배’다. 죽음이란 천국이민인데... 왜 이렇게 어둡고 칙칙할까? 더군다나 내가 죽고 난 다음 저들끼리 주인공도 없는 송별연은 왜 할까? 차라리 내가 살아있을 적 그들에게 송별인사도 하고 싶고 그들과 함께 나눈 지구별 소풍의 뒷 담화도 나누고 싶다. 절대 우스개가 아니다. 나의 버킷리스트다.

대통령 염쟁이로 불리어지는 유재철씨는 말한다. “평소 ‘엔딩 노트(Ending Note)’를 작성하는 습관을 권하고 싶다. 즉 자신이 죽으면 장례식을 어떻게 할 것인지, 어떤 말을 남길 것인지 등을 기록으로 남겨두는 것이다. 자신의 죽음을 제대로 준비하고 이해하고 나면, 삶을 더 야무지게 살 수 있을 것 같다.”

그 말이 내게 또 하나의 소원을 만들었다. ‘항상 죽음에 준비된 사람으로 살기’다. 더 이상 미룰 일이 아니었다. 루게릭 병을 앓으며 죽음을 앞두고 있는 모리 교수는 그의 제자 미치에게 충고한다. “어떻게 죽어야 좋을지 배우게, 그러면 어떻게 살아야 할지도 배우게 되니까.”

나의 심경과 마음을 들여다보는 거울이 필요했다. 살아온 내 삶의 발자취에서부터 마지막 남아 있는 자들에게 남길 작별인사를 남겨놓고 싶었다. 무엇보다 내 장례식을 내가 설계해 놓고 떠나고 싶었다.

버킷 리스트는 이내 문화로 점화(點火)되었다. 하이패밀리에서는 해피엔딩노트, <내 영혼의 일기>를 만들었다. 믿음 소망 사랑 편으로 구성된 일기에는 다양한 내용들이 포함되어 있다. 전(前) 영국 수상 대처의 장례식장에 고인이 평소에 좋아했던 시(詩)와 성경구절 등이 낭독되었던 것처럼 자신이 즐겨 부르던 찬송가까지 기록으로 남길 수 있게 되어 있다. 사전의료의향서나 장례의향서 등 건강할 때 자신의 의사를 분명히 표시하는 내용에서부터 천국입학사정관에게 제출할 이력서도 있다. ‘죽음은 마지막 사랑의 기회’라는 메시지와 함께 가족들에게 남길 편지를 쓰는 페이지에서 모두들 운다. 그리고 치유로 부름 받는다. 마지막 페이지에는 “Memento Mori”(죽음을 생각하며 삽시다)는 글과 함께 영정사진의 띠가 둘러져 있어 책을 펼치고 닫을 때 마다 마지막 모습을 떠올리게 된다. 거울종이로 특수하게 제작되어 실제 자신의 얼굴이 비춰진다. 마음을 여미지 않을 수 없다.

천국환송예배 때는 정작 죽은 자와 상관없는 메시지가 아니라 그들의 남긴 노트의 신앙고백과 삶의 궤적을 소개함으로 예배가 더 깊어진다. 자녀들은 추모일이 다가올 때마다 아버지 어머니의 손자국, 눈물자국을 보면서 진정한 추모를 드리게 된다. 부모가 남긴 해피엔딩노트로 가정의 불신과 불화의 씨가 사라진다. 유훈은 가족들을 지키는 나침반이 된다. 어떤 재산보다도 더 고귀한 삶의 유산이다.

이제 경노대학 노인대학의 프로그램도 바뀌어야 한다. 굳이 죽음을 눈 앞에 둔 어르신들만이 아니다. 중장년층에게도 청소년들에게도 죽음교육은 확대되어야 한다. 그게 임종의 영성이다.

모리와 함께 한 화요일에 등장하는 강의록을 한 번 더 인용해 본다.

“제대로 된 문화라는 생각이 들지 않으면 굳이 그것을 따르려고 애쓰지는 말게. 그것보단 자신만의 문화를 창조하게.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은 그렇게 하지 못하네. 그래서 그들은 나보다 훨씬 더 불행해. 이런 상황에 처한 나보다도 말야.”

가정사역의 가장 넘기 어려웠던 등좌(登座), 죽음의 문제가 어느새 해맞이 달맞이처럼 ‘죽음 맞이’로 편하게 다가온다. 나도 그 언젠가 이렇게 고백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처음이라 부르는 것은 종종 끝이며, 끝내는 것은 시작하는 것입니다.”-T. S. 엘리엇

(*.* 해피엔딩노트와 죽음교육에 대한 구체적 정보는 하이패밀리(02-2057-0033)을 통해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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