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하를 빼놓고 동유럽의 도시를 이야기할 수 있을까. 프라하는 동유럽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시다. 남유럽에 로마가 있고 서유럽에 파리가 있고 북유럽에 코펜하겐과 스톡홀름이 있다면 동유럽에는 단언컨대 프라하가 있다. 프라하를 몇 장의 원고지에 담아내는 것은 큰 교만이 아닐 수 없다. 프라하에 대한 감상을 마음먹고 쓰자면 수백 페이지도 쓸 수 있을 것 같다. 나는 프라하에 다섯 번이나 갔다. 무더운 여름에도 갔고 백설이 흩날리는 겨울에도 갔다. 그 때마다 프라하의 중세풍 건물들은 계절의 옷을 갈아입고 나를 반겨주었다. 로마네스크, 고딕, 바로크 등의 다양한 건축 양식은 프라하를 방마다 각기 다른 디자인의 벽지로 도배한 멋진 전원주택처럼 보이게 한다.

부다페스트에 세체니 다리가 있다면 체코에는 칼레르 다리가 있다. 체코가 낳은 위대한 음악가 안토닌 드보르작의 음악을 들으며 칼레르 다리를 건너면 다리의 양측 난간에 서있는 조각상들이 모두 지휘자가 되어 살아 움직이는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총 30개의 다리 위 조각상은 모두 역사적으로 유명한 성인(聖人)들이다. 계절과 날씨에 상관없이 칼레르 다리는 늘 수많은 방문객들의 무거운 체중을 잘도 버텨낸다.
단언컨대, 동유럽 최고의 존재감 프라하
(칼레르 다리에서 바라본 프라하 성)





매 시각 종을 울리는 천문 시계 앞에서 긴 목을 빼고 시계 밖으로 인형들이 나오기를 기다리는 다양한 국적의 구경꾼들. 프라하를 더 프라하답게 만드는 클레멘티눔(Klementinum)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 사람들. 프라하의 봄으로 명명된 체코 민주자유화 운동의 성지인 바츨라프 광장을 거니는 관광객들. 이 들 모두의 마음에게는 한 가지 공통점이 생긴다. 프라하에 다시 오고 싶은 마음이다. 이런 모두의 마음은 프라하 성에서 그 정점을 찍는다. 프라하성은 체코를 상징하고 대표하는 독보적인 건축물로 깊은 인상을 남긴다.

프라하 대학교에 들러 교내 기념품 숍에서 대학 티셔츠를 하나 산다. 그 티셔츠를 걸치고 프라하의 곳곳을 거닌다. 여기 밖에 없을 디자인의 엽서도 몇 장 사본다. 좋은 품질로 유명한 체코산 크리스탈 제품을 감상한다. 그러는 동안 날이 저문다. 저문 날을 아쉬워하며 필스너 맥주의 발상지인 이 곳 체코에서 맥주의 맛을 음미한다. 이것만으로도 프라하는 다음 번 유럽 여행 스케줄에 이름을 다시 올린다.

프라하는 누구든 한 번씩은 꼭 와 봐야 하는 도시다. 꼭 와야 하는 이유를 일일이 열거하는 것이 식상하다. 와서 보고 느끼면 저절로 다시 오고픈 도시가 된다. 많이 가다보니 친구도 많다. 그러다보니 또 가게 되는 도시 프라하를 그리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