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맨체스터 법원이 "남자에게 넥타이를 강요하는 건 성차별"이라는 판결을 내렸다는 소식입니다. 매튜 톰슨(32)이란 시청 직원이 여직원에겐 티셔츠도 허용하면서 남자는 반드시 넥타이를 매도록 한 주 정부의 복장지침이 성차별이라며 제기한 소송에 대해 법원이 "성(性)을 기초로 한 낡은 전통"이라며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는 겁니다.




톰슨을 지지하는 공공 상업서비스(PSC) 노조는 고용주측이 법원 판결에 동의하지 않으면 39건의 유사 소송을 제기하겠다고 밝혔지만, 직장연금부 대변인은 항소를 검토하겠다며 "계속 직장인다운 옷차림을 요구하겠다"고 말했다는군요. 그런가하면 BBC방송에서 이번 소송 결과로 연간 1천5백만개를 파는 2억5천2백만달러 규모의 영국 넥타이 시장이 영향을 받게 될지 모른다고 보도했다는 얘기도 들립니다.




이 뉴스에 관심을 갖는 건 이제쯤 우리도 `복장`에 관해 다시 생각해볼 때가 되지 않았나 싶어서입니다. 남자들의 넥타이는 물론, 여자장관의 정장,여성들의 유니폼, 남학생들의 한여름 긴바지와 여학생들의 겨울철 치마까지 "여태껏 그렇게 해왔으니까" 그냥 그렇게 착용하고 만드는 관행에 대해 한번쯤 뒤집어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하는 것이지요.




저는 솔직히 남자들의 경우 흰 와이셔츠에 넥타이를 단정히 맨 깔끔한 차림이 좋아 보입니다. 그러나 가만히 있어도 땀이 뻘뻘 나는 한여름에 넥타이를 매고 그나마 손님이나 윗사람을 만나자면 윗도리까지 걸쳐야 하는 남자들을 보면 딱합니다. 사무실마다 에어컨이 있다곤 해도 무조건 실내온도를 낮출 수 없는 만큼 한여름 넥타이 매기는 고역임에 틀림없을 것입니다. 오죽하면 `신사의 나라`라는 영국에서 그런 소송이 제기됐을까요.




영국 법원의 판결을 빌릴 것 없이 우리도 한창 더운 7-8월엔 꼭 필요한 경우(본인이 느끼기에) 외엔 노타이나 간편한 티셔츠 차림을 해도 괜찮지 않을까요. 한동안 새마을 복장이라고 해서 노타이 남방차림이 유행한 적이 있었는데 천편일률적이고 관 주도인 듯해 거부감이 일었지만 자율성을 부여하면 남자들 모두 엄청 편안하고 시원한 여름을 보낼 수 있지 않을른지요. 글쎄요. BBC의 걱정처럼 넥타이회사에서 들고 일어날까요?




복장에 관한 한 재고해볼 사안은 또 있습니다. 공식석상에서 은연중 강요되는 "남자는 바지, 여자는 치마"라는 것도 그중의 하나지요.




얼마 전 "대통령과 평검사와의 대화"가 끝난 뒤 어느 남자검사가 토론중 강금실 장관이 다리를 꼰 적이 있었다며 비판한 걸 보고 그 검사에게 치마를 입혀 두 시간동안 수십명과 마주 앉아 있게 해보면 어떨까라는 엉뚱한 상상을 해봤습니다.




어떤 사람이건 혼자 여러 사람과 마주 앉아 있는 건 부담스럽고 힘든 일입니다. 그것도 앞을 가려줄 테이블도 없이 무려 1백개가 넘는 시선을 온몸으로 받는다는 건..... 강장관이 바지를 입었으면 좋았을 걸 싶었던 것도 그 때문이지요.




어쨌거나 공식석상이어서 치마를 입었을 여성장관을 위해 테이블 하나도 마련하지 않은 청와대의 무감각한 사람들도 답답하지만 트집을 잡다 못해 그런 일로 장관을 공격한 검사를 보며 남성중심적이고 관료적이고 권위주의적인 시각의 일단을 대하는 듯해 씁쓸했습니다.




`치마냐 바지냐`는 장관의 문제에 국한되지 않습니다. 요즘 지하철에선 TV를 통해 비상사태시 대응책과 대피 방법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문제는 소화기를 들고 불을 끄고 수동으로 문을 여는 시범 등을 보여주는 여승무원이 흰색 투피스를 입고 있다는 것이지요. 저는 그걸 보고 쓴웃음이 나왔습니다.




지하철 여승무원이 투피스를 입고 있어서가 아니라 분초를 다투는 긴급상황에서 무릎을 구부려 비상문을 열고 소화기를 뿌리는 과정을 설명하면서 왜 엉덩이에 꼭 끼는 타이트스커트를 입고 있는 걸까 이해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간편한 7부나 9부 바지를 입고 설명하면 얼마나 보기 좋고 실감이 날른지요?




남녀 중고생의 교복도 조금만 생각의 틀을 바꾸면 달라질 수 있는 부문이라고 봅니다. 남학생에게도 여름엔 반바지를 입히면 시원하고 활동하기 좋고 장마철 장대비에 바지 아랫단이 몽땅 젖을 일도 없지 않을까요?




"형식이 내용을 결정한다"는 말이 있는 것처럼 옷차림(복장)에 따라 마음가짐이 달라지는 건 부인하기 어렵습니다. 정장을 하면 아무래도 조심스러워지고 캐주얼을 입으면 분방해지니까요. 여자들의 경우 바지를 입으면 보폭이 커지는 것도 사실입니다.




벤처붐이 한창일 때 국내를 비롯, 세계 각국에서 불었던 캐주얼 바람이 경기 악화와 함께 사라지고 다시 정장 일색으로 바뀌었다는 것도 `옷과 자세`의 상관관계를 전하는 것이겠지요.




그러나 한번쯤 "여자옷은 이렇고 남자옷은 꼭 저래야 한다든가, 교복과 유니폼은 어때야 한다"는 식의 경직된 사고에서 벗어나면 어떨른지요. 옷이란 기본적으로 시간 장소 경우(Time, Place, Occasion)에 맞게 입어야 하는 만큼 반드시 관행을 좇기보다 그때 그때 상황에 맞게 입을 수 있도록 마인드를 조정하면 좋지 않을른지요.




여자들이 허리를 있는대로 조이고 치마를 잔뜩 부풀린 드레스(`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는 물론 요즘 개봉된 `갱스오브뉴욕`에도 등장합니다)에서 벗어나 짧은 치마를 입게 된 건 1차대전 이후 프랑스 디자이너 샤넬에 의해서입니다. 샤넬의 아이디어라곤 하지만 여자들도 빨리빨리 움직이고 활동해야 하는 상황이 작용했다고 할 수 있겠지요. 필요는 변화를 낳는다는 얘기일 겁니다.




넥타이 시장이 어떻게 반응할 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세계적으로 노타이 바람이 불면 올여름 우리나라 남성들도 한결 시원해지겠지요. 남자들이 넥타이를 매든 안매든, 여자장관이 바지를 입든 치마를 입든 예의에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선택하게 하면 어떨른지요.




겨울철 여학생의 치마와 바지, 여름철 남학생의 긴바지와 반바지도 고를 수 있게 해주면 좀 좋으랴 싶구요. 치마 입은 게 예쁘다고 생각되면 시키지 않아도 치마를 입으려고 들 테고, 긴바지가 좋으면 억지로 반바지를 입으라고 해도 안입을 테니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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