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브랜드 가치는 급상승 중이다. 일본에서 불이 붙은 한류는 동남아와 중국으로 번지더니 이제는 미국과 유럽에서도 대박 신화를 만들어 낼 것 같은 분위기이다. 얼마 전 뉴스는 프랑스에서 한국 걸 그룹의 콘서트 표가 완전 매진이 되었고 표를 사지 못한 팬들이 시위를 벌였다는 좀처럼 믿기지 않는 사실을 보도한 바 있다. 대한민국이 만들어 낸 문화 콘텐츠가 전세계를 감동시키고 즐겁게 만드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마음이 뿌듯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추세를 반영하듯이 세계 각국의 젊은이들이 한국을 배우러 찾아오고 있다. 이제 대학에서 외국인 학생을 찾는 것은 아주 쉬운 일이며, 한국에 오기 전에 이미 한국어나 한국 문화를 전공하고 들어오는 학생도 많아졌다. 한국에 대한 단순한 흥미가 아닌 한글의 매력에 푹 빠진 것도 모자라 한국 문화에 대해 더 배우고 싶어서 한국에 들어와 사는 학생들마저 있을 정도다. 인도 최고의 명문대학인 JNU(Jawaharlal Nehru University)에서 한국어를 전공하고 현재 한국에서 한국학 석사과정에 재학 중인 산제이 쿠마르 씨를 인터뷰하는 귀중한 시간을 가졌다.




Q1 본인 소개를 간단히 해주시기 바랍니다.



저는 산제이 쿠마르(Sanjay Kumar)라고 합니다. 1988년 10월 인도 비하르(Bihar) 주의 파트나(Patna)에서 태어났습니다. 현재는 대한민국 춘천에 있는 국립강원대학교에서 한국학을 공부하고 있습니다. 한국이란 어떤 나라인가라는 호기심도 생겼고 한국문화와 언어에 대해 관심이 많았기 때문에 2006년 자와할랄 네루대학교(Jawaharlal Nehru University)에 입학하여 한국어와 한국 문화, 그리고 한국과 관련된 여러 가지 사항에 대해 공부를 시작하였습니다. 인도에서는 한국어를 전공하여 학사학위를 받았고,한국에서는 한국학으로 석사학위를 받을 예정입니다. 2009년에 한국 정부로부터 장학금을 받게 되었고 한국으로 공부하러 오게 되었습니다. 한국에서 3년 동안 공부를 한다고 해서 반만년 역사를 가진 한국의 언어와 문화를 다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그러나 한국에 대한 애정만큼은 누구보다 강합니다.

한국을 사랑하는 스마트한 인도인 청년

한국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독도에도 갔다






Q2 산제이 씨의 고국인 인도에 대해 간략히 소개해주시기 바랍니다.



인도는 다양한 문화가 공존하는 나라입니다. 힌두교나 불교 등 위대한 세계 종교의 발상지이기도 하고 민주주의를 이룩하고 만들어 가는 과정에서 한국과 많은 점에서 비슷한 나라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점에서 인도와 한국이 함께 한다면 세계를 감동시킬 수 있습니다. 한국과 인도가 양국의 여러 가지 차이점을 극복하고 모범적인 외교관계를 만들어 나가면 좋겠습니다.





Q3 한국에 와서 공부하게 된 주된 이유와 한국에서 공부를 마친 후에는 어떤 일을 하실 예정인가요.



외국의 침입, 식민지 지배, 지역적 분열 등 인도 대륙과 한반도는 많은 면에서 비슷한 경험을 했습니다. 한국의 문화, 역사, 정치에 대해 알게 된 후부터 저의 한국에 대한 관심은 점점 늘어가게 되었고, 한국을 보다 가까이서 배우고 이해하는 것이 큰 의미로 다가왔습니다. 사실, 일반 인도사람들은 아직도 한국에 대해서 잘 모릅니다. 제가 좋아하는 한국을 인도사람들에게 더 알리고 싶은 마음이 생겼고 이런 마음이 저에게 큰 촉매제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을 보다 체계적인 방식으로 연구하고 살펴보고 싶어졌는데, 한국이 21세기에 들어와 국제 사회에서 경제적으로 더 중요해졌기 때문이라고 말할 수 도 있지만 5천 년의 역사를 가진 한국이 만들어 낸 역사와 문화 유산을 알고 싶어진 것이 더 중요한 이유였습니다.



인도에서 공부하는 동안 많은 사람은 저에게 한국에 대해 질문했습니다. 그들은 한국과 북한에 대해 혼란을 느꼈습니다. 그런 이유로 어떤 사람은 한국이 핵무기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고, 또 다른 사람은 북한이 올림픽을 치루었다고 생각할 정도였습니다 . 한국은 잘 알려져 있지 않았기 때문에 한국학은 중국학이나 일본학 또는 프랑스학이나 다른 국가학에 비해 저평가 된 것이 사실이었습니다. 그러나 이런 상황이 오히려 저에게는 한국학을 더 공부할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이었습니다. 저의 꿈은 한국을 제대로 이해하고 아는 한국학 학자가 되는 것입니다.

한국을 사랑하는 스마트한 인도인 청년

여행을 좋아하여 한국의 곳곳을 여행하는 산제이






Q4 한국에서 생활하면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를 한가지 소개한다면.



인도에서는 공동으로 목욕을 하거나 샤워할 경우에는 최소한 속옷을 입고 하는데 한국의 대중 목욕탕에서는 옷을 모두 벗고 하는 것을 보고 큰 충격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물론 2009년도의 일입니다. 그 당시만 해도 저는 한국의 문화에 대해 잘 몰랐던 것이 사실입니다. 물론 지금은 한국식 사우나를 아주 좋아하게 되었습니다. 지금은 한달 한번쯤은 대중 사우나에 갈 정도가 되었습니다.





Q5 일본학이나 중국학에 비해 한국학은 초기 단계라고 생각합니다. 한국학이 보다 경쟁력을 갖추고 세계적인 학문이 될 수 있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 지 의견을 말씀해 주십시오.



우리가 잘 알다시피 일본학이나 중국학은 이미 전세계적으로 광범위하게 연구되고 있습니다. 한국학을 보다 보편적으로 알리기 위해서는 첫째, 한국 정부는 단순하게 한국어를 보급하는 수준이 아니라 한국의 역사에 대한 사항을 대대적으로 알리고 관장할 수 있는 부서를 만들어야 합니다. 둘째, 한국 정부는 역사적으로 한반도에 존재했던 각 왕조에 대한 특색을 집중적으로 조명해야 하며, 한국의 전통문화와 사회, 일제시대의 저항 정신, 그리고 한국 전쟁과 현대 한국 문화 등을 중고등학교의 교과서에서 자세하게 기술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셋째,대학교육에서도 한국의 역사를 아주 의미가 있는 방식으로 가르쳐야 합니다. 입시위주로서의 역사가 아닌 한국문화의 아름다움을 대학생 스스로가 깨닫고 이해할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합니다. 넷째, 한국학과 한국어에 정통한 선생님을 전세계적으로 채용해야 합니다. 물론 이것은 제 개인적인 생각입니다만, 한국어와 한국의 역사에 대해 재미있는 강의를 할 수 있는 선생님들은 학생들에게 한국학의 중요성을 잘 설명해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을 사랑하는 스마트한 인도인 청년

꽃과 함께 한 컷






Q6 문화적으로 볼 때, 한국과 인도의 가장 큰 차이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음식에 있어서 너무 큰 차이점이 있습니다. 인도에서는 쇠고기를 먹지 않지만 한국에서 쇠고기는 물론이거니와 돼지고기를 포함한 다양한 고기가 요리 재료로 사용됩니다. 각종 해산물을 이용한 음식도 인도보다 훨씬 다양합니다. 음주 문화도 차이가 아주 큽니다. 한국에서는 사람들끼리 대화하고 소통하는 데 음주가 아주 보편적인 거 같습니다. 인도에서는 한국 같이 무엇이든 빨리 하는 문화는 없습니다. 빨리 하는 것이 좋을 수도 있지만 반드시 좋지는 않습니다.




Q7 마지막으로 한국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이제 모두 협력하여 한국을 세계에 알리는 일을 함께 하자고 말하고 싶습니다. 저 같은 인도 사람도 한국에 흥미를 가지고 한국에 와서 살면서 한국에 열광하는데 한국 사람들이라면 저보다 더 잘 할 수 있지 않을 까요. 우리 모두 화이팅!
한국을 사랑하는 스마트한 인도인 청년

한국에서 여러가지 활동을 하고 있는 산제이










산제이 씨가 마지막으로 한 말은 상당히 인상적이다. 인도인으로서 한국을 좋아하여 한국에 와서 한국학을 공부하며 한국을 전 세계 알리고 싶은 마음인데 한국 사람은 더 잘 할 수 있지 않느냐라는 반문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산제이 씨를 인터뷰하는 동안 서울의 고궁에 있는 건물 하나하나를 우리는 얼마나 알고 있는지, 외국 사람들에게 자세하게 설명할 수 있는 우리 문화 유산은 몇 개나 되는지, 우리가 매일 먹는 한국 음식에 대한 지식은 얼마나 가지고 있는지에 대한 생각이 머리를 스쳐지나 갔다. 우리가 외치는 대한민국이라는 브랜드는 과연 무엇인가라는 물음에 답을 찾고 싶었다. 한류에 열광하는 외국인들의 모습에 우리가 도취되어 있을 때, 산제이 씨는 우리 스스로가 우리 것이기 때문에 오히려 소홀했던 것에 대해 애정을 가지고 세심하게 바라다보고 있었다. 아름다운 봄날 멋있고 스마트한 인도인 청년을 만난 것은 나에게 큰 행운이었다.
– 이 글은 5월 18일 교과부 블로그에 본인이 기고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