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11일 일본을 강타한 지진으로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고통 속에 살고 있다. 직접 피
해를 입은 지역은 말할 것도 없고, 원전 파괴에 의한 방사능 누출은 전 세계적인 환경 재앙을 경고하고 있다. 방사능으로 오염된 물이 해양으로 그대로 버려지고 있다는 뉴스 보도를 접하면서 바다 속에 존재하는 각종 수자원을 통한 2차 방사능 오염을 걱정하는 상황이 되었다.



자연 재해를 바라다보는 일본인들의 관점은 개개인마다 다르다. 일본 정부의 대응책에 부정적인 시각도 있고, 아직 지켜봐야한다는 의견도 있다. 일본의 명문 ICU를 졸업하고 현재는 JETRO(일본무역진흥공사)에서 근무하고 있는 Matsuo Shuji 씨를 인터뷰하였다. Matsuo 씨는 한국어에 능통하며 본인의 절친한 친구이기도 하다. 또한 2000년대 초반 JETRO 한국 지점에서 일했던 경험도 있다.









Q1 동북부 지역의 대지진 여파가 다른 도시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현재 가장 불편하고, 또 두려운 것은 무엇입니까.





동북부 지역에서 대지진이 발생한 첫날에는 집에 돌아가지도 못했습니다. 워낙 강력한 지진이었기 때문에 제가 사는 도쿄지역에서도 지진의 영향이 있었습니다. 퇴근해서 전철을 타려고 했으나 개찰구 쪽에 수많은 사람들이 몰려있었고 전철은 운행이 중지된 상황이었습니다. 지진이 발생하고 나서 최조 일주일 동안에는 편의점에 생수나 컵라면, 휴지 같은 생필품 등이 동이 났습니다. 일종의 사재기 현상이라고도 할 수 있겠죠. 하지만 일주일이 지나고 나서는 그런 현상이 점점 줄어들었습니다. 동북부 쪽에서 생산된 시금치나 야채는 더 이상 먹을 수 없게 되었습니다. 수돗물에서 방사능 수치가 높아졌다고 발표 되었습니다. 그렇지만 저는 아직 수돗물을 먹고 있습니다. 관광업계가 특히 타격을 많이 입은 거 같고 아시다시피 일본 프로야구 개막일도 연기가 될 정도였습니다. 지진의 여파가 앞으로 사회 여러 분야에 미칠 악영향을 걱정하는 동료도 많아졌습니다. 도쿄전력에서 하루에 세 시간씩 계획 정전을 했기 때문에 일상생활을 하는데 불편함이 있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대재앙을 보는 일본인의 관점 2

지진과 쓰나미 피해 현장










Q2 각종 매체 보도에 의하면 이번 지진이 발생했을 때 이번 정부의 초기 대응이 신속하지 않았다는 비판도 있는데요. 일본인으로서 일본 정부의 위기관리 능력은 어떻다고 생각하십니까.





제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신속하지 못했다고 생각합니다. 후쿠시마 원전을 관리하는 도쿄전력에서 보다 전문적인 방법으로 대처를 했었어야 했다는 비판도 있습니다. 일본 정부의 수장인 간 나오토 수상도 많은 비판을 받았으며, 도쿄전력 사장이 초기부터 전면에 나와서 사태를 수습하지 못한 것에 대한 비판도 많았습니다.







Q3 일본은 모든 업무에 대한 매뉴얼을 가지고 있고, 준비된 매뉴얼에 의거하여 업무를 정확하게 추진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의 경우는 너무 매뉴얼에 의존하다가 신속한 대응을 못했다는 비판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너무 매뉴얼에 의존하다가 구호품 등을 적기에 전달하지 못했던 것은 아닌가요.





재난을 대비하기 위해서 만들어 놓은 재난 매뉴얼이라고 하는 것은 재난이 일어났을 때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대한 시나리오라고 생각합니다. 상상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작성되는 것이 매뉴얼이겠죠. 그러나 이번 지진은 전대미문의 사태였고 상상을 초월한 것이었습니다. 철도가 끊어지고, 전기가 단절되고 시청 건물 자체가 없어진 상태가 벌어졌습니다. 당연이 매뉴얼에 이런 상황은 적혀 있지 않았겠죠. 물론 업무라고 하는 것은 유연성 있게 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러나 이번 지진은 아무도 상상하지 못했던 거대한 것이었습니다.

대재앙을 보는 일본인의 관점 2

1995년 대지진의 피해를 입었던 고베시 전경










Q4 지금 일본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폭발을 일으킨 원자력 발전소 문제를 최대한 효율적으로 처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여진이 약해졌다고는 하나 아직도 계속되고 있기 때문에 여전히 불안한 상태이며, 수자원이 오염이 되었기 때문에 수질을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대한 대책도 필요한 상황입니다









Q5 지금 한국에서는 회사, 학교 등에서 일본을 돕자는 캠페인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제일 가까운 이웃나라 일본을 도와야한다는 한국의 일본 돕기 열풍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한국의 대표적인 일간지는 일본어 서비스도 하고 있기 때문에 한국에서 여러 가지 방법으로 성금을 모금한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일본 언론들이 한국에서 성금을 모금하는 것 차체를 크게 보도하는 수준은 아닙니다. 일본 매스컴에서는 역시 일본 정부 및 도쿄 전력에 대한 비판 기사를 많이 다루고 있습니다. 한국 국민이 일본을 도우려는 마음에 대해서는 깊이 감사드립니다.









Q6 한국과 일본의 바람직한 관계는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이웃나라가 어려울 때 도와주는 것은 중요한 일입니다. 서로 보완해줄 수 있는 관계가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서로 보완 관계에 있다는 것은 서로를 도와줄 수 있는 실력과 능력을 갖추고 있다는 뜻입니다. 도와주고 싶어도 도와줄 능력이 없다면 보완관계가 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이 이번 대지진 피해에 대해 여러모로 일본을 도와주신 것은 도울 만한 힘이 있었기 때문이고, 한국이 IMF 경제위기에 빠졌을 때, 일본은 한국에 경제 차관을 제공한 바도 있는데 이것 역시 일본이 경제력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서로가 어려울 때 서로 도와줄 수 있는 관계야말로 바람직한 모습입니다.

대재앙을 보는 일본인의 관점 2

일본 교토의 축제 기간 중 거리로 나온 활기찬 일본 사람들의 모습










Q7 마지막으로 이번 일본 지진 사태를 경험한 후, 꼭 하고 싶은 말은 무엇입니까.





자연 재앙 앞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나라는 없습니다. 제가 기억하기로는 한국도 2004년에 태풍으로 사람들이 많이 죽고 많은 지역이 침수되는 등 큰 피해를 보았습니다. 그 당시 언론에서 대비가 미비했다는 보도를 많이 봤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은 2005년에 다시 태풍으로 큰 피해를 보았습니다. 어떻게 보면 제대로 대비하여 않았기 때문에 또 피해를 본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대비는 말로 하는 것이 아니라 실천에 옮길 때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자연 재해를 완벽하게 대비할 수는 없다고 생각하지만, 원인을 철저하게 분석하고 사전에 준비해둔다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을 것입니다. 다시 한 번 이번 사태에 한국이 일본을 도와주신 것에 감사드립니다.




일본 동북부를 강타한 대지진의 추정 피해액은 3,100억 달러에 이른다고 한다. 올 해 우리나라 일 년 국가 예산보다 많은 금액이다. 특정 지역의 피해액이 우리나라의 일 년 국가예산보다 많다고 생각하니 이번 지진이 얼마나 큰 상처를 만들어 냈는가를 실감할 수 있을 것 같다. 이재민을 위한 임시주택 수만 채를 짓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일본 정부가 천문학적인 예산을 투입하는 상황에서 우리나라에서 모금한 금액이 일본인들에게 얼마나 도움이 될까라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대한민국이 민감한 외교 사안과는 별개로 일본을 돕겠다고 의연한 자세는 고무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또한 일본을 도울 수 있을 정도의 능력을 갖춘 대한민국의 현재 모습에서 밝은 양국의 미래를 기대해본다.


– 이 글은 4월 25일 교과부 블로그에 본인이 기고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