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을 원작으로 한 영화 이끼가 관객 300만을 돌파했다. 원작을 능가하는 작품은 없다는 말이 있듯이 영화 이끼가 웹툰 이끼를 능가하지는 못했다는 평도 듣게 된다. 영화를 보고 웹툰 이끼가 보고 싶어졌다는 사람들도 생겼다. 어느덧 한국의 만화는 알찬 스토리 구성력으로 팬들의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일본의 에반게리온 같은 작품은 전세계적으로 매니아층까지 형성하며 큰 성공을 거둔 것에 비하면 한국의 만화나 애니메이션은 아직 갈 길이 멀어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미 허영만 화백 원작의 타짜가 영화로 제작되어 흥행에 성공했고, 김수정 화백의 순수한 국산 캐릭터 아기공룡 둘리는 상품화되어 해외로까지 진출할 정도로 한국의 만화와 애니메이션 산업은 예전과는 달리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영화화 되어 큰 성공을 거둔 허영만 화백의 '타짜' )

일본의 경우, 2차 대전 직후부터 만화를 대중 예술의 한 범주로 인식하고 만화를 영화의 범주로까지 연결시켜 일찍이 애니메이션 산업으로 발전시켜 나갔으며, 컴퓨터 기술과 연계된 게임 산업의 비약적인 발전과 함께 만화나 애니메이션의 주인공을 게임의 main character 로 재탄생시켰다. 동시에 큰 호응을 얻은 게임의 캐릭터가 다시 애니메이션의 주인공이 되는 ' 상보적 부가가치 창출 ' 의 연쇄반응을 일으켰다. 그 결과 일본 애니메이션 산업의 규모는 원화기준으로 수조원대에 이른다. 예를 들어, 일본 닌텐도사의 Role Playing Game으로 1996년 첫 선을 보인 Pokemon의 경우, 1세대로 출발하여 올 9월에 5세대가 발매 예정일 정도로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Pocket Monster의 약자인 Pokemon은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되어  전세계 어린이들의 가장 보고 싶은 아이템이 되어버린지 오래다. 단순히 아이들이 가지고 노는 게임이나 만화 영화의 개념을 넘어서 문화 매개자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일본의 대표적인 캐릭터 포켓몬에 전 세계 어린이들이 열광한다.)

국가의 브랜드 파워를 논할 때 우리는 언제나 문화의 힘을 예로 든다. 하지만 한 나라의 문화가 다른 문화 속으로 침투하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 상대방의 마음을 읽고 심금을 울리는 문화의 힘이 정치력이나 경제력을 기반으로 한 국가의 순위보다 중요한 역할을 한다. 다시 말해 ' Soft Power '의 시대를 사는 우리들에게 만화에서 발전한 애니메이션, 애니메이션에서 태생한 대중적 인기 캐릭터가 GDP 개념의 국가 경제력보다 더 강력하게 한 국가의 이미지와 경쟁력을 좌우하는 요소가 되었다. 그래서 세계적인 만화가이자 시사 만평가인 케빈 칼러거는 칼보다 강한 펜을 외치며 만평을 통해서 사회의 부조리를 고발하고 비판했다. 그의 말대로라면 온갖 거짓말이 횡행하는 사회에서는 공허한 외침보다 한 컷의 만평이 사람들의 마음을 감동시키고 움직이는 원동력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1981년 미국에서 첫 방송된 스머프의 경우 또한 엄청난 사회적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1980년대 초등학교에서 고등학교까지를 다닌 사람이라면 스머프의 인기를 잘 기억할 것이다. 스머프와 관련된 유머와 농담도 그 당시 우리나라 사회를 풍미했다. 족장을 중심으로 운영되는 스머프 마을이 사회주의적 행태를 지녔다고 다분히 정치적으로 접근하는 사람이 생겨날 정도로 스머프의 영향력은 대단했다. 미국에서 첫 방송이 시작되어서 그런지 스머프를 미국 만화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데 사실 스머프의 원작자는 Peyo라는 벨기에의 만화가다. 30년 전의 원작 만화 스머프는 지금으로 따지면 영화 아바타를 능가하는 사회적 관심을 불러 일으켰던 것 같다.

(국내 TV 에서도 방영되어 큰 인기를 끌었던 스머프)

우리나라에 아직 포켓몬이나 스머프 같이 세계적으로 인지도를 확보한 만화나 애니메이션 속의 캐릭터가 없다는 것이 아쉽다.  인기 캐릭터를 창조해내기 위해서는 친근하면서도 재미를 줄 수 있는 요소가 복합적 가미되어야 한다. 아울러, 그것을 효율적으로 홍보하고 마케팅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러면 기획 단계에서 철저한 분석과 조사가 선행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부르기 쉽고 기억하고 쉽고 소유하고 싶은 요소를 두루 갖추어야 하기 때문이다. 국가차원의 지원과 산학의 협동이 효율적으로 이루어질 때 우수한 캐릭터가 창조되어 만화, 애니메이션, 게임 산업에 두루 적용될 수 있다.

 (서울 캐릭터,라이선싱 페어 2010 에 출품된 국내 토종 캐릭터인 Geon PPang)

우리나라에서도 독자적인 캐릭터를 창조하려는 노력이 뜨겁다. 7월말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렸던 서울 캐릭터,라이선싱 페어에서 아주 친근하고 재미있는 캐릭터를 발견했다. 앙증맞은 모습의 남매 캐릭터 'Geon Ppang' 이다. 건빵이라는 이미지가 주는 유머스러움이 잘 배어있는 캐릭터가 아닐 수 없다. 창조적인 형상화 작업이 가미된다면 우리 주변에서도 손쉽게 캐릭터의 소재를 찾을 수 있을 거 같다.

요괴를 소재로한 만화 장르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일본 만화가 미즈키 시게루의 '게게게의 기타로' 를 알고 있을 것이다. 미즈키 시게루는 요괴만화의 거장으로 알려져 있는데 태어난 곳이 톳토리현이라고 한다. 연간 이백만 명에 가까운 관광객이 돗토리현을 방문하고 있는데, 만화 캐릭터 하나가 이백만 명의 관광객을 모으는 마력을 가졌다고 생각하니 우리나라의 정서로는 좀처럼 믿기지 않는다. 일본 뿐 아니라 한국에서도 상당한 팬을 확보하고 있는 기타로 캐릭터와 돗토리현을 홍보하기 위해 제 14회 SICAF (서울 국제만화애니메이션 페스티벌)에 돗토리현 홍보 담당자들이 파견되어 홍보 부스를 차렸다. 이쯤되면 만화를 통한 문화 전쟁이라고 말해도 손색이 없을 듯 싶다. 만화광인 나로서는 이런 만화 도시가 있다는 것이 새로운  부러움으로 다가온다.

(돗토리현 사카이미나토시에 있는 미즈키 시게루 기념관 홍보 포스터)

(돗토리현을 홍보하기 위해 나온 관계자들)

특정 분야의 산업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많은 기업이 투자활동을 해야하지만 학문적으로도 여러가지 방법으로 연구활동을 해야함은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30 여개에 달하는 대학이 애니메이션 관련학과를 설치하고, 가능성 있는 인재 발굴과 좋은 컨텐츠를 만들어 내는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애니메이션학과로 유명한 부천대학에서도 SICAF 에 홍보부스를 설치했는데 안경없이 보는 3D 애니메이션이 아주 인상적이었다. 한국의 앞선 IT 기술과 접목된 애니메이션 산업의 발전을 기대해보는 순간이기도 했다.

 (애니메이션학과로 유명한 부천대학의 박세영 교수와 학생들)

SICAF 행사장에서 한국 요괴만화 분야를 개척하고 계시는 만화가 김경일 선생님을 만날 수 있었다. 그의 괴기 목욕탕은 우리 나라를 대표하는 요괴만화가 아닐 수 없다. 인터넷 사이트에서 1년 동안 연재된 괴기 목욕탕은 성인들 사이에서도 큰 인기를 끌었다. 미즈키 시게루를 생각하니 한국 만화계에서의 김경일 선생님의 존재가 더 커보였다. 우리 나라 만화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작가의 저변 확대뿐 아니라 여러가지 장르를 개척하는 창조정신이 필요하다.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은 만화는 애들이나 보는 것이라는 생각에서 벗어나 문학 작품과 같은 수준으로 그 독창성을 인정해주어야 한다.

(괴기 목욕탕의 작가인 만화가 김경일님)

강대국이라는 개념이 바뀐 지 오래되었다. 지난 세기 동안 강력한 군사력과 경제력을 가진 나라가 강대국이라 불렸던 것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더 이상은 아니다. 인도와 파키스탄은 핵무기를 보유한 군사대국이지만 우리는 그 두 나라를 강대국이라고 부르지 않는다. 물론 선진국이라고 부르지도 않는다. 미국이 기축통화로서의 달러를 마음대로 찍어내는 경제력만 가지고 있었다면 우리는 미국을 강대국이라고 결코 부르지 않았을 것이다. 우리가 프랑스를, 독일과 영국을, 그리고 우리의 이웃인 일본을  강대국 또는 선진국이라고 여기는 이유는 그들이 만든 문화의 일부가 우리 생활 곳곳에 스며들어 있기 때문이다.

모든 사람에게 기쁨을 주는 즐거운 문화 코드를 창조해내는 나라가 강대국이며 선진국이다. 그렇다면 해학의 의미를 알고 모든 일상에서 부드러운 선의 이미지를 창조해낸 한국인들이 잘할 수 있는 것 중의 하나가 만화와 애니메이션이라고 생각한다. 만화는 이제 단순한 만화가 아니다. 만화를 통해 파생되는 여러가지 산업에 대한민국의 브랜드 파워와 이미지가 달려있다. 좋은 만화가 더 많이 나오기를 기대해보는 2010년의 무더운 여름이다.

- 이 칼럼은 8월 10일 교과부 블로그 Idea Factory에 본인이 기고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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