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럼부스가 발견하고 America 라고 명명한 나라 미국. 고등학교 세계사 시간에 만약에 해상왕 장보고 장군이 발견했더라면 신라라는 이름이 지어졌고, 고산자 김정호 선생이 발견했었더라면 조선이라는 이름을 얻지 않았을까라는 다분히 행복한 상상의 대상이었던 미국 땅. 더 나아가 나만이 사용할 수 있는 타임 머신이 있었다면 장보고 장군이나 김정호 선생에게 날아가 빨리 동쪽으로 떠나시라고 귀뜸이라도 해주고 싶었던 학창시절의 기억이 떠올라 웃음이 나오는 오늘이다.

미국은 실로 광활한 나라다. 미국의 엄청난 국토면적을 한반도의 몇십배 정도라고 설명을 해도 그 크기를 피부로 느낄 수 없다. 좀 더 계량적으로 말해보자면, 미국 서부지역에서 동부지역으로 가기 위해서는, 하루 24시간을 단 한차례도 쉬지 않고 자동차로 계속 달려도 3일이 걸리고, 비행기를 타도 5시간 30분이 걸린다. 인천공항에서 비행기를 타고 태국의 방콕을 가는데 걸리는 시간이 5시간 30분 정도인데 이 정도의 거리라고 설명하면 이해가 좀 더 쉬울 것 같다. 즉, 한국에서 태국보다 더 가까이에 있는 나라인 대만이나 홍콩, 베트남 등을 가는데 걸리는 시간보다 미국의 서부에서 동부로 가는 시간이 더 걸린다고 보면 된다. 하물며 그 출발기준을 하와이 주나 알래스카 주에서 시작하는 것으로 한다면, 서부에서 동부로 가는 시간은 한국에서 유럽을 가는 시간에 필적할 정도이다. 나도 미국의 많은 주를 실제로 가보기 전에는 그 크기를 실감할 수 없었다.

이렇듯 서부에서 동부로, 남부에서 북부로 가는데 걸리는 시간이 외국을 가는 것과 같은 먼 거리이기에 기후도 천차만별일 수 밖에 없다. 일년내내 온화한 플로리다 주와 겨울이면 폭설이 내려 교통이 마비될 정도인 일리노이 주는 너무 다르며, 따스한 해양성 기후인 캘리포니아 주와 여름에도 서늘한 동북부의 메인 주는 한국과 동남아의 기후 차이라고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렇게 광활한 국토를 가진 미국의 대학생들은 과연 어떻게 학교를 다닐까. 만약, 서북부의 워싱턴 주에 있는 학생이 플로리다 주에 있는 학교로 가고, 남부의 텍사스 주 학생이 동북부의 코넥티컷 주 학교 간다고 가정하면, 거리 상으로 외국에 가서 공부하는 것과 다를 바 없으며, 정들었던 고향을 떠나 사랑하는 가족과 긴 시간을 떨어져 살아야만 한다.

자신이 공부하고 싶은 분야의 최고 권위자를 찾아서, 자신의 특질을 살릴 수 있는 세부 전공분야가 있는 곳을 찾아서, 어려서부터 동경했던 고풍스런 전통을 가진 캠퍼스의 낭만을 찾아서, 훌륭한 선배를 많이 배출한 학교를 찾아서 등, 개인적으로 추구하는 이상과 가치관에 따라 자신이 살던 지역을 떠나 주에서 주를 넘나들며 배움의 길을 찾아 나서는 것이 미국의 대학생들이다. 광활한 국토의 많은 곳을 다니며 자신에게 최적인 배움의 장소를 찾고, 그 곳에서 자신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분야에 정진하면서 세계를 아우를 수 있는 패기와 호연지기를 몸소 체험하는 것이다. 성적과 실력이 부족해서가 아닌, 학교의 거리가 너무 멀기 때문에 자신이 가고자 했던 학교를 포기하는 경우는 적어도 없다. 주에서 주로의 이동을 마다하며 공부하는 그들이 있기에 미국의 경쟁력은 계속 유지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한국의 경우를 생각하고 싶어졌다. 어떤 지역에서 다른 지역으로 학교를 다니는 것이, 언제부터인가 전국토가 일일 생활권이 되어 버린 지금에서도, 그리 쉬운 일은 아닌 듯 싶다. 등하교 시간이 한시간 이상만 되어도 학교가 멀다고 생각한 적은 없었던가. 다른 지역으로 공부하러 가는 것의 부담이 학교를 선택하는 주요한 기준이 되지는 않았던가. 물론, 우리의 교육제도가 미국의 그것과는 현저히 다르고, 미국의 대학들이 가진 교육 환경이나 인프라는 우리의 현실보다 월등히 선진적인 것임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우리에게 국가간의 이동보다 더 먼거리를 언제라도 떠날 수 있다는 넓고 큰 생각이 있을 지에 대해서는 조금 더 생각해봐야겠다. 

넓고 큰 생각을 하기 위해서는 패기와 용기와 열정이 필요하다. 패기와 용기와 열정이 있을 때 먼 곳으로 가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게 된다. 우물 안의 개구리가 아닌 세계를 지향하고 글로벌 리더를 꿈꾸다면 서부에서 동부로, 남부에서 북부로, 주에서 주를 넘다들며 공부할 수 있다는 틀이 큰 생각이 필요하다.

자신이 정말 좋아하고, 자신에게 정말 필요하다고 느낀다면 지역과 이름에 얽매이지 말고 책가방을 싸라. 그리고 그곳으로 떠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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